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잔해의 아름다움!-선유도와 청계천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2.23. 00:00
한강 선유도공원 안에 있는 ‘녹색 기둥의 정원’. 누군가 서울의 명소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이 곳을 소개하고 싶다. 지붕이 사라지고 폐허처럼 남아있는 콘크리트 기둥, 그 기둥 사이사이로 뒹굴고 있는 세월의 흔적, 삭막한 콘크리트 기둥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애잔한 낭만. 규모는 작지만 마치 고대 로마 유적지를 연상시킨다. 서울 도심의 현대 건축 공간 가운데 이처럼 야릇한 매력을 풍기는 곳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선유도공원을 각종 수생식물이 자라는 생태학습공원, 야경(夜景)이 멋진 공원으로 이해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콘크리트 건축물 잔해의 아름다움이다. 이곳은 2002년 선유도 정수사업소의 수돗물 정수처리 건물을 재활용해 조성됐다. 부서진 콘크리트 벽을 따라 걷다보면 과거를 여행하는 듯
‘녹색 기둥의 정원’ 옆으로는 정수장 건물의 벽이 적당히 헐린 채 폐허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폐허가 아니다. 건물 벽의 잔해에선 식물이 자라고 꽃이 핀다. 부서진 콘크리트 벽을 따라 걷다보면 과거를 여행하는 듯한 낭만이 밀려온다. 2002년 당시 이곳의 조경 설계에 참가했던 조경디자이너 정우건씨는 이렇게 말한다. “세월의 흔적을 살리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콘크리트라는 삭막한 물질이지만 거기에 시간이 중첩되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흔적의 아름다움이죠. 앞으로 누군가가 이곳을 리모델링하거나 보수하더라도 그 세월의 흔적은 계속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청계천의 역사와 의미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 될 것 서울을 둘러보면 ‘녹색 기둥의 정원’처럼 꾸밀만한 공간이 한 곳 있다. 바로 청계천 복원 공사가 한창인 청계8가 구간이다. 이곳엔 청계고가를 철거하면서 3개의 교각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훗날 복원공사가 끝난 뒤 청계천변을 걷는 사람들은 청계8가에 이르러 느닷없이 나타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교각에 놀랄 것이다. 도심에서 만나는 콘크리트 교각. 그 교각엔 청계천의 역사가 담겨 있다. 또한 그 교각은 거리 미관을 새롭게 장식하는 독특한 조형물이 될 것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그 교각은 청계천의 역사와 의미를 보여주는 서울의 중요한 문화재가 될 것이다. 단 여기엔 조건이 하나 있다. 그건 콘크리트라는 교각의 물질적 특성, 청계고가 교각이었다는 역사적 의미를 잘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고가의 잔해라는 느낌을 살려야 한다. 즉 콘크리트 잔해를 너무 가공하거나 너무 다른 무엇으로 치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다소 거칠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교각의 아름다움과 청계천 역사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녹색 기둥의 정원’에 있는 기둥들처럼, 부서져 거칠게 남아있는 잔해의 흔적이 필요하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끝나면 가장 먼저 청계8가의 교각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콘크리트 잔해의 신선한 매력!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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