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역사기행…신비로운 '방이동 고분군'
발행일 2020.07.10. 16:07
중국의 후한 말기를 배경으로 지어진 '삼국지'는 유명한 고전소설이다. 도원결의와 천재 지략가 제갈량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삼국지 못지 않은 유명한 삼국의 스토리가 있다. 바로 백제와 고구려, 그리고 신라이다.
백제는 삼국 중에서 가장 먼저 한강을 차지한 나라이다. 역사학자들은 백제가 태동할 당시 수도인 위례(한성)가 현재의 송파구 일대 한강 유역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송파구 일대는 백제의 초기 유물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 '방이동 고분군'은 백제 왕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백제의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방이동 고분군' 공원 입구에서 보이는 서쪽 풍경, 언덕으로 4개의 고분(1,2,3, 6호분)이 보인다. ©김민선
방이동 고분군에는 서쪽 지대에 4기, 동쪽 지대에 4기 총 8개의 고분이 있다. 공원 입구에 들어가서 바로 서쪽을 바라보면 낮은 언덕 위로 고분 네 개가 보인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내부를 개방한 1호분이 서쪽에 있다.
방이동 고분군 제 1호분 ©김민선
제 1호분을 발굴할 당시 부장품 등은 이미 도굴꾼들에게 도굴되었다고 한다. 무덤은 '굴식돌방무덤'인데 이는 백제의 대표적인 무덤 형식이다. 석실 내부는 네 벽으로 모두 위로 올라갈수록 안쪽으로 기울어지게 쌓아 폭을 좁힌 다음에 맨 위에 돌을 올려 천장을 만든 '궁륭형'이다. 이 스타일은 제 4호분과 제 5호분 그리고 제 6호분과 동일하다. 하지만 도시개발로 인해서 현재 제 4호분과 5호분은 없다. 그런데 백제의 무덤 형식인 이 고분에서 백제 외의 유물이 발견 되었다.
제 1호분에서는 신라 토기인 '유대단경호'가 발견되고, 제 6호분에서도 역시 신라의 '회청색 굽다리 접시'를 비롯하여 신라의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이를 두고 어떤 역사학자는 6세기 중반에 한강을 차지했던 신라가 이미 백제가 만들어놓은 무덤을 사용해서 그 안에 신라의 유물이 있다고 보았다. 그에 반해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고분이 각각 백제와 신라의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실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방이동 고분군이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른다.
서쪽 고분군 언덕에서 보이는 공원 전경 ©김민선
방이동 고분군 산책길 ©김민선
방이동 고분군은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 인근 주민들과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가운데 산책길을 걷다보면 동쪽으로 고분군이 보인다. 동쪽의 고분군은 서쪽에 비해서 약간 작은 편이다.
약간 기울어진 언덕으로 보이는 동쪽 고분군, 왼쪽부터 7, 8, 9, 10호분 ©김민선
백제는 삼국 중에서 가장 먼저 한강을 차지하여 번성한 나라이다. 몽촌토성은 위례성의 남쪽 성, 풍납토성은 북쪽 성으로 추측되어 있기에 방이동 고분군 역시 백제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라의 유물이 나오면서 정확한 것을 알 수가 없게 됐다. 그러나 어느 시대의 무덤이건 고분군 안에 잠들어 있는 이들은 이 땅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었다. 방이동 고분군은 오래전 이 곳에서 살았던 이들의 넋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였다.
고대인들이 전쟁과 기근으로 힘든 삶을 살았다면, 현대인들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정보화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살아간다. 만약 힘든 일이 있다면 이곳을 한번 걸어보자. 백제와 신라의 유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이곳에서 후손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그들만의 우정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살았던 그들이었지만 결국 화합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들이 유물을 섞어서 남겨놓은 것은 아닐까.
■ 방이동 고분군 안내
○ 위치 :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일대
○ 교통 : 지하철 9호선 송파나루역 3번출구 > 도보 6분
○ 개방시간(하절기) : 06:00 – 20:00, 무료 입장
○ 문의 : 02-214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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