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랑의 자선냄비’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2.04. 00:00

수정일 2003.12.04. 00:00

조회 2,018



실직가장을 위해, 어린 생명을 위해 힘차게 종을 흔들어

올해도 구세군 자선냄비는 여지없이 거리로 나왔다. 어제 시종식을 시작으로 도시의 길목길목에서 사랑의 종소리를 울리며 온정을 호소하고 있다.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가난한 이웃을 도웁시다. 지금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풉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랑의 전령사'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실직가장을 위해, 심장병으로 빛을 잃어가는 어린 생명을 위해 힘차게 종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 주변엔 아직도 도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위태로운 삶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선냄비는 지난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종을 울렸다. 도시 빈민들과 갑작스런 재난으로 1천여 명을 먹여야 했던 한 구세군 사관이 오클랜드 부두로 나가 큰 쇠솥을 다리에 받쳐 모금을 시작한 것이 자선냄비의 시초다. 당시 이 쇠솥에는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1928년 종로에 첫 등장…담겨진 사랑만큼 훈훈한 사연들 많아



구세군 자선냄비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의 일이다. 자선냄비라면 명동 거리로 더 유명하지만 출발은 종로거리였다.
자선냄비는 등장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들고 온 어린아이들과 행상벌이의 일부를 떼어놓은 상인, 꼬깃꼬깃한 지폐를 들고 나타난 택시기사, 구두닦이… 등 서민계층을 시작으로 온정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이와 종교, 이념을 뛰어넘어 추위에 시달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일념이 끼니를 거르는 무수한 사람들을 살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75년이란 세월에 걸맞게 한국 구세군史에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자선냄비 옆에서 목탁을 두드리던 한 스님이 시주함을 털어 통째로 자선냄비에 넣었다는 일화와 지난 85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얼굴 없이 1백만원씩 기탁해 왔다는 '명동의 천사', 3천원을 들고 구세군 회관을 찾았다는 할머니 등 자선냄비에 담겨진 온정만큼이나 훈훈한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21세기 열린 지금도 결식아동, 홀로된 노인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자선냄비는 우리 시대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촛불 같은 존재였다. 모여진 성금은 늘 어려운 이웃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희망을 주었다. 60년대엔 영세민, 70년대엔 이재민, 80년대엔 보육원과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이 자선냄비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생활이 풍족해진 90년대 들어서도 소년소녀 가장돕기와 심장병, 개안수술 지원 등에 성금이 사용됐다.
지난 95년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시작으로 전개된 심장병 수술도 이미 수백 여명이 수혜를 받아 자선냄비를 통해 생명을 건졌다. 21세기가 열린 지금도 결식아동, 실직자, 홀로된 노인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름없는 3만여 자원봉사자 활동, 전국의 150만 시민들이 참여

자선냄비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질수록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자선냄비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자선냄비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이 중에는 지팡이를 짚고 자선냄비를 지키는 백발의 할머니도 있다.
이들은 모두 '사랑'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다. 매년 3만여 명의 회원들이 이렇게 이름 없는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들과 실직자들이 생계를 호소하며 거리로 나앉는 계절, 작은사랑을 담아내는 자선냄비마저 위태로워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나와 내 주변을 돌보고 사랑의 불씨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운율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한 철만이라도, 찬바람에 온정을 호소하는 자선냄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자.


올해도 ‘자선냄비’에 온정을!
어제 시종식 ... 이명박 시장, 시민 등 200여명 참석

24일 자정까지 모금, 전국에 204개 설치

구세군 대한본영은 어제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올해 자선냄비 시작을 알리는 시종식을 개최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4일 자정까지 전국 73개지역에 204개(톨게이트 29개)의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전국적인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올해로 75주년을 맞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올해 25억원을 목표액으로 잡고 전국적으로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서 캠페인을 벌이며 이웃들의 작은 정성을 모금할 예정이다.
이날 시종식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 김순권 KNCC 회장,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이덕훈 우리은행장, 박쌍용 롯데복지재단 이사, 감경철 기독교TV사장 등의 내빈과 구세군 강성환 사령관 및 구세군 봉사자, 구세군 악대, 일반 시민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톨게이트 모금은 11일부터 24일까지 중부관할 톨게이트(서울, 동서울, 서서울, 김포)에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이서울뉴스 / 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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