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빛 물든 성북천, 마지막까지 예쁜 가을 단풍길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9.12.04. 13:24

수정일 2019.12.04. 13:24

조회 351

주말, 막바지 단풍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산행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낙엽과 함께 가을이 떠나고 있다. 빛깔 좋은 모습으로 거리를 빛내던 단풍잎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 요즈음이다. 단풍 절정 시기를 알려주는 뉴스에 설렌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에 들어섰다. 짧아서 아쉬운 가을, 선명한 빛깔로 운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그 단풍길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단풍으로 물든 거리 모습 ⓒ박은영
가을의 끝자락에서 단풍으로 물든 거리 모습 ⓒ박은영

날을 잡아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됐다. 각 도시는 저마다 걷기에 좋은 단풍 길을 지니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를 '서울 단풍길 93선'이란 주제로 소개했고, 성북구의 단풍길로 소개된 ‘안감내길’이 눈에 들어왔다. 성북천 옆 보도를 따라 은행나무가 2열로 식재되어 있어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안감내길이란 지명이 낯설었다. 안감내길은 1984년 11월 7일 서울특별시공고 제673호에 의해 처음 안감내길이라 이름 붙여졌으며, 이 길을 따라 흐르는 안암천(성북천)의 옛 이름인 안감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안암천이 흐르는 안감내길에 물든 가을 ⓒ박은영
성북천(안암천)이 흐르는 안감내길에 물든 가을 ⓒ박은영

안내감길은 안암동의 서쪽 끝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670m, 너비 15m의 2차선 도로였다. 성북구 안암동 41-37번지의 대광초등학교에서 성북구청 뒤를 지나 동소문동5가 76번지의 돈암사거리에 이르는 길이다.

햇살이 좋은 늦가을 오후, 집을 나섰다. 성북구청 근처에서 출발, 안내감길로 향했다. 성북천을 끼고 안내감길로 향하는 도로엔 아직 예쁜 노란색이 천지였다. 은행나무들은 다 떨어지지 않은 예쁜 노란색의 은행잎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인도에 촘촘하게 늘어선 은행나무의 행렬은 아직 남은 가을을 품고 있었다. 낙엽이 된 은행잎을 살포시 밟고 걷는 것도 이 가을에만 접할 수 있는 색다른 혜택과 같았다.

성북천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 ⓒ박은영
성북천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 ⓒ박은영

성북구청 주위의 바람마당교를 지나 보문2교와 용문교에 다다르니 더 풍성한 가을이 있었다. 단풍길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보문 3교를 지난 후 볼 수 있는 범바위어린이공원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의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이 고마운 일처럼 느껴졌다.

안감내길에서 다시 성북구청으로 돌아오는 길엔 성북천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늦가을 오후의 성북천변에는 산책을 위해 나온 주민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 그리고 자전거로 라이딩을 하거나 친구들과 혹은 혼자 길을 걸으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도심의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성북천길 풍경 ⓒ박은영
성북천길 풍경 ⓒ박은영

성북천을 걷다보면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도심 속 오리들과도 마주할 수 있다. 유유히 물 위를 가로지르며 평화로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는 시간이 지나자 성북천을 비추는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혔다. 조명에 비친 성북천의 모습은 더 그럴싸했다.

안감내길은 장점은 보기 좋은 단풍 뿐 아니다. 주변에 성신여대가 있어, 조금만 걸으면 골목골목 맛집을 발견할 수 있다. 출출하다면 배를 채운 후 걸어도 좋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 신나게 맛집 탐방을 시작해도 좋다.

언제 걸어도 좋은 길이 있지만, 가을에 걷는 길은 더 매력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다. 이제 끄트머리에 접어든 가을. 단풍구경을 가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집을 나서라고 말하고 싶다.


성북천 물위를 가로지르는 오리들 ⓒ박은영

성북구에는 안감내길 뿐 아니라 개운산 산책로 단풍길도 유명하다. 그곳에는 은행나무 뿐 아니라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을 단풍나무를 볼 수 있다. 성북구의회를 지나 생태체험관, 마로니에 마당을 가로지르는 코스다.

주위에서 가까운 단풍길을 찾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스마트서울맵은 지도 위에 아이콘으로 단풍길 위치를 표시한다. 아이콘을 누르면 위치와 주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지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가을단풍길을 검색하면 단풍길 위치와 주변 정보 등을 표시해 이동하기에 편하다.

이색적으로 구성한 성북천길 지하도 ⓒ박은영
이색적으로 구성한 성북천길 지하도 ⓒ박은영

서울 단풍길은 작년에 90개 노선에서 올해 3개 노선이 추가됐다고 한다. 서울이 지닌 단풍길의 풍경은 다채로웠다. 친숙한 느티나무, 은행나무, 왕벚나무 등과 수형이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등으로 수량은 약 6만 여주에 이른다고 한다.

아울러,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 공원과 함께 만나는 단풍길, 산책길에서 만나는 단풍길, 나들이 하기 좋은 단풍길, 예쁜 공방이나 화랑도 구경하고, 맛집을 즐기기 좋은 단풍길과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인 장소가 테마별로 소개되고 있느니 골라서 가면 된다.

성북천길 야경 ⓒ박은영
성북천길 야경 ⓒ박은영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굳이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좋았다. 집 근처 가까운 단풍길에서 충분히 소확행을 누릴 수 있다. 가을 끝, 봄의 벚꽃보다 그윽한 풍경 속 주인공이 돼 보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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