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이렇게 울창 했어요?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8.12. 00:00

수정일 2004.08.12. 00:00

조회 1,413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도 우리에겐 매우 소중한 자연이지요

“느티나무가 왜 느티나무인줄 아세요? 느티나무는 정자나무로 마을입구에 서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런 식에 어디서나 늘 티가 나는 나무라 해서 느티나무라고 해요.”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도 소중한 우리의 자연이기에 존재 그 자체가 고맙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숲 해설가 김경녀(45세,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홍보과 근무)씨.
그는 어린 시절 풀과 나무가 있고 눈만 돌리면 숲이 보이는 그런 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랫동안 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어서 그는 보도블록 사이로 삐죽이 얼굴을 내민 풀만 보아도 가슴 떨리는 그런 경험을 해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항상 푸름에 묶어 놓고 생활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숲 해설가 교육을 받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 만 4년째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남산을 설명하기에 2시간은 너무 짧아요

“남산에서만 3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남산은 알면 알수록 정답고 매력적인 우리의 산이에요.”
서울의 허파인 남산은 서울 한가운데 의연하게 서서 서울시민들에게 푸르름을 제공하는 한편 혼탁한 공기도 걸러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서울시민들은 남산을 너무 모르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김경녀씨.
그는 남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일 때 가장 많이 놀란다.
“생각보다 산이 울창하네요...”
탐방객들이 내뱉는 그 한마디에 그는 남산은 90만평의 규모에 비해 식생은 500종 이상이 될 정도로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시 생태의 보고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매년 4월에서 11월까지 1,3주 일요일 오전에 운영하는 남산 숲속여행 프로그램은 비가와도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신청해 놓고 ‘혹여 날씨 관계로 취소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밝다.
“남산에는 식물원이 있잖아요? 우선 식물원에서 할 수 있는 숲 이야기를 한 후 비가 오는데도 계속 진행할까요? 라고 탐방객들에게 물어보면 참가자의 90%이상이 그대로 진행하자고 해요.”
그러면서 그는 비가 오는 날 남산에 오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

"산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해요. 그러다보니 3년 동안 남산을 설명하면서 한 번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숲의 생태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산을 오르다보면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온 꿩, 멧비둘기, 박새, 직박구리 등도 모두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고 말하는 그는 경복궁을 지을 당시 풍수지리상 남산을 안산으로 했다는 남산의 역사성까지 곁들여 이야기하다보면 그에게 주어진 2시간이 훌쩍 넘어 있기 일쑤라고 이야기한다.

숲속대변인의 삶은 내게 또 다른 축복

“저는 제가 숲 해설가로 활동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자신이 숲 해설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김경녀씨.
그는 자연에 대해 그리고 소중한 우리의 환경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며 숲속대변인이 된 이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 아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도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있다. 남산의 경우는 가족단위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례가 많은데 아주 가끔은 산만한 아이들에게 전혀 제재를 가하지 않는 부모들을 보면 김씨는 속이 상한다. 여러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전혀 개의치 않고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부모들. 숲이라는 그래서 각자 조금씩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는 곳에서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프로그램 활용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는데 왜 그 부분을 놓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속내의를 털어 놓는 그에게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로 인해 수업에 지장 받는 일만 없다면 이 일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었노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단다.

서울시민 모두가 숲 해설가가 되었으면...

“일반 시민들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9개산의 숲속여행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한다면 어느 순간 숲 해설가가 되어 있는 본인을 발견할 거예요.”
그는 서울시민 모두가 숲 해설가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자연을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는 숲속 대변인이 된 이후 자신의 생활 자체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밝힌다.
“그 전에 비해 자연에 해가 되는 일은 가능한 하지 않으려 노력을 하는 편이예요.” 라며 활짝 웃는 그 모습에서 그가 자연을 사랑하는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경녀씨는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안 남기기, 물 절약, 에너지절약 등 환경에 위해가 되는 일 자체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물론 불가피한 경우에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생활 자체가 친환경적이 될 수밖에.

서울시가 2000년도에 처음 시작한 숲속여행 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하면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숲을 찾는 탐방객도 꾸준히 늘고 있어 이 일에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김경녀씨는 자신이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하이서울뉴스 / 권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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