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admin

발행일 2010.03.22. 00:00

수정일 2010.03.22. 00:00

조회 1,966

지난 금요일 저녁 7시~10시, 토요일 오후 1시~4시에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대회의실과 후생동 강당에서는 하이서울뉴스 제3기 시민기자의 실무교육이 있었다.

'자아를 노출한다는 것은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돌이켜 어찌할 수 없는 일을 외줄타기 하듯 표현하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두려움인 동시에 매우 강렬한 매력이 있다. 글은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이며 무기이기도 하다. 또한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자신의 독특한 향기를 품어내는 것이다. 글은 자신의 영토 안에서 자유롭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책읽기로 완벽한 자아를 갖추어야 하지만 불완전한 자아를 가진 우리는 글에 적절히 화장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이외에도 이틀에 걸쳐 이루어진 강의 내용 중에는 주옥 같은 가르침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시민기자들은 물론 이제 막 글을 쓰기로 결심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간추려보았다.

1)끊어 쳐라

주어+서술어/주어+목적어+서술어 형식으로 최소의 단위로 문장을 잘라라. 간결하고 건조하게 끊어 쳐라. “문장이 길어지면 문장이 자신을 지배하게 된다.” 끊어 치기 연습방법은 공문서, 일기, 편지 같은 긴 문장을 단문장으로 바꾸는 방법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좋다.

2)리듬을 타라

문장 길이에 변화를 준다. 짧게, 조금 길게, 아주 길게/ 짧게, 아주 길게, 짧게/길게, 짧게 등의 형식으로 문장의 길이에 조절을 하면 문장 스스로 리듬을 타게 된다.

3)줄이고 또 줄여라

기사에는 원고지 4장의 법칙이 있다. 줄이고 줄일수록 자신의 글에 감동하는 독자가 늘어 날 것이다. 남의 글 자르기와 내가 쓴 글 자르기로 연습을 해 보자. 그러다보면 꼭 필요한 알맹이만 남을 것이다.

4)문단을 정렬 시켜라

보기 좋은 글이 읽기에도 좋다. 단락 구분을 일정한 비율로 잘 해서 독자가 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A4용지에 4~5단락 정도로 쓰는 게 일반적인데 1단락은 3~4줄 정도가 적당하다. 단어와 문장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단락 구분부터 기본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5)혼을 토해내라

100m 달리기 선수가 전력 질주를 하듯이 숨이 끊어지도록 자신의 혼을 토해내서 글을 써야 한다. 혼을 토해내는 글이란, 군대 간 아들에게 쓰는 어머니의 편지처럼, 공장 벽에 붙이는 해고 노동자의 절규하는 대자보처럼,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연설문처럼 가장 강렬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의 혼을 불어 넣어서 쓰는 것이다.

6)시(詩)와 소설을 습작하라

일기체로 글을 쓰다 보면 누군가에게 쉽게 자신의 치부를 보일 수 있는 불안감이 있다. 시는 함축적인 언어이고, 소설은 허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고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7)필자에 변화를 줘라

모든 사람은 다중인격체다. 글 쓰는 ‘자아(自我)’를 고정시키지 말라. 피 끓는 젊은이, 다정한 연인, 소심한 서민, 상념에 젖은 시인 등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자신의 속에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을 끄집어내라.

8)여백을 마련하라

감상, 주장을 다 드러내지 말고, 그 대상을 그대로 보여줘라. 은근한 노출의 매력이 중요하다.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 보편적이다. 시위 현장의 점심시간은 문득 고요하고 평화롭다’라는 김훈의「밥벌이의 지겨움」을 참조하라. 작가 자신의 생각은 전혀 들어 가 있지 않다. 마치 우리가 현장에 가서 밥을 먹는 시위 현장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장면만 묘사를 해 놓은 것이다.

9)레토릭(rhetoric, 수사학)을 활용하라

문장 전체를 통틀어서 2~3군데 정도 레토릭을 박아둔다. 남용은 금물이다. 광고에서 카피를 생각해 보면 된다. 단 한 문장이 강한 울림으로 남는 방법이다. 위에서 인용한 김훈의 글에서 보면 세 줄의 문장에서 우리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밥’의 느낌처럼. 형용사는 바오밥나무다. 싹부터 잘라라.

10)삼라만상을 향한 감성의 더듬이를 세워라

글쓰기의 마지막 요소다. 논리가 명확할 때, 감성이 예민할 때 삼라만상은 모든 진동을 일으키며 자신의 오감을 자극한다. 어느 경지에 이르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남’의 문제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을 지향하며 ‘나’를 녹이는 글쓰기가 저널리즘이다.

금, 토요일 이틀간 기자교육을 받으면서 참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첫째 날, 동아일보 송상근 오피니언팀장의 강의는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 ‘진실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기자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을 알게 하는 시간이었다. 둘째 날, 한겨레21 안수찬 사회팀장의 강의는 기사를 쓰기 이전에 제대로 된 ‘글쓰기’의 밑바탕이 되는 10가지 방법을 단계별로 쉽고 섬세하게 강의를 해 주셨다. 특히 ‘끊어 치기, 혼을 토해내서 글쓰기, 삼라만상을 향한 감성의 더듬이 세우기’는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

“기자가 된다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토요일 강의의 마지막 자막에서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기자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진지하고 행복했다. ‘글의 힘’이 다시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흘러가는 자막에서 주연인 해리슨 포드가 한 말이 생각났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 펜을 적절한 곳에 잘 사용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민기자/석성득
ssd6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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