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문화예술 배워요" 거점형 키움센터 1호 대만족!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10.29 14:42

수정일 2020.10.29 17:01

조회 396

초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초등돌봄교실은 주로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초등학생 1~2학년 위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학부모 수요 및 학교 여건에 따라 전 학년으로 점차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교실은 로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마을 돌봄의 일환으로 집·학교 10분 거리에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설치하여 부모의 퇴근 전까지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주고 있다. 학기 중 방과후뿐만아니라 방학 때는 아침부터 이용할 수도 있으며, 중간에 학원을 갔다가 다시 센터로 돌아와 활동할 수도 있다.

서울시 거점1호 우리동네돌봄센터 입구

서울시 거점형 1호 우리동네키움센터 입구 ⓒ윤혜숙

그리고 지난 10월 12일, 서울시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1호가 문을 열고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자치구별로 여러 곳이 있는데, 또 우리동네키움센터가 생겼다고 하니 “이건 또 뭐지?”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그런데 서울시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는 기존에 운영하는 우리동네키움센터와는 다른 점이 있다.

먼저 거점형 키움센터는 주변에 있는 수많은 돌봄 기관의 허브 역할을 자처한다. 필자가 방문한 서울시 거점형 1호 우리동네키움센터는 노원·도봉권 지역을 아우르는 거점이다. 우리동네키움센터의 센터라고 하겠다. 기존 우리동네키움센터가 거점형 키움센터의 프로그램을 예약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1호에 이어 올 11월 동작구 2호 센터 등 앞으로 계속 생겨날 전망이다.

거점형 키움센터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아이들

거점형 키움센터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아이들 ⓒ윤혜숙

특히 거점형 키움센터는 문화예술 놀이에 특화되어 있다. 문화예술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놀이’하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초등돌봄교실이든 우리동네키움센터든 방과 후에 맡겨진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쉽게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예체능 수업을 떠올려보자. 이론을 배우고 실기를 연습하는 식이다. 그러니 몸으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하는 예체능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선 다르다.

제1호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성윤진 센터장.

제1호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성윤진 센터장 ⓒ윤혜숙

이 곳은 국내 최초 ‘핀란드 아난딸로형’ 교육 방식을 도입해 놀이와 쉼을 통해 아동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동기부여와 집중력 향상, 사회적 교감능력을 체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아난딸로(Annantalo)’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아난딸로 마을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예체능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어 있고, 아이들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예체능 활동을 체험하도록 교사가 지원하는 식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예체능 교육과 다르다.

문화예술 놀이를 특화한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1호를 방문해 성윤진 센터장을 만났다. 필자가 방문한 시각에 마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아이가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아이가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윤혜숙

먼저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여 있는 ‘예술방’으로 갔다. 창문 너머로 선생님과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둥글게 원을 지은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수시로 방안에서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선생님이 이런 아이에게 주의를 주지 않는다. 정형화된 수업 방식이 아니어서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금속공예 체험에서 아이들이 반지를 완성하고 있다

금속공예 체험에서 아이들이 반지를 완성하고 있다. ⓒ윤혜숙

프로그램은 ‘원데이클래스 주얼리 만들기’였다. 금속공예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가공되지 않은 뭉쳐진 은을 두들겨서 가늘게 펴거나, 둥글게 말아서 반지를 만드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조심스레 망치를 들고 두드리는 아이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어릴 적 대다수 아이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예체능을 배운다. 그런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예체능을 멈춰버린다. 전공하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주도하는 학습으로 배우고 익혀서 아이는 예체능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맞벌이 가정에선 평일에 예체능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센터를 이용하는 부모의 관심이 높다.

하루에 진행하는 프로그램 시간표가 붙어 있다.

하루에 진행하는 프로그램 시간표가 붙어 있다. ⓒ윤혜숙

직원들이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게 아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예술가 공모를 거쳐서 선정했다. 그래서 예술가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예술가의 일자리도 함께 창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변의 돌봄 기관에서 신청하면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성윤진 센터장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앞서 필자가 지켜보았던 원데이클래스 주얼리 만들기부터 창의력 팡팡 프로젝트, 아트스토리 굿즈 제작, 낭독극-온택트, 흥부와 놀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활동내용을 보기만 해도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해진다. 하물며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놀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오후, 센터 직원들은 돌봄 기관으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고 프로그램 내용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예술가 공모를 거쳐서 선정한 프로그램인 만큼 주변 돌봄 기관의 요청 전화가 많았다.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 느껴졌다.

서울시 제1호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아동복지, 건축 등 공간·운영 전문가의 컨설팅과 핀란드 아난딸로, 벨기에 ABC예술원 등 해외 사례조사 등의 준비를 거쳐 노원구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조성했다. 새로 조성된 공간은 층별 방 이름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지었다. 지하 1층 플레이방, 1층 맞이방, 2층 돌봄방, 3층 모임방·요리방, 4층 해봄방, 5층 사무실이 있다. 방 이름만 봐도 어떤 공간일지 머릿속으로 연상된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체육실이 갖춰진 지하 1층 플레이방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체육실이 갖춰진 지하 1층 플레이방. ⓒ윤혜숙

지하 1층 플레이방은 체조, 무용, 연극 등 아이들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에 전신거울이 있고, 맞은 편에 계단이 있어서 연극이나 낭독극을 하는 간이무대가 될 수도 있다.

감성놀이터를 연상시키는 1층 맞이방

감성놀이터를 연상시키는 1층 맞이방. ⓒ윤혜숙

1층 맞이방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미로와 같은 놀이터가 있는 공간이다. 바닥에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어서 뛰어다녀도 층간소음을 방지할 수 있다. 다양한 매체로 나를 표현하는 감성놀이터라고 하겠다.

각종 교구, 교재 놀이를 할 수 있는 2층 돌봄방

각종 교구, 교재 놀이를 할 수 있는 2층 돌봄방. ⓒ윤혜숙

2층 돌봄방은 아이들이 조립하거나 갖고 놀 수 있는 각종 교구 및 교재가 많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들이 교구를 갖고 놀면서 언어, 숫자 등을 익힐 수 있다.

3층 요리방에는 주방이 갖춰져 있다.

3층 요리방에는 주방이 갖춰져 있다. ⓒ윤혜숙

3층 요리방은 아이들이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 갖춰진 공간이다. 이곳에 아이들이 모여서 어떤 요리를 만들지 궁금하다.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한 4층 뚝딱방.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한 4층 뚝딱방 ⓒ윤혜숙

4층 해봄방은 뚝딱방 이외에도 미디어방, 예술방 등이 있다. 아이들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출력물을 바라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필자의 아이가 어릴 적에는 이런 시설이 갖춰진 체험공간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곳은 어른인 필자가 둘러봐도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방문하는 아이들은 프로그램 체험이 끝난 뒤 등떠밀려서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서울시는 다양한 문화예술지원프로그램을 갖춘 ‘거점형 키움센터’를 2021년까지 25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거점형 키움센터가 생겨난다면 보다 많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 문화예술을 편하고 즐겁게 접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서울시 우리동네키움포털 : https://icare.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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