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신나게 즐긴 '경복궁 고궁음악회'
발행일 2020.07.23. 18:28
지난 7월 9일부터 19일까지 경복궁 야외주차장에서는 특별한 콘서트가 마련되었다. 바로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일상에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2020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가 경복궁 야외주차장에서 열렸다 ⓒ이선미
이희문과 악단광칠, 고래야, 잠비나이 등 퓨전 국악으로 우리 음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있는 국악팀들이 각기 다른 주제로 주말의 고궁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진 및 발열 검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이선미
차 안에서 열 체크를 하고 안내에 따라 주차를 했다 ⓒ이선미
‘악단광칠’의 무대가 준비된 지난 10일 오후 경복궁을 찾았다. 한국의집 예술단이 사전공연 ‘진도북춤’으로 한껏 흥을 돋우었다. 주차장은 이미 차량으로 가득했다. 인터넷으로 선착순 신청을 통해 참여하게 된 관객들이었다.
본 공연 전, 한국의집 예술단이 분위기를 돋워 주었다 ⓒ이선미
고궁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경복궁에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다 ⓒ이선미
‘난감하네’를 부른 소리꾼 조엘라의 사회로 주인공인 악단광칠이 무대에 올랐다. ‘광복70주년에 결성된 악단’이라는 뜻의 악단광칠은 특히 우리 전통 굿의 음악과 서도민요를 발굴해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를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이 그룹은 우리 고유의 음악으로 많은 나라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광복70주년에 결성된 악단’이라는 뜻의 악단광칠은 우리 굿과 서도민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선미
굿이나 무가라고 하면 낯설고 얼핏 거부감도 든다. 하지만 악단광칠이 노래를 시작하자 염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깨가 들썩거려지고 덩달아 춤을 추고 싶어졌다. 확실히 전통은 우리 정서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는 모양이다. 악단광칠은 특히 전자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대금과 피리, 생황과 아쟁과 가야금을 비롯한 우리 전통 악기와 소리꾼들의 노래만으로 신명나는 한 판 무대를 만들어냈다.
“히히하고 헤헤하고 웃어본다 빙빙하고 뱅뱅하고 돌아간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알기 어려운 노랫말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전에 이미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있었다.
까만 저고리에 원색 나팔바지, 기묘한 의상을 차려입은 보컬들의 등장이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원래 굿은 기도다. 아픈 이의 쾌유를 빌고 더 좋은 일을 기원하고 나쁜 일을 막아 주십사 정성을 다하는 기도다. 가장 전통적인 우리 문화지만, 사실 가장 덜 대중적인 무가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인데도 관객들의 반응은 열화와 같았다.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황해도 굿판 가운데 부정한 잡신들을 쫓는 영정거리를 새롭게 해석한 ‘영정거리’에 뒤이어 황해도의 대표적인 민요 ‘난봉가’가 이어졌다. ‘뜨거운 사랑의 노래’ 난봉가가 울려 퍼지자 고궁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 모인 차들도 덩달아 들썩거렸다.
악단광칠이 황해도의 대표적인 민요 ‘난봉가’를 부르고 있다 ⓒ이선미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인터뷰가 이어졌다. 2집 ‘인생 꽃 같네’ 발매를 앞두고, 그룹 단장이자 대금 연주자인 김현수는 “산다는 건 언제나 어디서나 힘들지 않았을까. 다들 그 힘듦을 극복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지금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지만 우리 음악을 들을 때만이라도 힘을 얻고 그 순간만은 모두 꽃 같은 인생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라며 새 음반 소개와 더불어 모든 사람에게 응원을 보냈다.
악단광칠은 전통음악 전공자 9명으로 구성된 국악 그룹이다 ⓒ이선미
모든 이의 소망을 함께 기원한다는 ‘얼싸’와 ‘맞이를 가요’를 부를 때 차량들은 모두 빵빵거리고 비상등으로 환호했다. 마지막 곡은 만선의 기쁨을 안고 항구로 돌아오는 배처럼 모든 사람이 행복과 흥이 넘치길 바라는 ‘어차’였다. 악단광칠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노래하고, 관객들은 차 안에서 한껏 호응했다. 앙코르곡으로 ‘복타령’을 부른 후에야 악단광칠의 무대는 끝이 났다.
민요와 굿음악을 해석한 악단광칠의 음악은 힘이 넘치고 경쾌하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악단광칠의 음악은 여러 면에서 새롭고도 반가웠다. 북한의 황해도, 평안도 지방 민요와 황해도 굿판의 음악은 현실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영역이다. 잊히고 단절된 문화를 발굴해 한껏 경쾌하고 역동적으로 연주하는 그들의 음악이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같기도 했다. 당장 이날의 공연에서도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차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드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노랫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한바탕 신명 나게 즐긴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 문화의 맥이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젊은 국악 그룹 ‘악단광칠’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마련했다 ⓒ이선미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마련한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는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였다.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사회자 조엘라의 안내에 따라 짧은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조엘라가 목청껏 소리쳤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다시 일어서자, 대한민국 얼씨구 좋다~” 관객들이 행복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 출발과 전진을 상징하는 하얀색 풍선을 차 밖으로 둥실 띄워보는 퍼포먼스로 화답하며 차 안에서 즐긴 고궁음악회의 막이 내렸다.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한 2020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는 문화유산채널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며 두 가지 색의 풍선을 바람에 띄워보는 퍼포먼스로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가 끝났다 ⓒ이선미
■ 2020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 다시보기
○문화유산채널: https://www.youtube.com/user/korean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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