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는?

시민기자 송지인

발행일 2019.10.31. 14:29

수정일 2019.10.31. 14:29

조회 119

서울에서도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로 손꼽히는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은 북촌 한옥 마을로 유명하다. 바로 옆의 인사동과 함께 크고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즐비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소격동에 서울관을 개관하면서, 이 일대는 현대 미술의 메카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앞 전경 ⓒ송지인

서울현대미술관 서울관 입구 ⓒ송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수준 높은 전시뿐만 아니라 시민을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행사 또한 다양하게 개최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 홍영인, 박혜수, 이주요, 김아영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올해의 작가상 2019>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전시 가운데 가장 호평받는 전시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대한민국 대표 미술상으로,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현대미술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에게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인 4명의 작가는 전통적인 매체와 방법보다는 보다 실험적인 형식과 주제의 작업을 통해 주목받았다. 전시장에서 이들의 신작을 만나보았다.

홍영인 작가의 작품 ⓒ송지인

홍영인 작품 ⓒ송지인

홍영인 작가는 국가주의와 사회적 불평등의 일반화 현상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동물인 ‘새’를 탐구해 이를 신작에 반영했다. 전시장 입구를 장식하는 그의 <사당 B> 섹션에서는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의 방법으로 탄생시킨 작품 3점이 소개되고 있다.

홍영인 작가의 작품 ⓒ송지인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새장처럼 꾸민 홍영인의 설치 작품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 ⓒ송지인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은 사운드가 재생되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전시장을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새장과 같은 모습으로 꾸며, 새장의 안과 밖, 즉 관람객과 새의 위치를 뒤바꾸는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하얀가면>은 런던의 클럽 이네갈(Club Inegales)과 협업한 작품으로, 즉흥 연주를 통해 ‘동물되기’를 모색한 영상-사운드 작업이다. 전시장 외부에서는 여성의 저임금 노동에서의 몸짓, 동물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동물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퍼포먼스 작품 <비-분열증>을 선보인다.

홍영인 작가의 작품 ⓒ송지인nal_image

즉흥 연주를 통해 ‘동물되기’를 모색한 홍영인의 영상-사운드 작업 <하얀가면> ⓒ송지인

박혜수 작가의 작품 ⓒ송지인

무형의 가치를 시각화하기 위해 모은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낸 박혜수 작가 작품 ⓒ송지인

박혜수 작가는 사회, 집단에 내재된 보편적 가치와 무의식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는 작가다. 개인의 기억과 삶의 가치를 하나의 가시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꽤 과학적이기도 하다. 무형의 가치를 시각화하기 위해 조사와 채집, 자료수집, 연구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을 통틀어, 그는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우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표현하기 위해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 전문가와 작가의 해석을 반영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박혜수 작가의 작품 ⓒ송지인

박혜수 작가의 작품 ⓒ송지인

작가가 가상으로 설립한 휴먼 렌탈 주식회사 <퍼펙트 패밀리>, 전시장 중심에 구현된 설치 작품이자 토론 공간인 <토론 극장 : 우리_들>,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담아낸 고독사와 가족 관계의 붕괴를 영상으로 담은 <후손들에게> 등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기존에 ‘미술’하면 떠올렸던 전통적인 표현 방식을 파괴합니다. 그 방법이 전에 없이 매우 색다르다는 점이 인상 깊고, 그 주제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둘러싼 사회, 집단, 그리고 그 내부 구성원인 우리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박혜수 작가의 작품 ⓒ송지인

박혜수 작가 작품 ⓒ송지인

이주요 작가의 작품 ⓒ송지인

하나의 창고처럼 구성된 이주요 작가의 작품 ⓒ송지인

이주요 작가는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단순히 이번 전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가 향후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창고 시스템을 미리 소개하는 자리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 신작은 크게 작품 창고, 랩(lab), 팀 디포(Teamdepot)라 불리는 콘텐츠 연구소로 구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마치 하나의 창고 같은 이 전시 공간 안에는 이주요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다른 여러 작가들의 작품 또한 함께 전시된다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공유 오피스 시스템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작가는 이 실험적 시스템을 가리켜 ‘예술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의 소멸을 유예시키고, 예술의 공유를 위한방식’이라 표현했다.

김아영 작가의 작품 ⓒ송지인

시간과 공간, 사실과 허구를 재구성한 김아영 작가의 작품 ⓒ송지인

김아영 작가는 ‘시간과 공간’, ‘사실과 허구’를 재현하고, 재구성하고, 교차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그의 작업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시공간은 그 안에 일정 부분 사실이고, 또 일정 부분 허구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여기에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온 전 세계의 이주, 이송, 도항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진다.

김아영 작가의 작품 ⓒ송지인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아영 작가의 전시공간 ⓒ송지인

그의 전시 공간은 어둡고 오묘한 색상과 기계적인 사운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것처럼’ 독특하게 구성된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그의 영상작업 <다공성계곡 2: 트릭스터 플롯>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커다란 대형 스크린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륙 내부의 지각판, 경계가 가로막힌 대륙의 표면, 대륙의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는 가상의 인물들은 그의 작업 방식과 그의 최근 관심사가 모여 만들어낸 그만의 독특한 세계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보면 마치 하나의 SF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전시는 김아영 작가의 공간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대부분 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고, 전통적인 방식의 회화, 공예 작품은 거의 없디. 우리는 이와 같은 현대미술 전시를 흔히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는 우리가 현대미술을 어려운 것으로 전제하고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와 같은 전제를 갖지 않더라도 어떻게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송지인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송지인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해서 현대미술을 즐기는 것을 미룰 필요는 없다. 누구나 ‘현대미술 애호가’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국가 운영 미술기관이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연계, 교육,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를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를 가볍게 즐기는 것에서 여러분의 현대미술 관람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올해의 작가상 2019>
- 전시 기간 : 2019년 10월 12일 ~ 2020년 3월 1일
-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관람 시간 : 월요일 ~ 목요일,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 금요일 ~ 토요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 관람료 : 4000원
- 참고 :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무료 입장, 1월 1일 및 설날과 추석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main.do 
- 문의 :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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