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숨쉬는 선릉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5.07.12. 00:00
시민기자 유영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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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의 커다란 휴식처, 선정릉에 가다 도심 빌딩 숲 사이에 이렇게 훌륭하고도 편안한 쉼터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강남 한복판이 아닌가.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을 출퇴근길에 매일 지나치며 살았지만 무심하게 여겼을 뿐,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왕릉이 이곳에 있는 줄은 몰랐다.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난주 목요일 오후, 조선 제9대 성종대왕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를 모신 선릉과 제11대 중종대왕을 모신 정릉이 함께 있는 선정릉을 찾았다. 능 안에는 평일임에도 산책 나온 시민들과 휴식을 취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왕릉 몇 기 모셔놓은 조금 넓은 공간이겠거니’ 하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19만 9천㎡의 넓은 능을 다 둘러보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릴 듯싶었다. 특히나 선릉과 정릉 사이에 버티고 있는 얕은 산등성이를 넘다 보면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히기 마련이다. 능 안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마치 작은 수목원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소나무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작은 길을 보니 시골 산에 나 있는 오솔길을 보는 듯해 기분이 참 좋다. 산기슭을 넘어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 정릉이 보인다. 성종의 아들인 중종은 승하한 후 원래 현재의 서삼릉 내 희릉 오른쪽에 모셔졌다가, 7년 뒤 계비인 문정왕후에 의해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정릉이 선릉에 비해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능 앞에 위치한 홍살문과 참도가 한 눈에 들어와 차분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정릉의 봉분 앞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잔디 깎기와 살충제 살포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삼성동 코엑스와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 능 주변에 펼쳐진 고층빌딩 숲 사이에서 즐기는 한가로운 오후의 일상은 선조들이 남겨 준 커다란 은택이 아닐까 싶다. 능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찬 장맛비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왕릉을 둘러보니 넓고 안락한 능상에 모셔져 있는 선조대왕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갑남을녀들처럼 지척에 나란히 뉘여 지지 못한 부부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소시민적인 발상에 기인한 것일까? ■ 찾아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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