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콘서트 '2020 겨레의 노래뎐’에 울고 웃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6.29. 11:05

수정일 2020.06.29. 17:16

조회 865

6.25전쟁 70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겨레의 노래뎐’ 공연 실황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원래 관객과 함께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대응 방안 연장으로 영상만 촬영해 이날 상영하게 됐다. 국립극장 창설 50주년이던 2000년부터 해방 직후 창작가요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북한 민족음악 등을 발굴해 소개해온 ‘겨레의 노래뎐’이 창설 70주년이자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공연의 주제는 ‘전쟁과 평화’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20 겨례의 노래뎐' 공연 실황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20 겨례의 노래뎐' 공연 실황 (출처: 국립국악관현악단 유튜브)

'2020 겨레의 노래뎐’은 관객과 함께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관객 없이 촬영해 공개했다. 편안하게 책상 앞에 앉아 랜선 공연을 함께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은 “펜은 칼보다 강하고 노래는 총보다 강하다고 한다. 오늘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노래들을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희생하고 헌신해온 모든 분들에게 바친다”라고 공연의 문을 열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이 공연을 여는 인사를 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이 공연을 여는 인사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하나의 노래, 애국가’가 숙연하게 울려퍼졌다. ‘대한제국 애국가’와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하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에 노랫말을 붙였던 ‘임시정부 애국가’가 오늘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와 함께 어우러졌다. 

일제강점기에는 명문화된 애국가나 태극기가 없었다. 3.1만세운동 때도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불렀는데 약 10여 종의 노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2017년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아흔이 넘은 독립운동가 오희옥 할머니가 부른 애국가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하나의 노래, 애국가’를 작곡한 손다혜는 그날 텔레비전에서 할머니의 노래를 듣고 이 음악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저마다 마음속의 사랑을 다해 불렀을 애국가에 마음을 얹어보았다.

‘하나의 노래, 애국가’가 숙연하게 공연의 막을 열었다

‘하나의 노래, 애국가’가 숙연하게 공연의 막을 열었다

이어진 곡은 장석진 작곡 ‘초토(焦土)의 꽃'이었다.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땅’을 의미하는 초토는 말 그대로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을 의미한다. 장석진은 “전쟁의 가혹함 속에서도 인류는 새로이 삶을 시작해야 하고 반드시 평화의 꽃을 피워야 한다”라는 소망으로 이 곡을 썼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서로를 향한 문을 닫아 걸고, 심지어 다른 피부를 가진 이들을 혐오하고 차별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초토의 꽃’이 피어나리라는 희망은 더 간절해보였다.

‘초토의 꽃’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으로 번진 혐오와 차별을 안타까워하는 작곡가의 마음이 배어서 더 간절해보였다.

‘초토의 꽃’은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으로 번진 혐오와 차별을 안타까워하는 작곡가의 마음이 배어서 더 간절해 보였다

무대가 불현듯 소란해졌다.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북한가요 ‘휘파람’을 소리꾼 정은혜가 부르고 안은미의 춤으로 채우는 무대였다. 빡빡민 머리에 보석 박힌 왕관을 얹고 나온 안은미의 춤은 도대체 정체불명이었다. 

알고 보니 무용가 안은미는 “우리는 본래 같은 춤을 추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오래전부터 북한 춤을 배우고 춰왔다고 한다. 질펀한 그의 춤 속에서 남과 북의 벽이 무너지고, 그 옛날 같은 달빛 아래 춤을 추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만나는 것도 같았다. 그의 막춤을 보며 웃다가 울다가 댓글창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안은미는 북한 노래 ‘휘파람’에 맞춰 그 옛날 이 땅에 살았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췄을 법한 막춤으로 무대를 흔들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유튜브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안은미는 북한 노래 ‘휘파람’에 맞춰 그 옛날 이 땅에 살았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췄을 법한 막춤으로 무대를 흔들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랜선 공연을 만나게 된 시민들이 무관객으로 연주하는 공연에 박수와 응원의 댓글을 보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랜선 공연을 만나게 된 시민들이 무관객으로 연주하는 공연에 박수와 응원의 댓글을 보냈다

‘작은평화’는 작곡가 양승환의 작품으로 전쟁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거나 고향을 떠나 살아야 했던 슬픔 속에서도 작은 평화를 갈망해온 노래들을 관현악곡으로 만들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가곡 ‘기다리는 마음’과 ‘보리밭’ 등에 이어 ‘굳세어라 금순아’가 터져나왔다. 전쟁 후인 1950년대에 많이 불리던 가요와 가곡들이다. 

피리가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를 연주할 때의 모습

피리가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를 연주할 때의 모습

이어진 곡은 듣기만 해도 흥겨운 ‘옹헤야’로, 북한 작곡가 리한우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하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협연했다. ‘옹헤야’는 원래 경상도 지방에서 곡식을 타작할 때 부르던 민요다.

북한 작곡가 리한우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만든 ‘옹헤야’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해 '대니 구'가 협연했다

북한 작곡가 리한우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만든 ‘옹헤야’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해 '대니 구'가 협연했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황호준의 새야새야 주제에 의한 ‘바르도(Bardo)’였다. 낯선 용어여서 찾아보니 바르도는 ‘살고도 죽은, 죽고도 살아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티베트 불교의 개념이었다. 말하자면 이 음악은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한 방식이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는 이들을 기억하는 음악 속에서 권력에, 폭력에 저항하던 이들의 죽음이 영원한 위로를 얻기를 바랐다. 

새야새야 주제에 의한 ‘바르도(Bardo)’는 익숙한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선율로 사용해 더 애조를 띄었다

새야새야 주제에 의한 ‘바르도(Bardo)’는 익숙한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선율로 사용해 더 애조를 띄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전쟁 후 우리나라는 급속히 성장했다. 보릿고개를 거치며 배를 곯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된 삶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손자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초토화’되었던 폐허에서 삶을 일군 할아버지들의 수고를 손자들은 모른다. 이해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더 고립되고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힘든 삶을 하소연한다. 세대갈등이 한없이 안타까운 시점이다. ‘2020 겨레의 노래뎐’에서 연주된 음악들은 감사와 위로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나라를 위해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며 연민과 공감을 확대할 수는 없을까. 

■ ‘2020 겨레의 노래뎐’ 다시보기
○ 국립국악관현악단 유튜브: https://youtu.be/d50sgciGUvo
○ 문화체육관광부 유튜브: https://youtu.be/HpoErGmxEho
○ 국립극장 네이버TV: https://tv.naver.com/v/1445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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