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은이들과 함께 당당히 출근하는 6학년
admin
발행일 2010.07.24. 00:00
“책, 차, 사람의 만남으로 복지사업을 일궈갑니다.” 2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운터 정면에길게 쓰여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8월 개업한 이래 줄곧 고령자기업의 성공 사례로 자주 뉴스에 올랐던 북카페 삼가연정(三嘉蓮亭). 1년을 채워가는 지금은 어떨까 궁금해 찾았다. 서울시가 노인에게 적합한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고 노인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마련한 고령자기업 육성지원 계획은 매년 5개 기업을 선정하여 총 2억 8천만원의 예산을 3년째 투입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은 60세 이상이 주 고용자(80% 이상)이어야 하며, 지속적 수익으로 일자리를 창하는 사업을 전제로 최대 1억원까지 시설비, 임차료, 재료비 등의 지원을 받는다. 더구나 신규 고용인원에 대하여 3개월 이내 월 20만원 인건비 지원도 가능하다. 경운동 삼가연정도 정확하게 지금까지 시비 9천 9백만원을 지원받았다. 좌우측 벽면에 자리잡은 장식된 서가에는 책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밝은 햇살과 은은한 실내조명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2시, 기자는 창가에 앉아 1000원짜리 케익 한 조각과 3000원짜리 차 한 잔을 주문했다. 장시간 기회포착을 위해서다. 일하고 있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손님들과의 즉석 인터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을 처음 찾은 장순자(55세, 서예작가, 평촌) 씨는 “서빙을 하시는 어르신이 두건캡을 쓰셨네요. 활기 차고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가끔 동료들과 이곳을 찾는데, 나이 먹은 분들이 젊은이와 다름없이 서빙 매너를 갖추고 자연스럽게 일하시는 모습은 어떤 푸근함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일산에서 온 김경자(65세, 서예작가) 씨다. 두 분 사이를 물었더니 ‘동문수학하는 사이'라며 미소로 답한다. 친구와 책을 펴놓고 열심히 담소하는 젊은 여성을 만나 보았다. 두 번째 이곳을 찾았다는 최서영(28세) 씨와 최진명(32세) 씨. "질 좋은 커피에 가격도 저렴합니다. 어르신들이 서빙하시는 것은 서빙 자체이므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니 20대, 50대 그리고 60~70대가 한 공간에서 거리감 없이 다정하게들 모여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야말로 세대통합(Young & Old United)의 공간이라고 말한다면 약간의 비약일까. 삼가연정의 매니저 겸 바리스타인 김경화(30세) 씨는 "동료 어르신들에게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다소 진전 속도는 늦지만 전문기술을 익히려고 다들 열심히 배우십니다. 이제 모두들 프로십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슬쩍 “가끔 지각들도 하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져보았다. 김매니저는 대답한다. "근무시간 엄수는 철저해요. 오전 근무조(08:00~14:00)와 오후 근무조(14:00~20:00) 교대시간에 아직까지 한 번도 차질은 없었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윤형준 팀장은 “현재 19명 직원 중에 전문인력 3명을 제외한 16명의 고령자 직원들이 2교대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거의 1년 동안은 카운터ㆍ서빙ㆍ바리스타로 구분해 순환근무를 하죠. 각자 특기를 찾은 후 전문인력화하여 지속적인 직업이 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수시로 직무교육도 병행합니다. 카페 사업은 젊은 사람들조차 도전하기 쉬운 분야는 아닙니다. 삼가연정을 시작하기 전에 인근의 삼청동ㆍ인사동 일대의 시장조사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사업에 자신감도 생겨 현재 기업들과 제휴하여 직장 커피숍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젊은 고객을 고려하여 젊은 근무자와 고령 근무자를 함께 배치시킬 예정입니다."
개업 초기부터 참여한 김영태(69세, 중랑구) 씨는 "처음에는 종일 서서 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극복하고 나니 오히려 체력이 좋아져서 장시간 근무에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상적으로 출퇴근 근무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하고 웃었다. 일일 6시간 화ㆍ목ㆍ토 주간 3일 근무로 월 60시간을 일하고 있다. 그는 자영업 CEO 출신이다. 카운터에서 교대한 정영심(64세, 신림동) 씨도 미소가 나온다. "젊은이들과 함께 당당한 직장인으로서 출근하는 것이 뿌듯합니다. 젊은 시절 회사원으로 근무할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서 일하는 자긍심도 있구요." 사회복지사 임아람 씨에 따르면 삼가연정이 자리한 이 일대는 종묘, 탑골 등을 잇는 실버문화벨트 지역으로 지정되어 앞으로 노인들의 최대 문화휴식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한다. 언뜻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스쳐갔다. 북카페 삼가연정의 몇 개 계단을 밟고 인도에 내려오니 길게 뻗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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