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의 지하철’ 굴절버스 시범운행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9.15. 00:00

수정일 2003.09.15. 00:00

조회 3,396



추석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6일과 7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상한 모양의 버스가 나타났다. 버스 두 대를 연결해 놓은 것 같은, 마치 지하철 전동차처럼 생긴 버스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늘 다니던 노선에 이상한 버스가 나타나자 시민들은 카메라나 핸드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연신 이 이상한 모양의 버스를 촬영하기에 바빴다.

이날 48번, 12-3번, 813번, 823번, 55번, 13번 노선에서 차례로 운행된 버스는 바로 서울시가 새로 도입하기로 한 굴절버스. 서울시가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와 굴절버스 제공업체인 스카니아코리아와 합동으로 실제 노선에서 시범운행 테스트를 하는 과정이었다.

길이 18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버스는 정식 코스 운행에 앞서 덕수궁을 출발해 서울역~남대문~광화문~덕수궁으로 돌아오면서 도심에서 시민들에게 먼저 선을 보였다. 이어 각 버스 노선들을 따라 운행한 굴절버스는 차량이 정체되고 마을버스들로 꽉꽉 막힌 도로도 유유히 빠져나갔고 정류소에 접근하는 데에도 별 무리가 없었다.
최소 편도 2차로가 확보된 도로에서는 좌회전 우회전을 비롯 유턴시에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3개월 시범운행, 타당성 확인되면 내년부터 도입

이틀에 걸쳐 실시된 시범운행 테스트 결과 48번 버스가 다음달 초부터 시범운행 될 노선으로 선택되었다.

서울시 교통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사전운행 노선 중에서 버스체계 개편시에 간선축으로 선정될 구간과의 중복도, 버스 한 대당 운송 수익금, 노선형태와 도로여건 등을 종합한 결과 48번 상진운수 노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48번은 석관동 기점을 출발해 외국어대학교~동대문운동장~을지로~롯데백화점~만리동고개~여의도공원~KBS~영등포역을 회차하는 노선으로 서울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하는 시내를 관통하는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3개월 동안 시범운행을 시행해 굴절버스가 서울시의 도로사정에 적합한지를 분석하여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최대 승차인원 140명, 일반 버스에 비해 3배 수송력 자랑

10월 초부터 시범운행 되는 굴절버스 차량은 지난 3월 서울시의 굴절버스 시범운행 차량제공 공모에서 선정된 스웨덴의 스카니아가 제공한 것이다. 좌석 52개, 최대 승차인원이 140명 내외로 현재 시내버스 한 대당 최대 승차인원인 50명의 3배 가량이다.

차량 길이도 보통 시내버스 길이인 11m보다 상당히 긴 편으로 18m에 이른다.
그러나 가운데 1단 굴절을 기준으로 나누면 굴절 앞부분이 10m 가량이고 굴절 뒷부분이 이보다 짧은 구조로 되어 있어 복잡한 시내교차로와 같은 어려운 코스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

밖에서 보면 차량 두 대가 연결된 모습이지만, 차량 내부에서 보면 전체가 하나처럼 느껴지는 구조에 굴절 이음새 부분이 상당히 넓어 이음새처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고 주름장식을 해놓아서 지저분해 보이지도 않는다.

또, 버스 승하차시에는 좀더 편리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버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닐링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고 승차감도 좋아 노약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보다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대량 수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버스운송업체들의 경영난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홍콩, 브라질 꾸리찌바 등에서 운행





굴절버스는 현재 영국 등 유럽의 많은 국가와 홍콩, 브라질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꿈의 도시, 대중교통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꾸리찌바에서는 이 굴절버스가 대중교통난을 해결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꾸리찌바는 지하철이 없는 대신 굴절버스가 270명을 태우고 주요 간선도로를 운행한다. 배차 간격은 길어야 5분이고 굴절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에 가는 승객은 터미널에서 일반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굴절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높은 효율성과 저렴한 경제성 때문이다. 꾸리찌바에서 굴절버스의 수송분담률은 무려 75%이며 버스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비용은 지하철 건설비용의 1/80에 불과하다.

이렇게 굴절버스를 바탕으로 철저히 버스위주로 되어있는 도로망 때문에 꾸리찌빠시에서 자가용은 주말에 교외로 나갈 때만 이용된다고 하니, 당연히 도심 교통난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되었다.

하이서울뉴스 / 차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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