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기…망우리공원을 가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0.05. 13:15

수정일 2020.10.05. 16:36

조회 2,942

3.1만세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유관순 열사는 아우내장터 만세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투옥되어 1920년 9월 28일 서대문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일제는 보름이 지난 후에야 시신을 인도했고, 10월 14일 일본 경찰의 감시 속에 비석도 없이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1935년 이태원을 개발하기 위해 묘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무연고 묘지 2만 8000여 기가 망우리 묘지로 옮겨졌다. 표지도 세우지 못했던 유관순 열사의 유해도 무연고 처리되었고, 모든 유해는 화장해 합장하고 위령비를 세웠다.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기를 맞았다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기를 맞았다 ©이선미

결국 유관순 열사의 유해는 더 이상 자취를 찾을 수없이 사라져버렸다. 망우리공원 묘역에서 ‘유관순 열사 분묘 합장 표지비’만이 그 과정을 어렴풋이 알려주었다.

‘유관순 열사 분묘 합장 표지비’라는 표석만이 자리하고 있던 지난해 묘역

‘유관순 열사 분묘 합장 표지비’라는 표석만이 자리하고 있던 지난해 묘역 ©이선미

열사의 순국 100주기를 맞은 올해 중랑구가 합장 묘역을 정비했다. 무덤들 사이로 옹색하게 다녀야 했던 길을 정비해 무장애 데크를 설치하고, 묘역 주변의 나무들도 정돈했다. 시야가 환하게 열렸다. 묘역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지붕이 있는 공간을 마련해 비나 햇빛을 피하고 잠시 머물 수도 있도록 했다. 순국 100주기를 앞둔 지난 토요일(9월 26일), 중랑구는 이곳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그나마 유관순 열사를 기억할 수 있는 조촐한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묘역 주변의 나무들을 정리해 유관순 열사 묘역을 마련했다

묘역 주변의 나무들을 정리해 유관순 열사 묘역을 마련했다 ©이선미

주변을 정비해 묘역이 환한 기억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주변을 정비해 묘역이 환한 기억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선미

‘망우리 공동묘지’라고 불리던 망우리공원은 1933년 조성되었다. 만해 한용운과 소파 방정환,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위창 오세창, 화가 이중섭과 시인 박인환 등 유명 인사 23인이 묻혀 있는 유서 깊은 이 묘역은 무수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광복 바로 전해에 세상을 떠난 만해 한용운은 부인 유씨와 함께 묻혀 있다

광복 바로 전 해에 세상을 떠난 만해 한용운은 부인 유씨와 함께 묻혀 있다 ©이선미

묘역에는 다른 여성 인사들도 안장되어 있다. 중랑구는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그들의 이야기도 함께 조명하기로 했다. 여성교육에 앞장섰던 박은혜, 소설가 김말봉, 여성운동의 선구자 박원희 등이 이곳에 묻혀 있다.

망우리공원에 안장된 여성 인사들 ©중랑구

망우리공원에 안장된 여성 인사들 ©중랑구

망우리묘지는 1997년부터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공원화 사업을 추진해 다음 해에 4.7킬로미터의 산책로 ‘사색의 길’을 조성했다. 몇 해 전에는 ‘인문학길’도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기억하게 되는 이들의 삶과 문학, 음악, 회화는 지금까지도 남아 자양분이 되고 있다.

사색의 길은 ‘당신의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기를 제안한다

사색의 길은 ‘당신의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기를 제안한다 ©이선미

그 많은 이야기들을 따라 역사문화코스, 인문학길 사잇길 코스, 서울둘레길 2코스 등이 조성된 공원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중섭의 묘지에는 화가의 묘지와 어울리는 묘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중섭의 묘지에는 화가의 묘지와 어울리는 묘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선미

시인 박인환의 시비도 만나게 된다

시인 박인환의 시비도 만나게 된다 ©이선미

망우 묘역에는 사시사철 꽃과 나무와 눈과 낙엽들의 시간 속에 시민들의 현재가 이어진다. 과거가 어둠 속에 묻히지 않고 우리와 손을 맞잡는다. 그곳에 묻힌 많은 이들의 이야기 역시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생생하게 우리 현실에 되살아온다.

‘근심을 잊으라’는 망우리공원에는 근심을 털어 멀리 보내라는 ‘근심우체국’이 있다

‘근심을 잊으라’는 망우리공원에는 근심을 털어 멀리 보내라는 ‘근심우체국’이 있다 ©이선미

‘망우(忘憂)’라는 지명은 태조 이성계와 관련이 있는 이름으로 ‘근심을 잊는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지치고 종종 우울에 빠질 수도 있는 날이지만 선현들이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역사를 기억하며 힘을 내야 할 때다. 순국 100주기를 맞은 유관순 열사의 손을 잡고 또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오늘이다. 사색의 길에서 만난 문장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

“삶은 누군가의 손을 붙잡는 일이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다.”

■ 망우리 공원
○ 주소 :  중랑구 망우동 산57-1 일대
○ 홈페이지 : http://manguripark.or.kr/
○ 문의 : 중랑구청 복지정책과 02-2094-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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