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환경 변화해도 "언제나 보행안전이 1순위"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0.11.24. 14:40
보행자 안전을 위해 LED바닥신호등을 설치한 횡단보도 ⓒ뉴스1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77) - 서울시 보행안전계획 톺아보기
오래 전의 교통은 언제나 보행이 1순위였다. 보행 말고는 기껏해야 우마차나 말이 지나가는 정도였다. 하지만 자동차가 발명되고 성능이 급속도로 좋아지면서 보행자는 도로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는 산업화 시대에 무분별한 개발이 지속되며, 환경오염, 인간성 상실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생겨났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따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경제와 사회 등 모든 분야에 퍼져나갔다.
교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늘어나는 자동차 때문에 혼잡이 발생하면,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를 짓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잠재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도로를 지어봤자 다시 원래의 혼잡상태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게다가 이제는 도로를 더 지을 땅조차 없어지는 실정이고, 지가 상승으로 건설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행자가 계속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를 중심에 둔 교통 정책을 꾸준히 실행해오고 있다.
보행자는 차에 치이면 죽거나 크게 다친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자동차보다 보행자를 우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운전자도 자동차에서 내리면 보행자이며, 운전자의 어린 자녀와 노부모도 보행자이다. 보행자를 우선한다고 해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볼멘소리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동킥보드 교통 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시민들. 전동킥보드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서울시는 전동킥보드 주차허용구역 및 제한구역을 제안할 계획이다. ⓒ뉴스1
신교통수단 등장과 보행자 보호
이 같은 보행자 우대 정책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우리의 교통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전기 동력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개인용 교통수단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유형 전동킥보드이다.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중간 정도의 특성을 갖고 있다. 시내에서 쉽게 빌려 탈 수 있다는 점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비슷하며, 자체 동력을 갖는다는 점은 오토바이와 비슷하다. 한편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오토바이에 가까웠으나, 12월 10일부터는 운전면허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자전거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에 좀 더 가까워진다.
이렇게 새로 등장한 개인용 교통수단과 보행자와의 접점이 늘어나게 되자, 서울시는 보행자 보호를 위한 계획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단 전동킥보드 거치대를 늘린다. 기둥에 자물쇠를 걸어두는 자전거와 달리, 전동킥보드는 그냥 세워놓고 떠나는 형태이다 보니 사용이 끝난 전동킥보드가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에 비해 키가 커서 아무리 잘 세워두어도 바람이 불면 쓰러지는 경우가 잦았다. 따라서 현행 자전거 보관소 같은 전동킥보드 거치대가 마련되면 보행자의 보행을 방해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이밖에도 주차허용구역 12개와 주차제한구역 14개를 정해서 질서 있는 반납과 이용을 유도할 예정이다. 허용구역은 가로수, 벤치, 가로등, 전봇대, 기존 자전거 보관소 주변 등이며, 제한구역은 횡단보도, 산책로,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 등이다. 지금까지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스스로에게 맡겨왔던 것인데, 이 같은 기준이 제시되면 이용자나 관리자 모두에게 편리해질 것이다.
IT기술 발달과 보행자 보호
첨단 IT 기술발달에 따른 새로운 교통정책도 실시된다. 자동차가 관청에 등록을 하고 운행을 하는 것처럼 자전거도 등록제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번호판을 붙이고 봉인까지 해야 하는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QR코드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간편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기에 시행이 가능한 정책이다. 이렇게 자전거 등록제가 시행되면 도난 방지, 범죄 예방, 방치 자전거 처리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사별 전동킥보드의 통합 관리, 오토바이의 전면번호판 부착 등도 시행이 추진된다. 특히 내년까지는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다. 모두 빅데이터나 무인카메라 등 IT기술 발달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보행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내 차량 속도를 30km/h에서 20km/h으로 더 낮추는 '서울형 안전속도 532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설과 제도를 통한 보행자 보호
이밖에도 시설 개량과 규제 방식의 전통적인 보행자 보호 정책도 계속 추진한다. 두 번이 아닌 한 번만 횡단보도를 이용하면 사거리를 건널 수 있게 해주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보도 폭을 넓히는 도로 다이어트 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특히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따라 이면도로의 속도가 30km/h로 낮아진 상태인데, 이 중에서도 어린이, 노인, 장애인 보호구역 등에서 차량의 속도를 20km/h로 더 낮게 제한하는 서울형 안전속도 532프로젝트를 시행한다. 20km/h가 너무 느린 것 같지만, 20km/h로 달리는 자전거와 부딪힌 어린이가 다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그보다 훨씬 무거운 자동차를 20km/h로 제한하는 것은 결코 과한 게 아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어린이보호구역 말고 노인·장애인보호구역도 있어요! (클릭)
무작정 규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보행자 보호와 더불어 녹지와 휴식공간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창동, 덕수궁길, 서울역 광장, 석촌호수, 청계천로 등을 특색 있는 거리로 만들어 문화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이는 유동인구를 늘려 상업을 발달시킨다. 이렇게 보행자와 근린상업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이 서울시에는 꼭 필요하다. 차가 없으면 아무데도 갈 수 없는 비인간적인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모든 정책을 추진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시민의 협조와 자발성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보행자 보호가 아니라, 스스로 느껴서 행하는 보행자 보호가 절실하다. 보행자가 안타깝게 희생되었다는 인터넷 신문기사에는 언제나 분노의 댓글이 달린다. 이제는 이같은 분노를 보행자 보호라는 실천으로 옮길 때이다.
서울의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8%나 된다고 한다. 이런 불명예를 벗고 이제는 우리 자신과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키자.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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