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시 홍보대사 보아 등 올 한국을 빛내다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2.24. 00:00

수정일 200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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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고건·이승엽·미셀위 등도 최종 경합

주간조선은 2003년 ‘올해의 인물’로 휴대폰을 선정했다. 한국제 휴대폰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명성을 날리며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 휴대폰을 ‘올해의 인물’로 만들었다. ‘올해의 인물’로 휴대폰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인물은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안대희(安大熙) 대검찰청 중수부장,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고건(高建) 국무총리였다.
‘올해의 인물’에 인격체가 아닌 비인격체가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는 거스 히딩크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2002년을 빛낸 인물로 뽑힌 바 있다.

이번 결과는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인물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조차도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그만큼 2003년은 한국인에게 기쁨보다는 고통, 희망보다는 절망, 긍정보다는 부정이 많았던 한 해였다는 뜻으로 판단된다.
주간조선이 설정한 ‘올해의 인물’의 기준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뉴스의 인물이 아니었다. 사회와 국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크게 미친 인물을 선정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이 결과로 국민 모두의 귀감(龜鑑·rolemodel)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주간조선은 먼저 분야별로 긍정적 영향을 끼친 인물을 취합했다. 2003년 한 해 동안 조선일보와 주간조선을 크게 장식한 인물들을 추렸고 주간조선 기자들과 편집국 기자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이렇게 한 결과 대상자가 10여명으로 압축되었다. 정치인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대했다가 실망이 컸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았다. 한국 사회가 처한 혼란과 곤경에 많은 원인 제공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치권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올 한 해 정치권이 국민들을 즐겁고 편안하게 하지 못하고 짜증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뜻도 된다.

2004년에도 한국 먹여 살릴 기업, 삼성전자

10여명으로 압축된 ‘올해의 인물’ 후보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라는 측면에서 삼성그룹이 압도적이었고 특히 삼성전자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공로로 이건희 회장이 추천되었다. 삼성전자는 흔히 한국의 대기업들 중에서 ‘한국을 먹여살리는 기업’이라는 별칭이 붙곤 한다.

핀란드를 먹여 살리는 게 노키아인 것처럼 올해와 마찬가지로 2004년에도 한국을 빛낼 대표 주자는 삼성전자라는 데 이론이 없었다. 재벌 2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성공한 2세로서 이건희 회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많았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게 삼성전자고, 그 삼성전자를 일으켜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게 사실상 이건희 회장이므로 그가 ‘올해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였다. 또한 현재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휴대폰 역시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을 ‘올해의 인물’로 하자는 데 대해 반대논리도 강하게 나왔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검찰로부터 탈법 상속 의혹을 받고 있고 삼성그룹이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 152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건희 회장을 선정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였다.

차선책으로 나온 것이 인물이 아닌 ‘삼성전자’ 법인을 선정하자는 견해와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장을 뽑자는 주장이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중요 부품인 플래시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일본의 도시바만이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황창규 사장의 경우 삼성전자의 오늘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어 탈락됐다.
결국 주간조선 편집진은 난상토론 끝에 인물도 법인도 아닌 휴대폰을 ‘올해의 인물’로 결정했다. 비인격체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휴대폰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휴대폰 강국(强國)이다.

휴대폰만큼 한국 경제의 발달과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것도 없으며 한국인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기기(器機)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높은 평점을 얻은 인물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이명박 서울시장에게는 ‘일을 안하고 입으로 사는 사람들이 주류인 세태에서 일하는 사람이 서울시장을 맡아 청계천 복원공사를 진두진휘해 1차 성공했다’는 이유가 제시되었다. 이명박 시장이 서울을 바꾸기 시작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견해였다.

“이 정부 들어와 방폐장 문제, 나이스(NEIS) 문제 등 뭐 하나 된 게 없지 않느냐?”라는 여론도 한몫했다. 수많은 반대와 회의적 시각을 이기고 청계천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한 것은 이명박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논리가 우세했다. 결국 청계천 복원으로 도시에 자연을 되돌려놓아 서울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시장이 ‘올해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을 반대하는 이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직 청계천 복원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의한 이벤트성 프로젝트에 높은 점수를 줘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렇게 되어 결국 이명박 시장은 ‘올해의 인물’에서 탈락했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을 지지한 이유로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불법대선자금을 철저히 파헤침으로써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투명한 정치자금의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정치개혁의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올해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낙점에 반대하는 이유는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여야 모두에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지 않는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칼날이 대선의 ‘승자’인 집권당보다 ‘패자’인 야당에 집중돼 있으며 안 부장과 노 대통령 간의 사적인 관계, 노 대통령의 임기가 향후 4년 더 남아있다는 현실 등을 볼 때 아직까지는 이번 수사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해 결국 유보됐다.

고건 국무총리는 ‘불안한 노무현 정권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거명됐다. 초기에는 경험 많은 원로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정국에서 최소한의 권위와 무게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떠드는 자들보다는 제 할 일을 묵묵히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추천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고건 총리 역시 뚜렷하게 보여준 업적이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들 외에 가수, 스포츠스타, 사회사업가 등등이 ‘올해의 인물’로 추천되었다. 가수 보아의 경우 1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크게 성공해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국위를 크게 선양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됐다.

이승엽 선수 역시 한국인으로 일본의 왕정치가 갖고 있던 홈런 기록(55개)을 넘어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달성했다는 점, 미셸 위 역시 10대의 나이지만 탁월한 실력과 매력적인 외모로 LPGA에 선풍적 인기를 몰고 왔다는 점이 ‘올해의 인물’ 추천 이유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을 빛낸 인물인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주간조선이 설정한 ‘올해의 인물’의 기준에는 미흡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모은 305억원의 재산을 부산대학교에 선뜻 기증한 송금조 태양회장, 세계 11번째이자 국내에선 세 번째로 8000m급 이상 고봉 14개를 완등한 산악인 한왕용씨,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서경석 목사, 한국인 최초로 WHO사무총장에 당선된 이종욱씨도 논의의 대상에 올랐었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map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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