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래가게, 62년 전통의 '떡집 명장'을 만나다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0.06.19. 10:59

수정일 2020.06.19. 10:59

조회 600

필자는 망원동에 갈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 있다. 겉으로 봐서는 특별한 구석을 찾을 수 없는 떡집이다. ‘이번에 어떤 떡을 먹어볼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늘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떡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게 작업실 한 켠에서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가래떡이 먹음직스럽게 뽑아져 나온다. 서울시 오래가게 '경기떡집'의 한결같은 풍경이다.

경기떡집의 먹음직스러운 떡들이 매대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경기떡집의 먹음직스러운 떡들이 매대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강사랑

경기떡집은 대를 이은 떡 명장의 가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업주 최길선 명장은 1960년대 서울 종로의 흥인제분소에서 처음으로 떡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망원동에 가게를 내고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떡집 다섯 부자의 이야기는 2012년 인간극장에 방영되어 시청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경기떡집을 이야기할 때 셋째 아들 최대한 명장(34세)의 사연을 빼놓을 수 없다. 사춘기 시절 좌충우돌 반항하던 대한 씨는 아버지의 지도로 떡 만들기에 입문, 매일 새벽 3, 4시에 일어나 재료 선별부터 떡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배워나갔다. 친구들이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낼 때 떡 하나만 바라보고 인생의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대한 씨는 입문한지 10년 만에 떡 명장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당시 25세에 전국 최연소 떡 명장이 되었다.

 경기떡집을 대표하는 이티떡. 토종 찹쌀 인절미의 겉에 커피 팥소를 붙여 만든 독특한 모양의 이북식 인절미다
경기떡집을 대표하는 이티떡. 토종 찹쌀 인절미의 겉에 커피 팥소를 붙여 만든 독특한 모양의 이북식 인절미다. ⓒ강사랑

최대한 명장과 형제들은 이후 떡 브랜드 '소담'을 오픈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소담은 먹기 좋고 탐스럽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에서 따온 것이다. 소담의 떡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며 전통 떡의 세계화를 조금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떡집 운영은 무엇보다 강인한 체력을 요구한다. 경기떡집 형제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평균 새벽 3시이다. 일찍 일어나 오늘 하루 판매할 떡을 만들고 나면 새로운 떡을 연구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기왕이면 쉽고 편하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세상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대한 명장은 "떡에서 새로운 점을 발견할 때마다 재미를 느껴요. 십 년이 넘도록 떡을 만들어왔지만 '떡은 이런 것이다'라고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같은 종료의 떡이라도 질감이 모두 다르거든요. 떡을 만들면서 우리 떡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깨닫곤 합니다. 떡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없었다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은 명장의 가게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은 명장의 가게 ⓒ강사랑

경기떡집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좋은 떡을 만들어낸다.‘ 라는 원칙이다. 이를 두고 최대한 명장은 “무엇보다 좋은 쌀을 사용해야 해요. 찹쌀처럼 찰기가 있어야 합니다. 묵은 쌀로 만든 떡은 식감부터 좋지 않아요. 제가 전국의 쌀을 돌아가며 사용하면서 연구를 해봤는데 경기쌀이 가장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떡을 만들 때에는 물의 양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수분이에요. 말랑하면서 적당히 쫀득한 식감은 미묘한 수분감에서 비롯됩니다."라고 전했다.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경기떡집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경기떡집 ⓒ강사랑

경기떡집 내부는 유명세에 비해 다소 소박한 모습이다. 7평 남짓의 공간에 다양한 떡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지난 24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풍경이라고 한다. 가게 연차가 쌓이기도 전에 외관 시설부터 손보는 경우와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경기떡집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맏형 최대로 씨는 경기떡집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년 전의 손님이 찾아와도 한결같은 가게의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래가게'라는 말에는 '오래된 가게'라는 뜻과 함께 '오래오래 번창하세요' 라는 의미가 있다. 오래가게는 개업한지 30년이 넘었거나 2대 넘게 전통을 계승한 곳, 혹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이다. 서울시가 지난 3년간 해당 가게들을 선정하여 서울의 정서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관광명소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경기떡집의 경우 지난 2018년 서북권 지역 오래가게로 선정되어 올해 3년차를 맞이했다.

서울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 포스터
서울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 포스터 ⓒ서울시

한편 서울시는 서울을 상징하는 특색 있고 감각적인 기념품 개발을 위한 '제 8회 서울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공모전에는 서울이 보유한 역사, 산업, 문화 등을 표현하는 관광기념품을 자유롭게 출품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의 오래가게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서울 오래가게 홍보 기념품’도 특별주제로 추가하여 함께 접수를 받고 있다. 출품된 공모작은 1·2차 전문가 심사를 거쳐, 대상·금상·은상·동상 등 특선 총 16선과 아이디어상 20선을 선정한다. 접수기간은 오는 7월 16일까지이다. 더욱 상세한 내용은 ‘서울시-내손안의서울 홈페이지(http://mediahub.seoul.go.kr/gongmo/1283114)’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0년이 다 되어가는 이발소, 한국의 7080 청춘을 기억하는 다방,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가게들과 달리 오랜 시간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시 오래가게. 과거를 소중히 여기며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백 년, 천 년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엿본다.  한결같은 것, 변하지 않는 것이 그립다면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있는 오래가게를 찾아가보자.

서울시 오래가게 '경기떡집'
○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9길 24
○ 교통 : 망원역 2번 출구 도보 2분 거리
○ 운영시간 : 평일 08:00-18:30 / 토요일 08:00-22:00 (일요일)
○ 문의: 02-333-8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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