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인의 날…"경제력 없는 노년은 고통"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0.01. 00:00

수정일 2003.10.01. 00:00

조회 3,107


“66살에 경비원으로 새 출발”

“오랜 세월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것이 몸에 배었는지 퇴직 후 1년간의 무직 기간이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웠다. 심한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처럼 지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그로 인한 무기력감과 우울한 마음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취업한 조한이씨(66세,가명) 수기의 일부다.
지난해 정년퇴직을 하고 무기력하고 고통스런 생활에 시달렸던 조씨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본 결과 아파트상가 경비원으로 다시 일하게 됐다.
그러나 고령의 조씨가 재취업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청년실업자가 34만명에 달하는 판에 66살이라는 나이를 쉽게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중부고령자취업알선센터의 소개로 경비원으로서 새 출발을 시작했지만 밤을 새워 근무해야 하는 힘든 업무였다.
그러나 고된 일에서 오는 피로감도 일을 하고 싶다는 조씨의 마음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조씨는 “일을 하기 전엔 무기력 했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며 “자신감 있는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 생계 위해 일자리 찾아


쉽지는 않았지만 일자리를 구한 조씨의 경우는 그나마 행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노인이라는 연령 탓에 젊은 사람들과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다. 구인업체들도 같은 값이면 젊은 사람을 쓰려고 하지 굳이 노인들을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많은 직장에서 ‘사오정’이라 해서 45세면 정년이란 말이 나오고 50세가 넘으면 아예 퇴출대상으로 분류하는 분위기이니 그대로 가면 평균수명을 80으로 잡아도 30년 안팎을 놀면서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제력 없이 그 오랜 기간을 사는건 고통일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부터 차근히 노후대비를 해온 이라면 모를까 아이들 교육비와 주택자금 대는 것만으로 등이 휘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비현실적인 말이다.
“IMF사태 이전만 해도 노인들이 취업을 원하는 주된 이유가 소일거리를 갖기 위해서였죠. 주로 여자분들이 많았구요. 그러나 IMF 이후에는 주로 남자 노인분들이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노인 취업이 청년 실업문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청년 실업문제의 해소 못지않게 노인 고용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서울시고령자취업센터 박준기 과장의 말이다.


배달원, 경비원 등 단순직 주류, 경력 살릴만한 직종 확대되어야

올 상반기에 고령자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서울시의 ‘실버취업박람회’에는 노인들의 취업욕구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었다.
단 이틀간의 행사에 연인원 2만2천여명의 노인들이 다녀갔고 1만5천 건의 이력서가 접수돼 청년취업박람회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였고, 실제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직접 연결해주는 뜻 깊은 이 행사에 220개 업체가 참가해 2천700여명에게 일자리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한편 이 행사는 실버 취업문제의 심각성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박람회를 찾은 노인들은 한결같이 직장생활에서 얻은 귀한 경험을 활용 할수 있는 분야를 원했지만 막상 취업박람회에 나온 일자리들은 경비, 매표, 청소 등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노인 인구가 경제시장에서 당당히 활동해나가기 위해서는 노인은 무조건 ‘비생산적’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6월 노동부는 고령자 우선고용직종을 경비원, 공원관리인, 주차장 관리인과 같은 단순노무직종에서 사무직 퇴직자가 전직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인사노무관리자 경영컨설턴트 등을 선정했다.
또 민간기업 우선고용직종도 고령자의 직업영역이 다양화하는 추세를 반영해 공학기술자문, 창업컨설턴트, ISO인증원 등 전문분야까지 확대했지만, 그러나 이것은 단지 ‘우선고용직종’일뿐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박준기 부장은 “톨게이트 근무나 도시가스 검침원 같은 노동 강도가 낮은 직종에 노인채용비율을 강제하는 식으로라도 정부가 실버취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우선 공원관리 등 지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부분 위주로 노인취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자 취업센터 잘 이용하면 재취업 어렵지 않아

현재 나이 든 사람들의 취업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기관으로는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나 각 대한노인회나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들 정보를 잘 활용하면 ‘하늘의 별’을 따는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서울시가 운영하는 고령자취업알선센터는 노인들의 취업 창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령자 직종별 취업현황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 2002.1~7)
순위
직종명
비율(%)
1
경비원
32.20
2
건물청소원
18.20
3
물품배달원
12.29
4
파출부
8.13
5
주차장관리원
7.28
6
제조관련단순노무직
5.86
7
보모
3.36
8
기타교육준전문가
3.13
9
식당종사원
2.90
10
간병인
2.10
11
운전원
1.02
12
판매원
1.02
13
주유원
0.80
14
매표원
0.51
15
선전원
0.46
16
번역가
0.34
17
보일러조작원
0.06
18
경리사무원
0.06
서울시 14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고령자취업알선센터 통한 취업자수는 2000년 3천179명, 2001년 3천361명, 지난해 3천452명으로 제자리 걸음을 걷다가 올 들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일자리를 구한 55세 이상 고령자는 실버취업박람회를 포함해 4천800여명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천482명에 비해 180% 증가했다. 연말까지 노인 취업자 수가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고령자 취업센터가 활기를 띠는 것은 노인들이 적극적인 구직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각 취업센터에서도 과거 청소, 경비 등 단순 노무직에서 번역, 통역요원, 건축, 기술 관련 전문직 등으로 점차 다양한 직종을 확보하는 노력을 보여 앞으로 노인 취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돈을 버는게’ 다가 아니야

노인에게 일자리의 의미는 단지 ‘돈을 버는’ 경제력의 획득만이 아니다. ‘돈이 생기는’것 이상으로 개인의 자족감과 가장으로서의 체면, 또 삶의 의미를 갖게 한다.
6개월간의 구직활동 끝에 빌딩 경비직으로 새 삶을 시작한 홍성한(65세,가명) 할아버지는 “당장 먹고 사는 일은 걱정 없더라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앉아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이라며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사는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령자 취업 문제는 ‘노인복지의 전부’이며 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는 한국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센터명 / 지역
주 소
연락처
중앙고령자취업알선센터(종로)
종로구 경운동 90-3
3210-0237
3210-0238
용산고령자취업알선센터(마포구,용산구)
용산구 효창동 255번지
707-0650
강서고령자취업알선센터(강서구)
강서구 등촌3동 661-4
3664-0322
강남고령자취업알선센터(강남구,송파구)
강남구 역삼동 760-3
558-8771
남부고령자취업알선센터(관악구)
관악구 봉천1동 726-3
888-9455
888-9456
성동고령자취업알선센터(성동구,강동구,광진구)
성동구 마장동 798-1
2295-0650
북부고령자취업알선센터(노원,성북,강북,도봉구)
노원구 하계동 256번지
974-0065
948-8545
서부고령자취업알선센터(서대문구,은평구)
서대문구 홍제동 313-26
396-0062
396-0063
서초고령자취업알선센터(서초구,동작구)
서초구 양재동 7-44
577-6388
577-6389
동대문고령자취업알선센터(동대문구,중랑구)
동대문구 청량리동 11-1
3295-0092
3295-0093
중부고령자취업알선센터(중구)
중구 신당3동 366-18
2231-0065
2234-1557
한국고령자취업알선센터(영등포구)
영등포구 양평동 1가 205
2632-0065
679-0065
구로고령자취업알선센터(구로구,금천구)
구로구 구로5동 25-1
837-9595
양천고령자취업알선센터(양천구)
양천구 신정7동 325-3
2649-0653

취업프로그램 이런 것이 있어요

▶ 고령자취업알선센터 (서울시 관할)

92년 7월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노인복지관련 비영리법인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 설립, 현재 14개가 있다. 이 곳은 노인들의 소득보장과 보람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55세 이상의 노인 및 노인구인업체를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재취업을 위해 직종별로 취업적응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고령자 인재은행 (노동부 관할)

현재 전국에 36곳, 서울은 7곳에 있다. 93년 7월부터 운영중이며 이용대상은 50세부터 60세까지이다. 고령자에 대한 구인구직 등록, 직업지도 및 상담, 정년퇴직자의 재취업 등을 돕고 있다.

▶ 노인 취업 알선 센터 (보건복지부 관할)

노인능력은행이란 이름으로 96년까지 60개소를 운영하던 것을, 전문성을 살려 97년 노인취업알선센터로 개편하여 현재 70개소가 있다. 주로 취업알선, 교육,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면 노인복지법상의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자가 이용할 수 있다.

▶ 일반 취업알선기관

위에 언급한 고령자를 위한 공식적인 취업알선기관 외에도 △노동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인력은행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전문인력 취업알선센터 △한국경영자 총협회에서 운영하는 고급인력정보센터 등이 있다.



하이서울뉴스 / 차현주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