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독립공원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7.21. 00:00

수정일 2004.07.21. 00:00

조회 1,610



시민기자 진보라


서울을 다니다 보면 의외의 장소에서 중요한 것을 볼 때가 있다. 이것이 가끔 시내를 할일 없이 돌아다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며칠 전 서대문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생각보다 일찍 일이 끝나서 시간이 비었다.
뭘 구경할 것이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의주로를 걸어가다 독립문이라는 표시를 보게 되었다.
여기 근처에 독립문이 있나보다. 국사책에서 본 것하고 똑같은가? 얼른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걸었다.

그곳에는 독립문과 독립공원,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함께 있었다.
독립문은 원래 종로구 교북동(橋北洞)에 있던 것을 공사 관계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꽤 웅장하게 생긴 독립문은 솔직히 도시에서 버려진 건물처럼 쓸쓸했다. 꼭 외국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의 개선문의 경우 국민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꼭 들렸다 가는 곳이다. 그에 비해 독립문은 도시에서 외떨어진 듯 했다.
독립문을 지나자 서대문 독립 공원이 나왔다. 서대문 독립 공원은 독립관을 복원하고 공원을 조성하여 1992년에 개원했다. 깔끔한 안내판과 정리가 잘 된 공원 내부는 근처 사람들이 산책하기에 좋아 보였다.

공원 내에서는 3.1 운동 기념탑, 순국선열 추념탑, 서재필 선생 동상 등이 있었다. 솔직히 그동안 독립 기념관과 현충원을 많이 가보았기 때문에 그 곳에 있는 것과 비슷한 상징물을 보며 이것을 또 만들어 놓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생각했다. 학교에서 현장 교육을 나온 듯한 학생들도 자신들의 사진 찍기에만 바빴을 뿐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기념물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독립 공원 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이었다.
1912년 서대문감옥, 1923년 서대문형무소, 1946년 경성형무소, 1950년 서울형무소, 1961년 서울교도소 등의 명칭을 거쳐 1967년 서울구치소로 개칭되었고,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이후 1998년 사적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역사관은 1998년에 개원하여 옥사와 망루 시구문등을 원형대로 복원했다.

나는 입구에서 입장료를 보며 들어갈까 말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다른 시설보다 약간 비싸다고 느꼈고 안에 특별한 볼 것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는 무서운 것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들어가서도 내부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다가 나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옆의 학생들은 줄을 서서 차례차례 들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많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나도 들어갔다.
1층은 추모의장으로 영상실, 안내실, 기획전시실, 자료실 등이 있었다. 학생들은 단체로 영상실에서 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나는 크게 별다른 점을 못 느끼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역사의 장으로 민족저항실, 형무소역사실, 옥중생활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네킹 모형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놓았다.

나는 다른 곳을 보고 마지막 부분인 옥중 생활실로 들어갔다가 슬그머니 물러섰다. 아무리 마네킹 모형이라고 해도 도저히 혼자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혼자 왔다는 후회를 하며 학생들이 언제 2층으로 올라오나 기다리며 혼자서 멍청히 기다렸다. 조금 뒤에 온 남학생들은 과감하게 벽관(관처럼 생긴 감옥. 2~3일만 있으면 정신 마비가 된다고 한다)이라는 체험 장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옥중 생활실을 둘러보면서 학생들의 입에서는 일본을 비방하는 거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말은 지하 1층에 있는 체험의장에서는 일본에 대한 욕으로 바뀌었다. 지하 1층에는 임시 구금실과 고문실이 있었는데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했다. 체험실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나는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밖에서는 서대문 형무소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공원 같은 아기자기한 나무들이 서 있었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 곳은 참으로 마음 아픈 역사의 한부분이다. 내가 살아온 시대가 아니어서 몸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꼭 기억해야 하는 시대. 나와 함께 했던 오늘의 그 학생들도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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