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민중연극제'에서 만난 우리 시대 전태일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0.10.29. 15:23

수정일 2020.10.29. 15:43

조회 948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공연 장소인 서울혁신파크 혁신광장 극장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공연 장소인 서울혁신파크 혁신광장 극장 ©김은주

2020년은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가 되는 해다. 이에 한국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전태일 열사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며 기념하는 행사인 '동아시아 민중연극제'가 지난 27일 시작해 31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동아시아 민중연극제는 동아시아의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노동·인권·생명·평화의 가치를 구현하는 공연을 선보이는 축제다.  

한국, 태국, 홍콩, 대만 4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민중연극제는 국내 극단 8개와 해외 극단 4개가 함께 하며 아시아의 젊은 연극인들이 노동과 인권의 가치를 함께 짚어보고 각국의 현실을 관찰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으로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광장 극장의 좌석 거리두기 및 안전하게 이뤄지는 방역의 모습

혁신광장 극장의 좌석 거리두기 모습(좌), 안전하게 이뤄지는 방역의 모습(우) ©김은주

28일 연극제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혁신파크 혁신광장 극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생활과 단절되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가볍다. 서울혁신파크에 마련된 공연장소는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공연장 출입구를 일원화하고 손소독 및 마스크 필수 착용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공연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사전예약 확인과 함께 체온측정 및 문진표 작성을 한다. 좌석 역시 거리두기를 하며 안전하게 앉아 관람할 수 있게 마련되었다. 공연에 따라서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현장 접수로 관람이 가능하다. (예약 문의 전화 010-9926-7404)

한국-대만 합작품 '아버지, 리어왕'

아버지, 리어왕 공연 모습

'아버지,리어왕'의 공연 모습 ©김은주

이날 공연은 한국과 대만 합작 작품인 ‘아버지, 리어왕’이었다. 작가와 연출, 음악은 대만에서 담당했으며 백대현 배우의 1인극으로 진행되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재해석한 ‘아버지,리어왕’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역할을 백대현 배우 혼자 소화하며 이 둘의 갈등과 모순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아버지 리어왕은 자신의 모든 권력을 딸에게 승계하자 허탈한 마음에 더욱 딸에게 의지해 살려고 하지만 딸은 그러한 리어왕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여성적인 형식으로 행사하며 아버지와의 불협화음을 보인다.

국내 초청작 '아버지,리어왕'의 공연모습

작가와 연출, 음악은 대만에서 담당했으며 백대현 배우의 1인극으로 진행되었다 ©김은주

이해되지 않는 몸짓과 행위, 언어들이 무대 위를 압도적인 분위기로 채워 나갔다.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 배우의 모습 속에서 유배자들의 형상이 오버랩된다. 한 나라와 가정의 권력의 정점인 아버지와 왕의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개인적이면서 정치적인 영역에서 아버지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극을 관람하며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애정, 충성, 배신이라는 개념이 응축된 이야기였지만 ‘아버지, 리어왕’은 스토리적 측면보다는 신체의 반복적인 움직이는 행위와 내면의 목소리에 더 초점을 맞춰 보여주고 있다. 이중적인 인간의 심리와 행위를 대사와 이미지적 퍼포먼스를 통해 비극적인 부녀의 모습을 처연하게 표출하고 있는 배우의 모습에서 시각과 청각의 극대화된 연출을 만날 수 있었다.

우정과 연대가 이어주는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관람객에게 붙여주는 스티커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관람객에게 붙여주는 스티커 ©김은주

동아시아 민중연극제는 연극 외의 장르도 선보인다. 첫째 날 개막 공연으로 창작 판소리 소리내력을 임진택 명장과 함께 했고, 28일에는 노래패 꽃다지의 음악 공연도 이어졌다.
29일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공연인 가두극장 ‘하차’를 관람할 수 있다. 악극과 마당극의 절묘한 조합을 맛볼 수 있는 ‘하차’는 1930년대를 풍미했던 만요와 전통판소리, 풍자곡을 즉흥연주로 함께 만날 수 있다. 29일 느티나무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메가폰 슈프레히콜은 독일어로 '말하다(Sprechen)'와 '합창(Chor)'의 합성어로 일제강점기에 한국으로 전파된 집회, 시위 형식의 전위연극이다. 30일 공연되는 ‘협상 1948’은 제주 4·3사건의 평화협상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같은 날 만날 수 있는 시와 노래의 만남인 자권과 효림스님의 ‘다시 청춘을 위하여’는 시와 노래가 함께 하는 특별한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31일 혁신광장 극장에서는 성공회대 백원담교수와 젊은 연극예술인들의 자유토론이 열리며, 토론이후 연극제의 폐막 공연인 음악 서사극 ‘네 이름은 무엇이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열사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전태일을 음악 서사극으로 만날 수 있다.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리플렛 모습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리플렛 모습

해외극단의 공연은 현지에서의 공연을 온라인 생중계로 즐길 수 있다. 홍콩 극단에서는 춤과 시를 음악과 함께 연출한 ‘루-팅 더 머맨(Lu-ting the Merman)'과 'It Won’t Be Long Now’ 연극을 선보인다. 대만 극단은 댄서의 독창적 안무를 선보이는 ‘더 위스퍼 오브 어 웨이브’를, 태국 극단은 그림자 인형극에 노래를 결합해 만든 ‘오션스 블루 하트’ 공연을 펼친다.  풍성한 동아시아 민중연극제의 자세한 일정은 유튜브 ‘동아시아 민중연극제’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국내초청작은 사전예약으로 현장 관람할 수 있다. 모든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관람이 가능하다.

동아시아 민중연극제는 흔하게 접하기 어려웠던 동아시아의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어 더욱 의미있었다. 또한 국경을 넘어 우정과 연대를 통해 연극이라는 장르로 하나되는 모습 또한 가치로웠다. 젊은 연극인들이 전태일의 정신을 공유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는 축제의 자리가 흥겹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남은 공연 일정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30~31일 공연 일정 안내

■ 동아시아 민중연극제 사전예약 안내
① 유튜브에서 ‘동아시아민중연극제’ 검색, 또는 페이스북에서 ‘나무닭움직임연구소’ 검색해서 일정별 공연 소개 자료 보기
② 관람하고자 하는 연극을 선택 후 전화(010-9926-7404)로 사전예약하기
③ 모든 공연은 온라인으로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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