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이 여기에! 봉은사 홍매화

시민기자 이민호

발행일 2020.03.10. 18:00

수정일 2020.03.10. 18:00

조회 318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나서기 꺼려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봄은 오고야 만다. 새싹은 돋아나고 꽃은 피어난다. 비록 멀리 봄나들이를 떠날 수는 없지만 서울에서나마 봄을 만끽하기 위해 강남구에 위치한 봉은사로 산책을 다녀왔다.

홍매화
봉은사에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민호

봉은사는 794년 신라 원성왕 때 연회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혼잡한 강남 도심 한복판에 고요하게 자리 잡은 수행처이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민의 쉼터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봉은사는 매년 봄이면 그 꽃을 화려하게 피우는 홍매화로 유명하다. 해마다 많은 사진가와 관광객들이 홍매화의 자태와 향기를 감상하기 위해 찾는다. 명실상부한 서울의 봄나들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공사가 한창인 일주문을 지나, 법왕루 계단을 올라 대웅전에 당도했다. 꽃만큼이나 화려한 형형색색의 연등들이 먼저 나서 상춘객을 반긴다. 경내는 곧 다가올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달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웅전연등
대웅전으로 향하는 스님  대웅전 앞마당에 내걸린 연등들 ©이민호

파란 하늘 아래 내걸린 연등들은 집 안에만 머무르며 답답했던 가슴을 한껏 설레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소원들이 한 장 한 장 적힐 연등에 시민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대웅전 안에서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들려온다. 봄바람에 흔들리며 풍경소리가 울려 퍼진다. 봄소식을 알린다. 대웅전 본존불께 인사드리고 나와 경내를 천천히 산책하며 홍매화 노거수가 있는 영각(影閣)으로 향한다.

매화나무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매화나무
매화나무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좌), 봉은사의 홍매화는 3월 첫째 주 주말이 지나 절정을 이룰 것 같다(우)©이민호

벌써부터 많은 시민들이 모여 피어나는 매화를 사진에 담고자 바쁘다. 필자도 얼른 사람들 틈을 비집고 매화로 다가간다. 매화는 채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며칠이 더 지나면 만개할 것이다.

봉은사 홍매화는 하늘 아래 그윽한 향기를 내뿜으며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와 향에 빠져 한참을 바라보았다. 석가모니가 설법 도중에 사람들에게 가만히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였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옛 이야기가 떠오른다. 복잡한 시절에도 어김없이 피어난 매화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듯하다.

봉은사 매화나무
서울의 봄을 알리는 봉은사의 홍매화 ©이민호

봉은사에는 홍매화 외에도 목련과 산수유 등 다른 꽃과 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사찰 곳곳에서는 함께 피어난 산수유나무가 소박한 모습으로 매화와 함께 봄을 알리고 있었다.

산수유
홍매화와 함께 피어난 산수유가 소박한 모습으로 봄을 알린다 ©이민호

그렇게 경내를 돌아보고 찻집에 들러 향긋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봄을 만끽했다. 봉은사 뒤 길을 나서니 또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봉은사 앞 주차장 한편에 심어진 나이 어린 매화나무가 영각의 고목에 질세라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뒤길에 있는 매화나무는 앞마당 매화보다 키가 작았다. 그래서 더 가까이에서 꽃을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매화의 붉은색이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매화는 앞에 선 관세음보살상을 향해 꽃과 향기로 공양드리고 있었다.


관세음보살상 앞에 공양드리고 있는 듯한 봉은사의 홍매화
관세음보살상 앞에 공양드리고 있는 듯한 봉은사의 홍매화 ©이민호

집 밖을 나서기 어려운 분들이 사진으로나마 봄의 향기를 느끼시기를 바라며 봉은사의 홍매화를 사진에 담았다. 봉은사의 홍매화는 3월 첫 주말을 지난 지금이 바로 절정기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꽃이 지기 전에 봉은사에 다녀가기를 권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홍매화처럼 서울 시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삶도 매화처럼 활짝 피어날 것이라 믿는다. 봉은사의 홍매화가 전하는 봄소식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질병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 봉은사
○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531
○ 가는법: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
○ 방문시간: 매일 00:00~24:00
○ 입장료: 무료 (코로나19에 관계없이 방문가능)
○ 문의: 02-321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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