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뜨거운 열정을 만나다

admin

발행일 2009.08.21. 00:00

수정일 2009.08.21. 00:00

조회 2,956



시민기자 박혜리



어르신 배움의 장, '9988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

"아주 쉬운 방법으로도 맛있게 건강을 챙길 수가 있습니다. 자, 바나나를 보면요. 바나나는 반점이 오를 때가 맛있잖아요? 그럼 나무젓가락을 딱 꽂아서 냉동을 시키세요. 그럼 뭐가 되죠?”
“아이스케키요!”
“네. 맞아요. 그렇게, 본인들을 위해서 노력하라고 제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자식들을 위해서는 다 참고 노력하시면서 본인들을 위해서는 그렇게 안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하시는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은평구 노인종합복지관 2층 대강당. 한여름 뜨거운 날씨보다 강의를 듣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열정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강의에도 지루한 기색이 하나 없다. 도대체 어떤 자리가 할아버님 할머님들의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었을까. 바로 ‘9988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다.

흔히 어르신들을 위한 강의라 하면 알면 유용한 생활 법률과 재테크 노하우, 그리고 여가활용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강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삶의 철학이나 역사에 관한 교양 과목들이 추가되면서 ‘9988 인문학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됐다. 교육은 각 구마다 있는 노인 종합 복지관에서 진행된다. 교육 기간은 복지관마다 다르지만 오는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하루에 두 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된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약 3천여 명. 교육 비용이 만원으로 굉장히 저렴하고, 게다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겐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평구 노인 종합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식생활 강의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평소에 요리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할아버님들도 생소하지만 몰랐던 걸 배울 수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할머님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은 이런 식생활에 관한 것이 굉장히 중요해서 강의를 관심 있게 들었어요. 특히 저번에 진행되는 강의도 굉장히 재밌게 들었는데 오늘은 더 스페셜하네요” -유진례, 정진부 할머님

“다 아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강의로 들었을 때 더 와 닿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이런 강의를 접하지 않았는데 복지관에 자주 들르다 보니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합니다.” -윤덕선 할머님

본래 한 기수당 4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게 되어 있지만 이날 강의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약 90명 정도. ‘9988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도 그 이유지만 실제로는 복지관에 놀러오셨다가 흥미를 보이고 수업을 들은 어르신도 많다. 이 때문에 출석 체크하는 데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앞으로 출석 체크를 어떻게 할 지 어르신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행복해지는 삶을 위해 언제나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르신들. ‘9988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가 어르신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강의의 질이 얼마큼 높아지느냐에 따라 달렸다. 이날 어르신들의 식생활에 대한 강좌를 진행한 배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안현숙 교수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이전에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많이 진행했지만 어르신들이 굉장히 열의가 좋아요. 졸지도 않으시고 질문도 많이 하시고... 그런 어르신들을 위해서 제가 진행하고 싶은 강의는 수업 중간에 어르신들의 피부로 직접 와 닿게 하는 그런 강의에요. 지금은 단순히 빔과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노인들의 식생활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 영향을 섭취해야 하는 지 강의할 때 그냥 말이나 그림으로만 진행하는 것 보다 실물 크기의 모형으로 진행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정확한 실물 교육만큼 확실한 강의는 없죠. 제가 그런 수업을 하려면 교육 기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배움은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 준다. (배움은 어떤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Carl G. Jung. 1976) 가르치는 자가 누구이며 배우려는 자가 누구이든,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는 그 마음만으로도 자신의 삶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의 풍파에 깎이고 다듬어졌기 때문에 삶에 대한 가능성이 옅어졌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인들만을 위한 맞춤 프로젝트가 생겼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9988 어르신 인문학 아카데미’가 질적으로 더 많이 향상돼서 강의에 참여한 할아버님 할머님들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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