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빨래가 손 안에 있소이다!

admin

발행일 2010.05.04. 00:00

수정일 2010.05.04. 00:00

조회 3,048

관악구 하면 연상되는 대표적 마을은 난곡동과 봉천동이다. 가장 최근까지도 '하늘 아래 동네'로 불리며 유명했지만, 지금은 재개발로 하늘 높이 치솟은 현대식 아파트가 들어차 예전의 자취는 찾아 볼 수 없는 마을이 되었다.

최근 행정 동의 통폐합으로 동네 명칭마저 모두 탈바꿈하여 난곡동은 난향동으로, 봉천동은 행운동, 청룡동, 서원동 등으로, 신림동은 신사동, 삼성동, 대학동 등으로 변경되어 불리고 있다.

그러나 동명은 변경되었지만, 경제적인 상황은 예전과 변함없는 동네들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삼성동이다. 예전의 신림 6동과 신림 10동이 동 통폐합한 이후 삼성동 주민센터에서 업무를 보게 되면서, 신림 10동 주민센터였던 자리는 주민을 위한 다용도 주민자치센터로 활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 주민자치센터에 동네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빨래방이 운영되면서 주민들의 호응이 굉장히 높다.

하지만 빨래방에 들어가는 문은 좁다. 이용 대상자가 되려면 철저한 분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저소득층, 한 부모 가족, 조손 가정, 장애인 가정, 독거 어르신 가정만이 지원할 수 있다. 혹여 저소득층이 아닌 분들이 수혜자가 되는 일을 방지하고자 이곳에서는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빨래방 운영을 맡고 있는 구성원들은 관악구 자원봉사센터 분들이다. 자원봉사 전문 상담가와 자원봉사 준 전문가이신 상담가분들이 주축이 되어 총 2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세탁물 수거를 요청하는 어르신들에게서 전화를 받기도 하고 아니면 직접 빨래방 이용자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은 후, 동네를 한바퀴 돌며 세탁물을 자원봉사자들의 차량으로 수거해서 빨래방으로 가져온다.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나서 건조기로 옮겨 건조까지 마친 세탁물을 분류하고 다시 각 이용자들의 방 안까지 배달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하루를 봉사자들은 빨래에 파묻혀 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빨래방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400명 정도인데 봉사자 3명과 운송 담당 1인이 이 빨래를 모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그들의 입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꼈다.

오랜 기간 경제적 침체가 이어지면서 곤경에 처하는 이웃들이 점차 늘어나자 그들을 도우려는 방안이 사회 곳곳에서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이웃을 돕는 데는 민과 관이 따로 없고, 기업과 개인이 따로 없겠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빨래방을 운영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기발하다. 봉사도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다. 관악구 삼성동 주민자치센터 빨래방은 오늘도 바삐 돌아간다.

시민기자/나영봉
nrb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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