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관장 "고등시절 나의 작가는 헤르만헤세"
발행일 2019.09.04. 14:21
서울시립과학관 전경
9월 1일 서울시 청소년 시민기자 8명은 서울시립 과학관 탐방 후 이정모 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내내 그는 과학관과 과학에 대해 무한 애정을 발산하였고 그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시립과학관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정모 관장의 동네 아저씨처럼 순박한 인상과 옷차림은 과학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닌 쉽고도 일상적인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일지도 모른다. 이정모 관장과의 인터뷰 중 청소년들이 흥미를 끌만한 것들을 모아 보았다.
Q 서울 시립 과학관은 다른 과학관과 다르게 의자가 많은데요. 어떤 점을 고려한 것인가요?
보통 대부분의 과학관은 보는 곳 이에요. 쭉 보다가 멋진 곳에서 사진 찍고 가는데 우리는 그거 하지 말자고 했어요. 보기 위해서는 과학관을 오는 것보다 유튜브가 훨씬 좋아요. 유튜브가 훨씬 더 잘 보여줘요. 과학관은 '보는 곳'이 아니라 '하는 곳' 이어야겠는 생각을 합니다. 한다는 건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앉아야 돼요. 앉아서 끈기 있게 거기 있는 설명을 읽어 보고 작동 해 보고 이런 거죠. 몇 가지는 40분씩 걸리는 것도 있어요. 데카르트와 뉴턴이 하는 대칭이동 반사이동 등은 한 40분 걸려요. 실제로 해보는 친구들도 있어요. 직접 하면 대칭이동과 반사이동 등등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끈기 있게 해 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의자들을 많이 갖다 놨어요.
순박하고 푸근한 인상을 가진 이정모 관장과 청소년 기자들의 인터뷰 모습
Q 청소년들에게 과학은 어려운 과목인데요. 과학과 친구가 될 수 있고 더 잘 배울 수 있는 비법이 있나요?
없어요. 비법이 있어서 알려지면 더 이상 비법이 아니죠. 과학은 어려워요. 그런데 과학만 어렵나요? 영어도 어렵고 수학도 역사도, 철학도 다 어렵지요. 그런데 왜 유독 과학이 더 어렵게 느껴지냐면 다른 건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읽을 수가 있어요.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잖아요. 신문의 경제면을 읽어봐요. 우리 다 읽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과학은 다른 언어로 되어 있어요. 수학이라는 언어로요. 그리고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그래프로 되어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어렵게 느껴져요. 영어가 왜 어려울까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외국에 살아서 그 언어가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죠. 과학도 마찬가지예요. 수학언어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아요. 과학자들은 말로 할 수 있는 것도 수학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괜히 그래프를 그리려고 하고. 왜냐하면 그게 훨씬 더 아름답고 편하기 때문이예요. 더 명확하기도 하고요.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것은 과학의 언어를 체득한다고 보면 되요. 내가 미국에 가서 예술을 하려고 하면 영어를 해야 하고, 독일에 가서 문학을 공부하려고 하면 독일어를 해야 하듯이 과학을 하려면 수학을 해야되요. 수학이라는 언어를 해야 과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가 있는거예요. 과학은 또 암기예요. 구구단 암기했듯이 주기율표를 다 외우면 화학이 아주 쉬워져요. 기본적으로 암기라는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기타를 쳐도 코드를 암기해야 하잖아요. 과학은 문턱이 조금 더 높아요.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과학은 한 번 외우면 평생 써 먹을 수 있어요. 천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아요.
Q 관장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5시쯤 기상해서 두 시간 정도 글을 써요. 그리고 출근해요. 그러면 8시쯤 되요. 그 다음부턴 과학관에 쭈욱 있고, 저녁 때 집에 가요. 또는 강연을 가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써요. 지난 6월 부터는 퇴근 후 걷고 있어요. 하루에 2시간 반 정도 낮에 5km, 밤에 15km를 걷는데 그 이유가 살을 빼기 위해서예요. 지금은 많이 뺐어요. 10월부터는 다시 책을 읽을 거예요. TV는 안 보고 밤 12~1시쯤 잠자리에 들어요.
Q 청소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사실 책 추천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예요. 추천도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여러분, 돈을 가지고 일단서점에 가는거예요. 서점에 가서 책 한권을 사요. 그리고 나중에 후회해요. 자꾸 그러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이 나와요. 과학사에서부터 식품에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관심사는 다 달라요. 우주에 관심 있어서 코스모스 책을 보는데 너무 두꺼워요. 그래서 아닌 것 같다면 과학책 보다는 문학책을 읽어봐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자기 작가 한 명은 있어야 돼요. 내가 고 2때 나의 작가는 헤르만헤세였어요. 그 사람 책은 다 읽어야 되고, 그 사람 얘기하면 내가 꼭 껴야되기도 하고. 그러다 다른 작가로 옮겨 가지만 그래도 시작하는 작가 한명은 있어야 되요. 중학교 때 부터 시작해요. 왜 필요하냐면. 과학책은 논리적으로 쓰여있어서 백권 읽어봐야 독서력이 늘지 않아요. 너무나 잘 쓰여져 있기 때문에 그래요. 책을 빨리 읽으려면 문학책을 많이 읽으면 되요. 문학책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많아요. 그래서 독서력이 늘어요. 그래서 저는 청소년 친구들이 문학책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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