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부가 되어 보자
admin
발행일 2010.02.24. 00:00
유난히 화초를 잘 가꾸시는 친정어머니는 집에 갈 때마다 당신만의 베란다 화단으로 먼저 손짓하곤 하셨다. 베란다엔 반짝반짝 윤이 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튼실한 잎과 어여쁜 꽃을 자랑하는 온갖 화초가 가득했다. 그뿐인가. 여러 종류의 쌈 채소들도 가득해 먹을거리로 사용되기도 했다. 혹 애지중지 정성스레 키운 화초를 큰 맘 먹고 하나 주시면, 그 화초는 우리 집으로 와서 결국에는 시들해지다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키울 수 있다는 선인장이며 다육식물들을 챙겨주셔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정어머니는 “넌 어째 선인장도 죽이냐?”며 탄식하신 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새록새록 화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2년간 인근의 텃밭을 분양 받아 쌈 채소를 가꾼 적도 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았지만 텃밭에서 나온 쌈 채소들로 봄과 여름철 내내 식탁을 풍성하게 했던 일은 아직도 기분 좋은 기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햇살이 화창하게 퍼지기 시작하는 이즈음이면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집안에 화초를 들이고 베란다 한 쪽에 쌈 채소라도 키워 볼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마음만큼 쉬운 일은 아니어서, 내심 시행착오 없기를 바라며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알듯하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많은 생활원예에 대해 전문 강사가 기초와 심화 교육을 실시한다는 정보는 예약 신청과 함께 한달음에 원예활동 생활화 교육장을 찾게 했다.
지난 2월 22일,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엔 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센터 홈페이지에 인터넷 예약 신청을 하고 선착순 모집된 이들은 대부분 ‘올해엔 잘 키워보자’란 마음을 갖고 온 길일 것이다. 무료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교육은 1일 과정(이론+시연교육)으로 22일부터 27일까지 매회 50명씩 5회 진행된다. 친환경 농업의 이해와 생활 원예의 기초, 가정 채소 가꾸기, 파종과 모종에 대한 강사의 세부 설명과 연시 교육 등의 과목을 진동익, 손영기, 허남돈, 박상원 강사 등 4명의 농업기술센터 친환경ㆍ원예전문 강사진이 3시간에 걸쳐 강의했다. 생활원예 전반에 대한 교육이었다. 친환경 농업이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를 맞아, 옥상과 베란다, 재활용 박스 등 자투리 공간의 텃밭화(化)를 통해 ‘도시 농부가 되어 보자’는 제안은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성공적인 생활원예를 위해 식물의 이름을 아는 것은 기본이고, 그 식물의 특성을 살펴 재배와 관리 방법을 꿰뚫고 있을 만큼의 지식을 습득 한 후, 실제로 키워보는 경험이야말로 생활원예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리라. 실패의 경험은 전문가 혹은 전문기관 홈페이지에 질문해가며 해결하고, 직접 채소를 가꿔 부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정채소 가꾸기에서의 가장 큰 미덕은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는 ‘기다림의 미학’ 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모든 씨와 모종은 시기와 때가 있어 적기에 뿌리고 심어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교육을 통해 다시 한번 숙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자 뿌리기와 모종 심기, 거름주기 등에 대한 세심한 설명과 시범교육도 실시됐다. 식물 기르기에 취미가 없었는데 교육을 통해 자신이 생겼다는 주부, 자신이 갖고 있는 용인의 전원주택 부지에 올해엔 꼭 텃밭을 가꾸겠다는 주부, 그간의 식물 가꾸기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나누며 노하우를 공유하는 남성 수강자들……. 모두 예비 '도시 농부'의 모습들이었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오길 참 잘했다’고 흐뭇해했다. 교육을 마치고 화초 가꾸기와 가정 채소 가꾸기, 텃밭 가꾸기의 요령과 자신감을 얻어 나오는 길, 올해는 예년과 달리 나만의 텃밭을 가꿀 생각에 소박한 꿈을 꾸어 본다. 수강 기념으로 받은 연녹색의 작은 장미허브 화분은 품 안에 고이 안겨 집에 오는 내내 고유한 향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봄맞이 식물 가꾸기에 필요한 기초원예기술과 가정에서 상자를 이용한 채소를 가꾸는 법 등을 알려주는 이번 무료 생활원예강좌는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으며, 기초반은 2월 22~27일까지, 심화반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2일 과정으로 3월 9일~20일(기간 중 14, 15일 제외)까지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된다. 심화반 신청은 3월 2일(화)부터 서울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http://agro.seoul.go.kr) 예약 메뉴를 이용하면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02)459-6753, 6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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