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 삼청각은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9.07. 00:00

수정일 2004.09.07. 00:00

조회 1,999



시민기자 진보라


삼청각,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그 곳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실까?
나는 그저 예전에 고급 요정이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라 알고 있었다.
청와대도 그렇고 상첨동 거리나 삼청각은 왠지 나 같은 일반 사람들이 다가서기 어려운 느낌이 난다. 삼청각이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 거듭난지 3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1972년에 준공된 삼청각은 7·4 남북공동성명 직후에 남북적십자 대표단의 만찬을 베풀었던 장소이다.
그동안 국빈의 접대와 정치적 회담을 위한 고급요정으로 배타적인 이미지가 있었으나 서울시에서 인수,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면서 2001년 3월 26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삼청각 전통문화시설 조성사업 보고회를 개최한 것을 기점으로 6월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해 10월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서는 길. 삼청각은 조용했다. 삼청각은 성북동에 있지만 직접 가는 대중교통이 없다. 대신 무료셔틀 버스(오전10~오후10까지 운행)가 있어 서울광장에서 타거나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동십자각까지 걸어간 뒤 금호 미술관, 현대 갤러리를 보고 그곳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도 된다.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탈 수 있다.(30분 간격)

청와대 뒤쪽에 위치한 삼청각은 가까이에는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등 가볼 만한 전통문화 명소들이 있어서 한국의 전통문화의 중심지로서도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궁궐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소나무들이 있을 수 있을까? 그동안 일반인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삼청각은 이제 아이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친구들과 산책을 하며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보금자리로 변화했다.
조경에 있어서 경복궁이나 창경궁보다 훨씬 아름다운 듯 했다. 서울 어디서 이런 공간을 볼 것인가? 이곳에는 고요함과 편안함만이 흐른다. 구경 온 노부부는 아무 말도 없이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삼청각에는 4개의 중요 건물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례, 규방공예, 가야금,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일화당은 삼청각의 중심 건물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직후에 남북적십자대표단의 만찬을 베풀었던 장소로서, 일화(一和)라는 이름에는 남북이 하나됨을 소망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지상 2층 지하 2층의 건물로 공연장과 한식당 아사달 전통 찻집인 청다원 등의 내부 시설이 있다. 식사 가격은 호텔 수준으로 좀 비싸지만 차를 마시기에는 무리가 없다. 테라스에 놓여진 티 테이블에서 묘한 조화가 느껴졌다.

유하정(幽霞亭)은 팔각정의 모양을 한 한옥건물로서, 우리 전통의 소리를 배우는 곳이다.
즉 판소리, 민요, 대금, 가야금 등의 강좌가 상시적으로 개설되며 무형문화재 등 명인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하루 코스에서부터 4개월 강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청천당(聽泉堂)과 천추당(千秋堂)은 전통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다례, 규방공예, 도자기공예 등 다양한 전통문화교실이 열리며, 전통 다도와 같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그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을은 그 이름만 들어도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있지 않은가? 삼청각도 이제는 예전의 이미지를 버리고 다가왔다.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하는데...답답한 커피숍 보다는 삼청각에 가보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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