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백사골 계곡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9.08. 00:00

수정일 2004.09.08. 00:00

조회 3,576



시민기자 전흥진


서울이면서도 서울 같지 않은 곳, 도심 속의 생태보전지역1호이며 인근에 사는 사람조차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살아간다는 부암동을 찾아 나섰다.

자하문 터널을 지나서 하림각 버스정류장 맞은편으로 보이는 예홍 어린이집 푯말을 따라 걷자니, 승용차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워 보일정도로 수직으로 가파른 고갯길이 나타나, 10분 이상을 헉헉거리며 올랐다.
포장도로가 끝난 지점에 있는 간판조차 없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식히고, 땀을 닦았다.

독특해 보이는 검정색 건물 아래쪽으로 보이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바위에 ‘백석동천’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한문으로 새겨져 있다.
소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밀림에 가까울 정도로 숲이 우거진 고요한 장소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물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백사골 계곡에는 놀랍게도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바위와 물을 따라 위쪽으로 오르려니, 울창한 나무지붕이 하늘과 햇빛을 가리는 곳도 있고, 빽빽한 나무숲 자체가 초록의 벽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아휴 깜짝이야. 죄송하지만 아주머니는 이곳에 사시는 분이신가요?”
“이곳에 산지 올해로 6년째에요. 약수 물 떠다 먹으며 작은 텃밭을 갈고 마음 편히 살다보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겨요.“
호박, 토란, 가지와 배추 등 가려져 있던 아주머니의 작은 텃밭에선 평화가 느껴졌다.

계곡물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왠지 이곳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온 가족이 물 적시며 놀았던 내 어릴 적 추억의 장소인 것만 같다.
옛 여인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던 풍경이 절로 떠오르는 펑퍼짐한 바위도 보인다.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물이 많았는데, 땅 아래쪽으로 내부순환도로가 뚫리면서 수맥이 차단되어 물이 급격히 줄었단다.

숲 사이로 수초가 우거진 커다란 연못이 나왔다. 연못 가장자리에 세워진 커다란 돌기둥들에 의문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정자를 짓기 위한 기초석 들이다.
연못 위쪽으로는 별서(자연에 은둔하기 위한 별저)자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모 재벌 그룹이 이곳에 특급호텔을 지을 욕심을 부렸다는 소문이 들릴만한 비경의 숲이다. 군데군데 도룡뇽, 두꺼비, 개구리가 서식하는 아름다운 생태지역을 보존하자는 팻말이 보였다.

연못 아래쪽으로 10분정도 걷자니, 예상치 못했던 ‘삼각산 현통사’라는 절이 나타났고, 절 옆쪽으로는 시원한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옛날처럼 느껴지는 도심 속 원시의 비경이 따뜻한 기억처럼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 교통 :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로 나와서 자하문 방향 시내버스 타고 하림각 앞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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