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미핥기'스캔들'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0.09. 00:00

수정일 2003.10.09. 00:00

조회 2,565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큰개미핥기의 인공포육

세계적 희귀종 큰개미핥기가 지난 9월 3일 2세 출산에 성공해 오는 11일부터 일반에 공개 된다.
큰개미핥기의 2세 탄생은 우리나라 동물원 사상 최초의 사건이며, 인공포육에 대한 성공사례 또한 세계 각국 동물원의 확인결과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공원에서는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그동안 철저한 비공개로 큰개미핥기의 포육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제 위험한 고비는 완전히 넘겼다는 판단에 따라 생후 40일이 되는 오늘 인공포육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고, 일반에는 내일부터 매일 10~12시, 2~4시에 서울대공원 인공포육장에서 새끼 큰개미핥기를 공개한다.

20세 노총각 몽몽이의 2세 갖기 대작전


큰개미핥기는 국제협약에 의해 집중적으로 보호받는 ‘귀한 몸’이라 최근까지 우리나라에는 이번에 아빠가 된 몽몽이(♂·83년생) 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탓에 그야말로 신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몽몽이는 지난 86년 서울대공원에 들어와 최근까지 독수공방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그러던 지난 2001년 서울대공원측은 오랜 노력 끝에 아프리카 가나 태생의 밍밍이(♀·99년생)를 들여와 지난해 1월, 드디어 합방을 시도했다.
그러나 청계산과 관악산에서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브라질 등 더운 지방에서만 살아가는 큰개미핥기의 2세 갖기 대작전은 결코 쉽지 만은 않았다.
더욱이 야생에서 10년 정도를 살아가는 큰개미핥기가 평균수명의 2배에 가까운 20년을 살면서 온 몸에 털이 빠지는 등 노쇠현상이 나타난 점을 감안한다면 몽몽이의 2세 생산 능력(?)은 결코 낙관적일 수만은 없었다.
합방 당사자들보다 더 몸이 타는 담당사육사들은,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만약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합사 50여일 전부터 창살을 사이에 둔 얼굴 익히기를 시도하는 등 합방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합사를 시도하자 몽몽이와 밍밍이의 신경전은 매우 날카로웠으며 이들의 짝짓기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질투심에 애정공세 펼친 몽몽이(♂), 드디어 아빠 되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밍밍이(♀)의 새로운 짝을 맺어주기 위해 2002년 12월 남미 출신의 건강한 신랑감 당당이(♂·2000년생)를 들여와 이들 부부와 함께 합사에 들어갔다.
그러자 의외로 사건이 발생했다.
새로 들여온 당당이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몽몽이의 밍밍이에 대한 애정공세는 적극적으로 돌변하기 시작했고, 결국 당당이는 몽몽이의 횡포로 밍밍이 곁으로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러던 지난 2월을 시작으로 몽몽이(♂)와 밍밍이(♀)의 짝짓기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물론 당당이(♂)의 접근은 몽몽이로 인해 지금껏 밍밍이에게 사랑고백 한번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말았다.

몽몽이 2세의 탄생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라’


지난 9월 3일 오전 7시30분경, 빗줄기가 쏟아지는 상황 속에 순찰을 돌던 사육사의 시야에 야외 방사장에서 움직이는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어린 핏덩이의 큰개미핥기는 호흡곤란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보통 큰개미핥기는 18~23kg의 몸무게가 나가고 새끼의 경우엔 1.5~1.7kg의 몸무게로 태어난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엔 1.14kg의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담당사육사는 다급히 어린 핏덩이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내고 옷으로 감싸 안아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인큐베이터 안에 넣어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안정을 찾은 큰개미핥기를 어미품으로 돌려주자 어미 밍밍이(♀)는 새끼를 외면해버렸고, 서울대공원측은 새끼를 인공포육장으로 옮겨 사육사의 품에서 지금까지 정성들여 길러왔다.
한편 서울대공원에서는 몽몽이(♂)와 당당이(♂) 중 누가 아빠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색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역시 세계 최초로 실시되는 것이다.

큰개미핥기 (Giant Anteater)

큰개미핥기는 중앙 남아메리카와 아르헨티나 북부지역에 분포하며 주로 밀림이나 사바나, 초원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잡식성이나 주로 개미와 유충을 먹으며 살아가곤 한다. 임신기간은 190일 만에 한 마리를 낳으며 대개 봄철에 출산한다.
이들의 형태를 살펴보면 이빨이 없고 주둥이와 혀가 가늘고 길며 머리는 매우 작다. 혀를 길게 내밀어 굴속에 있는 개미 등을 잡아(훑어먹음)먹게 되어 있다. 혀의 길이가 61㎝나 달하는 것도 있다.
직경 1~1.5㎝, 혀의 끝에 점액이 분비된다. 꼬리가 길어 부채형으로 크고 앞발의 발톱 4개중 제3지는 크고 강하여 땅을 파기에 알맞게 되어있다.
이들은 가늘고 긴 주둥이와 작은 입에서 긴 혀를 내밀어 개미나 기타 유충들을 핥아먹으며 개미집이나 고목 등을 파괴하여 그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벌레를 파헤쳐 꺼내 먹기도 한다.
또한 긴 발톱으로는 재규어와 같은 맹수의 공격도 막아 낼 수 있으며 평균수명은 사육기록으로 19년 정도이나 야생에서는 10년 정도로 나타나 있다.



하이서울뉴스 / 차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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