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운현궁에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8.12. 00:00

수정일 2004.08.12. 00:00

조회 1,832



시민기자 김은옥


서울에는 멋있는 고궁들이 5개 있다.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 경희궁. 이 중에서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만을 가 본 듯 하다. 나머지 두 고궁은 가보지 않았지만 다른 궁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역시나 멋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서 주말에 꼭 들려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궁은 5개의 고궁 중 그 어느 하나가 아니고 바로 흥선대원군의 생가인 운현궁이다. 궁이라고 붙여진 곳 중에서 가장 조그만 곳이지만 가장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곳이다.

운현궁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넓었는지는 모르지만 2만평이 넘는 대 저택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외관상으로 보면 위의 5개 고궁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그저 옛날 높은 신분의 양반집 정도로만 생각되어질 수 있는 규모이다.

운현궁의 구조는 안채인 노락당(老樂堂), 흥선대원군이 사랑채로 쓴 노안당(老安堂), 별채인 이로당(二老堂) 이렇게 세부분으로 나눠진다.
건축학자 역사학자 등이 아닌 그저 우리 일반인들은 이 세 곳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2년 전에 들렀을 때와 며칠 전에 들렀을 때는 노안당으로 들어가서 노락당, 이로당을 거쳐 나오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 이유는 바로 토요일 일요일 이곳에서 안내를 해 주시는 분 덕택이다.

성함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궁관련 업무를 담당하셨던 공무원이셨다는 그 분은 정년퇴직 후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현궁 안내에 대한 자원봉사를 계속 하고 계시다고 한다.
맨 처음 운현궁을 들어가면서 그 분께 안내를 부탁드리면 그 분은 우리를 노안당 들어가는 문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노안당, 노락당, 이로당의 뜻풀이를 해 주시면서 왜 지어졌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당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간략한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난 후 노안당이라고 써 있는 현판, 기단, 마당, 대들보, 연꽃을 키우면서 먹물로도 사용하고 만약의 화재에 대비하여 물을 받아놓는 것 - 정확히 말씀해주셨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처마 밑에 물고기를 매달아 놓는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다 마치신 후에야 비로소 노락당으로 우리를 안내해주신다.

노락당에서는 노락당 구조에 관련한 이야기부터, 이로당이 지어진 이유, 고종과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고 뒷마당으로 건너가면 일제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 다음엔 나뭇가지를 찾아 들으시고는 마당에 글자를 써 가면서 음양오행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에 관련된 서울의 4대문 이야기를 해주신다.
한참을 설명해 주시고 나머지 운현궁에 대해 짧게 설명을 해주시고 안내를 마치신다. 그 분 덕에 무심코 보고 지나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 분의 말씀을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자료도 많다고 하지만 운현궁에서 안내를 해 주신 그 분이 말씀하신 자세하고 재밌는 내용까지는 찾기 힘들다.

그 분께 들은 내용들을 이 곳에 자세히 적지 않은 것은 물론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꼭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운현궁에 가서 그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공부하고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나도 다음엔 메모지를 준비해서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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