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외박을 한다고? - 주박(駐泊)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1.05. 00:00
시민기자 한우진
서울 시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편리한 지하철. 하지만 막차시간이 가까워지면 배차간격이 길어지면서 막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기다림에 지치곤 하는데, 특히 막차시간에 가까운 열차들은 최종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운행을 끝내는 경우도 많아 승객들을 골탕먹이기도 한다.
원래 모든 지하철 열차는 운행이 끝나면 차량기지로 되돌아가 일일 검사를 받고, 청소 등을 한 뒤 다음날 운행에 대비하게 된다. 그런데 차량기지는 주로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시 외곽에 건설되기 때문에, 아침에 모든 열차가 이 차량기지에서 나와 시내 중심부까지 가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내 중심부에서는 아침 첫차가 너무 늦게 되고, 이것을 방지하려면 일부 차량은 차량기지에서 너무 일찍 나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른 6호선의 경우, 동쪽에만 기지가 있기 때문에(신내차량기지) 이곳에서 나온 5시 30분에 나온 첫차가 서쪽 종착역인 응암역에 도착하고 나면, 이미 6시 27분이 된다. 따라서 모든 열차가 차량기지로 돌아가면 서쪽지역은 동쪽지역에 비해 57분이나 늦게 첫차를 이용해야 하는 불합리한 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원래 지하철의 운행시간은 첫차 5시 30분, 막차 새벽 1시가 원칙이다. 따라서 이러한 운행원칙을 지키기 위해, 열차가 아침에 차량기지에서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선의 중간 중간에서 동시에 출발해야, 첫차 시각을 5시 30분에 가깝게 맞출 수가 있다. 6호선의 예를 계속 들면, 간밤에 '주박'하고 있던 열차가 오전 5시 30분경 대흥, 공덕, 한강진, 안암, 상월곡 역에서 봉화산 방면으로 동시에 출발함으로써 차량기지에서 동시에 출발할 때 생길 수 있는 시간 간격을 메워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선 중간에서 출발하는 열차들은 어디서 온 열차일까. 그리고 이 열차들이 철길에 그냥 놓여 있다면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을텐데 어디에 보관해두는 것일까. 해답은 그 전날 막차에 있다. 첫차가 차량기지에서만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듯, 막차도 차량기지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운행중인 열차들은 막차 시간인 자정이 가까워오면 차례대로 차량기지로 들어가게 되는데, 막차시간까지 차량기지로 미처 들어가지 못한 열차들은, 가까운 역에 정차하여 그날의 운행을 마치게 된다. 그리고 이 역들은 이러한 열차들을 밤새 주차시켜 둘 수 있는 '유치선'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유치선은 본선에 영향을 주지 않게 따로 설치되어 있다. 주박역 근처를 지날 때 어두운 차창 밖으로 내다보면, 다른 선로가 따로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열차가 차량기지 외에 역에서 다음 날 운행할 때까지 대기하는 것을 주박이라고 하며, 이렇게 열차가 주박할 수 있는 유치선을 갖춘 역을 '주박역'이라고 한다. 이제 왜 자정에 가까운 막차시간대에 평소 목적지만큼 가지 않고, 중간에 멈추는 열차가 나타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역에서 막차시간에 열차들을 계속 관찰하면, 종착역까지 가는 열차가 나타나다가 갑자기 사라진 후 중간역까지만 가는 열차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 중간역은 점점 현재역과 가까워지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열차들은 그 중간역을 향해 주박을 하러 가는 것이다. 지하철 회사에 올라오는 민원들 중에는 막차시간대 열차가 원래 목적지까지 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글들이 많은데, 이러한 주박열차들의 수고와 주박열차들을 운전하는 기관사들의 수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 서울지하철의 주박역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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