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의 아픔을 만나다...'아우슈비츠 앨범'특별전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2.21. 15:24

수정일 2020.02.21. 15:24

조회 386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서 '아우슈비츠 앨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서 '아우슈비츠 앨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이선미

1945년 1월 27일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해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독일이 유대인을 비롯한 슬라브족과 집시, 성소수자와 장애인, 정치범들을 수용하고 학살한 홀로코스트 현장 가운데 한 곳이었다. 2005년 유엔은 다시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 1월 3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75년 전의 기억,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 특별전이 개막되었다. 히브리말로는 '쇼아'(SHOAH), ‘대재앙’이라고 부르는 홀로코스트의 기록을 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알리는 ‘WE REMEMBER’ 캠페인도 진행된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알리는 ‘WE REMEMBER’ 캠페인도 진행된다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알리는 ‘WE REMEMBER’ 캠페인도 진행된다 © 이선미

1945년 4월 릴리 야콥이라는 소녀가 독일 도라 미텔바우 강제수용소 나치친위대 막사에서 앨범을 발견했다. 지도부에 보고하기 위해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은 1944년 5월 말 헝가리 카르파티아-루테니아 지역에서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유대인들을 촬영한 것이었다. 총 193장의 사진이 담긴 56페이지 앨범. 여기에는 직접적인 학살 장면은 한 장도 없지만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치독일이 대부분의 증거를 소각해 없애 버린 탓에 이 앨범은 홀로코스트를 증거하는 희귀 자료로 남았다.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 정문 사진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 정문 사진 © 이선미

릴리 야콥은 아우슈비츠에서 일했던 나치 전범들이 1960년대에 재판을 받을 때 이 앨범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그리고 앨범이 온전히 보존되어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1980년 이스라엘 야드바셈 박물관에 기증했다.

75년 전 나치독일이 촬영한 강제수용소의 기록 ‘아우슈비츠 앨범’
75년 전 나치독일이 촬영한 강제수용소의 기록 ‘아우슈비츠 앨범’ © 이선미

놀랍게도 릴리 야콥이 발견한 앨범에는 1년 전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 수용되었던 자신의 사진이 있었다. 그의 가족들과 고향의 랍비 등도 볼 수 있었다. 함께 갔던 가족들 또한 모두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하고, 그녀 혼자 살아남아 독일의 도라수용소로 이송된 참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 도라까지는 무려 640km나 되는 먼 거리였다.

그 후 앨범에 대한 소문을 들은 많은 유대인들이 사진 속에서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찾았다. 사진 속의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확인하게 되었다.

앨범에서 이름을 확인한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모습이 인상깊다
 앨범에서 이름을 확인한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모습이 인상깊다 © 이선미

전시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소개에 이어 이송된 후 벌어진 일들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대인들을 태운 화물 기차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에 도착하면 곧바로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과 아이들'로 구분됐다. 1백만 명이 넘는 유대인 중 약 90만 명은 도착 즉시 죽음을 당했고, 나머지는 강제 노역자로 수감됐다. 나치는 노동력을 기준으로 유대인을 '선별'했다.

전시실 곳곳에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이 적혀 있다. 화학자이자 작가로 시집 ‘살아남은 자의 아픔’에 수용소에서의 기억을 녹여내기도 한 프리모 레비의 증언도 볼 수 있다. 그의 기록처럼 수용소에서 그들은 한 사람의 고귀한 존재가 아니었다.

“난생 처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모욕과 인간을 파괴하는 행위를 표현하기에는 인간의 언어가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더 이상 우리의 소유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우리의 옷, 신발,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빼앗아갔다...그들은 우리의 이름마저 앗아가 버렸다...내 이름은 174517...우리는 죽을 때까지 왼팔에 새겨진 이 문신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는 1944년 2월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다가 다음해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인이 아우슈비츠 앨범을 관람하고 있다
한 외국인이 아우슈비츠 앨범을 관람하고 있다 © 이선미

유대인들이 가지고 갔던 모든 물건,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집주소를 커다랗게 쓴 트렁크와 안경과 신발과 옷들은 모두 몰수돼 독일로 보내졌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잘려 옷감을 만드는 재료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전시에서는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도 들을 수 있다
전시에서는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도 들을 수 있다 © 이선미

이 특별전은 서울역사박물관과 이스라엘 야드바셈 박물관, 이스라엘대사관과 독일대사관이 함께 주최했으며 오는 3월 22일까지 계속된다. 홀로코스트는 흔히 대학살을 가리키지만, 오늘날에도 지구 곳곳에서 인종과 국가, 민족과 종교 등에 의해 크고 작은 학살과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기록을 통해 크고 작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 전은 3월22일까지 계속된다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 전은 3월22일까지 계속된다 ©이선미

■ 서울역사박물관 ‘아우슈비츠 앨범 展’
○ 전시기간 : 2020.1. 30(목) ~ 2020. 3. 22(일),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시간 :평일 09:00~20:00, 토·일·공휴일 09:00~18:00(3월부터 09:00~19:00로 변경)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55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
○ 관람료 : 무료
○ 문의:   02-724-0274
○ 홈페이지: https://museum.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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