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대공분실,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 중

시민기자 김태영

발행일 2019.09.30. 17:27

수정일 2019.09.30. 17:27

조회 771



활짝 열린 민주인권기념관 정문 ⓒ김태영


남영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첫번째 골목길에 들어서 조금 걷다 보면, 높은 회색 담벼락이 보인다. 담벼락 옆으로 활짝 열린 문에는 '민주인권기념관'이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1970~80년대 대표적인 고문시설로 악명을 떨치던 구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명목상으로는 ‘국가안보’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독재정권에 비판적인 민주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정권안보’의 정위대 역할을 수행했다. 1980년 기자협회 집단구속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조작한 삼척∙김제 고정간첩단 조작사건 등등 수많은 학생과 민주화 인사, 일반 시민들이 이곳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받았다.
그러나 ’00 해양 연구소’라는 간판으로 철저히 위장된 채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쌓여 일반 시민들은 이곳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민주인권 탄압이 극한으로 치닫던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그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지금은 활짝 열려있으나, 구 남영동 대공분실로 이용될 때는 뚜꺼운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김태영



1층에서 5층 조사실로 바로 이어지는 내부 회전계단 ⓒ김태영


 16개의 조사실은 맞은편이 보이지 않도록 출입문의 위치가 설계되고, 각 출입문에는 복도에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감시 구멍이 달려있다. ⓒ김태영


조사실 내부에는 2중으로 된 좁은 창문과 인권이 유린된 화장실이 있다 ⓒ김태영


조사실 외부에 설치된 조광기. 불을 켜고 끄는 것, 불빛의 세기까지 모두 문밖으로 조절할 수 있게 설치되었다 ⓒ김태영

눈을 가리고 끌려온 사람들은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치 탱크소리처럼 크게 들렸다고 한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입구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건물 후문에 설치되었고, 연행자 전용 출입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와, 뱅글뱅글 나선형 계단을 오르다 보면, 방향 및 공간 감각을 잃어 몇층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공포감은 더욱 고조되었을 것이다. 16개의 조사실 안에는 머리를 내밀 수 없는 이중으로 된 작은 창문과 낮은 칸막이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변기와 욕조, 그리고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저지르며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장소였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2022년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이곳을 기억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길 민주인권의 장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2018년 12월 26일 시민사회에 이관하는 인관식을 가졌고 이후 현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관리운영 책임을 맡아 시민사회와 함께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임시 운영 중이다.

4층에 위치한 박종철 기념관 ⓒ김태영

2019년 6월 10일부터 이곳에서는 <잠금해제 UNLOCK>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다. '잠금해제 UNLOCK'는 가둠(lock-up)의 반대말이자 갇히고 결박 당한 분들이 풀려남을 뜻하면서 그 동안 은폐되었던 곳이 열리고 억울함을 풀어서 진실이 드러나는 기대가 담겨 있다.


<잠금해제> 기획전 플래카드가 걸린 별관 ⓒ김태영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남영동 대공분실이 이미 끝난 역사의 흔적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수호할 기념관으로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


민주인권기념관 관람안내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71길 37

-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30분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및 추석연휴

- 정기해설 : 주중 오후 2시, 3시 30분, 토요일 오후 1시, 2시,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 홈페이지 : www.dhrm.or.kr

- 문의 : 02-6918-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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