정동길의 봄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4.19. 00:00

수정일 2006.04.19. 00:00

조회 1,403



시민기자 김영숙

언제 걸어도 좋은 정동길, 하루 한 번씩 정동길을 걸을 수 있음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요. 정동길 산책은 철 따라 각기 독특한 멋과 맛이 있지만 연두색 은행나무 새싹이 움트고 색색의 꽃들이 잇따라 피고 지는 요즘이 참으로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깔끔한 페이브먼트 차도와 곱게 깔린 벽돌 보도, 그 길을 따라 준수한 청년처럼 잘 자라준 은행나무들이 열병식을 하듯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정동길. 4월 중순의 정동길에 생명의 숨결이 약동합니다.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그대를 기다린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
저것 좀 봐, 꼭 시간이 떨어지는 것 같아
기다린다. 저 빗방울이 흐르고 흘러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저 우주의 끝까지 흘러가
다시 은행나무 아래의 빗방울로 돌아올 때까지
그 풍경에 나도 한 방울의 물방울이 될 때까지
(원재훈 시인의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에서)

이 시를 읽을 때면 왠지 시인이 정동길을 걸으면서 시상(詩想)을 떠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정동길이 시작되는 분수대 광장 주변에 둘러선 왕벚나무는 그새 탐스런 분홍 꽃을 떨구고 잎사귀를 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마주보고 선 건너편 살구나무들이 연분홍 꽃잎을 활짝 피워 냈습니다.

광장과 이어진 시립미술관 언덕바지로 오르는 길엔 개나리 가지들이 여전히 샛노란 꽃 무더기를 보듬어 안고 있습니다. 길을 따라 담장을 맞댄 채 이웃해 있는 역사 깊은 학교와 교회의 정원에선 낙화한 목련의 아쉬움을 라일락이 달래주고 있습니다.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건물에도 꽃향기가 배어든 듯합니다.

청명이 지나면 오동나무 꽃이 핀다고 했으니 덕수궁 담 너머 오래된 오동나무도 곧 보라색 탐스런 꽃을 피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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