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능행반차도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5.10.12. 00:00
시민기자 이덕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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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는 물과 꽃과 나무, 새와 곤충과 물고기 등 자연이 숨 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조대왕 능행반차도(陵幸班次圖)’이다. 조선조 22대 왕 정조가 1795년 윤2월 모후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현륭원)이 있는 화성(경기도 수원시)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그린 기록화이다. 그동안 부분만 보았을 뿐 전체를 한눈에 볼 수가 없었는데 이제 청계천을 거닐며 대작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정조대왕능행반차도는 조선조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가 중심이 되어 그린 것이라 더욱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에 두루 능했던 단원은 사실묘사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조국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지녔던 화가였다. 정조의 어진(御眞)을 그리기도 한 그의 천재성은 정조 때에 이르러 활짝 꽃을 피웠다. 벼르던 끝에 주말 아침 청계광장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 작품과 만났다. 길이 186m, 높이 2.4m, 장통교를 중심으로 상류 쪽으론 광교, 하류 쪽으론 삼일교로 가는 중간까지 뻗친 반차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벽화’라는 기록이 무색치 않게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로 세로 30cm의 백자도판 4천960매를 하나하나 연결, 마치 거대한 병풍을 펼쳐놓듯 벽면의 곡선을 살린 벽화 속엔 인마(人馬)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선명한 색감 속에 드러난 세밀하면서도 거침없는 묘사는 기록화의 경지를 뛰어 넘어 빼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행렬은 장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축제분위기 같은 분방함이 엿보인다. 인물들의 행색과 거동이 밝고 경쾌하여 조금도 경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차도에는 모두 1천779명의 인물과 779마리의 마필이 등장하고 있다. 반차도 도입부엔 고산자(古山自) 김정호(金正浩)가 만든 옛 서울시가 지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를 배치함으로써 한층 의미를 깊게 했다. 긴 벽화를 따라가며 감상하다 보면 군데군데 작품 해설이 담긴 돌판을 만난다. 관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반차도를 편의상 몇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해 놓은 것이다. 정조대왕능행반차도는 세계에 자랑할 우리의 기록문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표이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가 보여 주듯 우리의 기록문화는 뛰어나다. 반차도를 통해 18세기 당시 왕을 모신 행차의 구성과 규모, 격식과 복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소상히 알 수 있게 되니 선조들의 기록정신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이제 해외에까지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청계천. 정조대왕능행반차도는 청계천의 새로운 명물로서 서울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우수한 기록문화 전통을 보여주는 자랑거리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끝으로 여담 한 가지.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 벽에도 바로 이 ‘정조대왕 능행반차도’가 장식되어
있는데 그림 속에 강아지 9마리가 곳곳에 숨은 듯 그려져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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