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도서관

admin

발행일 2008.03.21. 00:00

수정일 2008.03.21. 00:00

조회 2,025

비슷비슷한 모양의 다세대 주택이 늘어선 은평구 대조동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면 예쁜 3층짜리 원목 건물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건물 담벼락 한 켠에는 초록색 대나무가 길게 키를 늘여 서 있다. 이곳은 아이들의 밝은 내일이 자라는 곳, 대조동 꿈나무 어린이 도서관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읽는 재미

“학교 책보다 재미있는 게 많아서 더 좋아요”
“친구랑 손잡고 오니까 너무 신나요”
동네 한가운데 들어앉은 꿈나무 어린이 도서관. 여기서 아이들은 책 속의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내일을 향한 푸른 꿈을 키워간다. 대조동에 어린이 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지난 2002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독서지도에 어려움을 느낀 이미경 실장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당시 문화센터 독서지도사 과정을 밟고 있던 이미경 실장은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대조동 주민자치회의에 건의한다. 마침 청사 신축을 추진하던 주민자치센터는 흔쾌히 자투리 공간 10여 평을 도서관으로 꾸몄다. 하지만 이내 어린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이미경 실장을 비롯한 지역 어머니들은 다시 도서관 신축에 발 벗고 나선다. 파출소 이전부지를 도서관으로 활용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기적의 도서관 신청을 하는 한편, 자치구와 서울시를 비롯한 사회단체에 꾸준히 도서관 신축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도서관 설립을 일부 지원하겠다는 것. 어린이 도서관 설립신청제안서가 채택됐던 것이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반전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잇따라 서울시와 자치구도 도서관 신축 지원을 약속했고, 드디어 아이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따뜻한 온돌과 탁자를 갖춘 도서관이 2002년 문을 열었다. 1년에 두 차례 도서구입과 건물관리는 자치센터에서 맡지만 서가정리, 영화상영, 마을 축제 등의 문화프로그램과 도서관 운영은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사회적지지 서비스

도서관 설립에 산파역할을 한 이미경 자원봉사 실장은 “서울시가 최근 시행하는 보육료 지원서비스가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것이라면 어린이도서관은 가정에서 고립돼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라며 “이들은 대부분 도서관 자원봉사도 겸하고 있어 도서관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사회적지지 서비스의 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서관은 27명의 어머니들이 하루 4시간, 1주일에 하루씩 꼬박꼬박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동사무소에서 지급되는 1일 식비 5천원조차 모두 모아서 경비나 모임 회비로 사용하는 등 순수한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는 것.
지금까지 거쳐 간 자원봉사자만도 100여명이 넘고, 찾아오는 어린이들이 하루 200여명이 넘을 때도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어머니들의 책에 대한 욕구와 지적 갈망도 대단하다. 이미경 실장은 어린이들이 문화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작은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을 최고의 보람이라고 말한다.
책에 몰두한 어린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즐비하게 늘어선 손때 묻은 책, 함께 봉사하는 동료들의 따뜻한 손길…. 이미경 실장과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장면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서울뉴스/유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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