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산책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5.10.21. 00:00
시민기자 이창욱 | ||
| ||
잊혀진 궁, 경희궁 산책 서울 도성에는 5개의 궁이 있다고 합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끝으로 경희궁. 문화재 구경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서울에 위치한 주요 궁궐은 한번씩 둘러보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유달리 경희궁은 다녀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경희궁...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아직 남아있기는 한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위치조차 모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경희궁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정보를 구해봤습니다. 의외로 경희궁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더군요. 항상 지나다니던 곳이었는데, 궁궐이 있었다면 분명 보았을 텐데 어떤 모습이기에 그 동안 보지 못했을까,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지하철 서대문역에서 내려 경희궁을 찾아갔습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조선시대의 상징물이었던 궁궐들이 많은 부분 훼손된 것이 사실입니다. 광복 이후 정부의 노력으로 경복궁처럼 고증을 거쳐 복원도 하고 흩어진 건물들을 다시 모으기도 하고, 위치도 바꾸는 등 각기 한 나라의 왕궁으로서의 풍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만 경희궁은 아직 복원노력이 부족한지 주변 현대식 건물의 틈바구니에 초라하게 위치하고 있더군요. 경희궁은 1617년 인조의 생부인 정원군의 집이었던 곳을 풍수지리상 왕기가 서렸다는 이유로 광해군이 빼앗아 궁을 짓기 시작하여 1620년 완공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처음에는 경덕궁으로 불려지다가 1760년(영조36년) 지금의 이름인 경희궁으로 이름을 고쳤으며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 타 전소된 이후에 조선 후기 3대궁으로써 조선 왕조의 중심 무대로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 역할만큼이나 궁궐로써 번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경희궁은 1829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중건되기도
했고, 이후 국권피탈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인 자녀들을 위한 경성중학교가 경희궁 터에 건립되고, 각 전각들이 일본사찰에 팔려나가는
등 철저히 파괴되어 현재는 복원된 몇 채의 전각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실로 한 나라의 궁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만큼 훼손되어 있더군요.
경희궁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이 서 있습니다. 일제시대 일본 사찰인 박문사의 정문으로 팔려나가 시련을 겪기 시작한 문입니다. 그래도 궁궐의 정문으로써 자리잡고 있어 다행입니다. 흥화문을 지나 들어가면 여느 궁궐들과 달리 너른 공원이 나옵니다. 잔디밭과 행인들이 앉을 수 있게 의자로 공원을 만들어놓은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가야 다시금 궁궐건물이 나옵니다.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과 숭전전으로 향하는 문인 숭정문이 이 곳이 경희궁임을 말해주는 듯 해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편전인 자정전이 나오더군요. 경희궁은 특이하게도 평지가 아닌 야산중턱에 만들어져 계단식 구조가 많습니다. 숭정문이 경사진 곳을 계단을 통해 극복하였고, 자정전 또한 그렇더군요. 자정전 뒤편으론 언덕도 있고요. 그저 서너 채의 건물을 본 뿐인데, 궁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120여 채의 전각들이 있었다던 경희궁의 본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근근히 궁궐이었음을 나타내주는 건물들이 전부이더군요. 그래도 없어지지 않고 버텨주어 고마운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궁궐들이 아직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광복이 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본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니,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궐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잡고 있는 많은 현대식 건물들은 다른 어느 곳에 있어도 상관이 없는 건물들입니다. 그러나 궁은 역사에 따라 원래 제자리를 떡 하니 지키고 있어야 할 유산이지요. 일제시대 파괴로 인해 제 모습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져 버린 경희궁, 이런 경희궁을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복원을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러한 노력들이 모여 어느새 제 모습을 찾아 당당히 우리 앞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