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부르는 '경복궁 돌담길' 낭만 걷기
발행일 2019.09.11. 15:01
경복궁돌담길-서쪽길에서 만난 돌담길 ⓒ염승화
바람 선선하니 바야흐로 걷기 좋은 계절이다. 이럴 때는 걷기 좋은 길을 찾아 가을을 한껏 누리는 것도 즐거움이리라. 흔히 걷기 좋은 길로 돌담길이 꼽힌다. 그곳은 풍광이 좋은데다 운치까지 있으니 선호도가 되우 높은 편이다. 조선국 오백년 도읍지였던 서울에는 다행히 고궁을 끼고 조성돼 있는 멋진 돌담길이 여럿이다. 경복궁 돌담길이 그중 하나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경복궁은 조선의 대표 궁궐, 즉 법궁이다. 바로 그 둘레의 돌담을 따라 나 있는 길을 경복궁 돌담길이라고 부른다. 2.6km쯤 이어지는 그 길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온전히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의 1.1km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긴 코스다. 천천히 걸으면 보통 40분~1시간쯤이 걸린다.
경복궁돌담길 서쪽길에서는 아름드리 가로수들과 돌담의 고풍이 어우러진다. ⓒ염승화
경복궁 돌담길은 영국 대사관 등 다른 건축물 때문에 길이 막혀 제대로 한 바퀴 돌 수 없었던 옛 덕수궁 돌담길처럼 오랜 기간 일반 시민들의 통행이 어려웠었다. 하지만 지지난해 6월 청와대 앞길이자 경복궁 북쪽길인 청와대로가 전면 개방되어 시민의 거리로 탄생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그 길을 지나 돌담길을 완전히 한 바퀴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복궁 돌담길의 특징은 우선 그곳 동서남북에 각각 설치돼 있는 4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여느 고궁 돌담길에서는 쉬 볼 수 없는 큰 문들인 동문-건춘문(建春門), 서문-영추문(迎秋門), 남문-광화문(光化門), 북문- 신무문(神武門) 등을 만날 수 있다. 다음 특징은 돌담길이 경복궁의 서쪽과 동쪽에 있는 문화 동네인 서촌과 북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역사와 문화 여정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돌담길인 것이다.
경복궁 돌담길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바로 연결된다. 그 옆 광화문 방면 효자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경복궁 돌담 모퉁이에 바투 붙어 있는 쪽문이 나타난다. 그곳은 돌담길 서쪽과 남쪽으로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일제가 헐어버린 서십자각이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모두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기에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무방하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가면 된다.
경복궁돌담길 영추문 앞을 자전거 인력거가 지나고 있다 ⓒ염승화
기자는 시게방향, 즉 서쪽길로 방향을 잡았다. 국립고궁박물관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높은 돌담이 쌓여 있는 경복궁 돌담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지점은 가로수 대부분이 아름드리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돌담과 고목이 뿜어내는 고풍이 서로 적절히 어우러지는 듯한 느낌이 큰 곳이다. 서쪽 길을 걷자마자 곧 영추문이 나타난다. 이 문은 일제 치하에서 헐렸다가 1975년에 복원된 것이다. 과거의 돌담길처럼 오랜 세월 통재돼 있다가 지난해 개방되었다.
경복궁돌담길-북쪽길에서 만난 돌담, 축대 위에 놓인 경복궁 돌담길 ⓒ염승화
효자삼거리를 왼쪽으로 끼고 돌면서부터는 북쪽길이 펼쳐진다. 정원 같이 아름다운 길을 조금 지나니 신무문이 보인다. 이 문은 옛날에는 북악산의 노기를 막느라고 늘 닫혀 있었다고 한다. 그 앞은 청와대를 마주하는 지점이기도 해서 신무문이나 청와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경복궁돌담길-북쪽 청와대길 연변의 돌담길, 정원처럼 아름다운 돌담길도 지난다.ⓒ염승화
북쪽길은 지대가 높은 탓인지 축대 위에 쌓여 있는 돌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기단처럼 축대를 놓은 위에 돌담을 올려놓은 색다른 형태의 돌담이다. 동쪽 길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돌담이 언덕 위에서 다시 평지로 내려서게 된다. 그렇기에 이 지역의 돌담은 고개를 제법 젖히고 바라봐야 끝이 보일 만큼 높게 쌓여있다.
동쪽길에서는 학고재, 국립현대미술관 등 길 맞은편 북촌에 즐비한 문화 공간들을 바라보며 지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추문과 비슷하게 생긴 건춘문도 만난다. 이 문은 고종 2년 경복궁 복원시에 재차 지은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문반들이 드나들었고, 일제 때는 경복궁의 정문으로 쓰였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과 그 앞 좌우에 놓여 있는 해태상 ⓒ염승화
동쪽 돌담길 끝은 남쪽과 잇닿는 지점이다, 그곳에서는 경복궁의 망루였던 동십자각을 만날 수 있다. 파괴된 서십자각에 비하면 불행 중 다행이다 싶으나 그것 또한 그 앞으로 길이 나면서 돌담과 분리되는 운명에 처해졌었다. 동십자각을 뒤로 하고 곡선 길을 돌아서면 드디어 남쪽 돌담길이 펼쳐진다.
광화문의 위용은 멀리서도 감지된다. 경복궁의 정문 답게 여느 문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문도 3개나 된다. 성벽 모양에 가까운 돌담의 규모도 마찬가지다. 소실과 파괴 등으로 부침이 심했던 광화문과 그 앞 해태상을 마주하고는 발걸음을 멈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겼음에도 해태상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 월대 복원 추진 등 제 모습 찾기 사업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해태상이 바른 자리를 찾기 바라본다. 조금 남은 돌담길을 마저 걷는다. 눈 안에 기자의 돌담길 걷기 출발 지점이었던 서십자각 자리가 들어찬다.
경복궁 돌담길은 무엇보다도 고즈넉한 길이기에 한갓지게 돌담길의 정취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혼자 걸어도 좋고, 여럿이 걸어도 좋다. 물론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좋고, 두런두런 대화 나누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좋은 곳이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역사와 문화와 낭만이 공존하는 경복궁 돌담길을 걸으며 가을을 음미해 보면 어떨까싶다.
■ 경복궁 돌담길 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세종로1-1) 경복궁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 도보 1분 > 효자로 횡단보도 > 경복궁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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