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간다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7.03. 00:00

수정일 2003.07.03. 00:00

조회 3,712

시민기자 한우진
서울의 역사를 다시 쓰는 사업인 청계고가도로 철거 및 청계천 복원 사업이 드디어 지난 7월 1일 대역사를 시작하였다. 청계고가도로는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철거를 하든 안하든 고가도로의 폐쇄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고가도로는 7월 1일 자정을 기해 폐쇄되었는데, 철도가 파업을 하는 약속조건에서도 7월 1일 출근 교통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서 걱정했던 교통대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는 서울시가 그 동안 두무개길 개통, 을지로-마장로 연결 등 도로망을 개선했고, 시민들 스스로 공공교통을 이용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시교통은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는 자기조정성이 있다는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도시의 교통은 유기체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에 손상이 생겼다고 전체가 갑자기 마비되지 않는다.
일부가 손상된 유기체가, 스스로를 복구하고, 균형을 되찾듯, 도시의 교통도 스스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게 된다. 어떤 곳은 느려지겠지만, 어떤 곳은 오히려 빨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스스로 유연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 말하듯, 청계고가도로 철거와 동시에, 교통대란이 일어난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성수대교 붕괴, 당산철교 재시공 등, 도시교통에 영향을 주는 굵직하고 갑작스런 변화들을 겪었지만, 교통대란이라고 할만한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청계고가도로 조차도 그동안 여러 차례의 보수공사로 폐쇄되어 있었던 적이 많았지만, 역시 교통대란은 없었다. 이는 하나의 도로가 폐쇄되어도, 다른 도로나, 공공교통 등으로 적절히 자동적으로 분산되는 도시교통의 유기체적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편 도시교통의 이러한 유기체적 특성 때문에, 일부에서 예전에 주장 했었던 하루만 청계고가도로를 막아보자는 제안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도시의 교통이란 어떤 변화요소를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단 하루를 막아본다고 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이러한 인위적인 실험에는, 도시교통에 주는 충격만이 존재할 뿐, 유기체적 특성을 가진 도시교통이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편의나 정책결정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충격이 유발한 초기혼란만을 짧게 관찰하게 되어, 외부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도시교통의 잠재력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드디어, 이제 청계고가도로는 폐쇄가 되었다. 한동안은 혼란이 존재하겠지만, 서울시가 철저한 홍보와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은 단시간에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청계고가도로 철거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계고가도로는 순수하게 승용차만을 위한 것이고, 이는 공간의 효율성면에서 아주 불리하다. 도심에 진입할 때 공공교통을 이용하여 사람만 대량으로 들어온다면 도심의 소음이 줄어들고, 공기가 깨끗해지지 않겠는가? 청계고가도로 철거는, 서울의 교통 주도권이 종래의 비효율적이고 자가용 승용차에서, 효율적이고 깨끗한 공공교통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청계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서울의 도시교통이 효율적인 공공교통 위주로 자연스럽게 정착된다면, 청계고가도로의 철거는 서울의 교통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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