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소행성의 날…지구 충돌 막을 수 있을까?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발행일 2020.06.29. 15:23

수정일 2020.06.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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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7) 6월 30일은 소행성의 날

올해 상반기가 끝나갑니다. 한해 목표의 절반을 채웠어야 하는 시점이네요. “아차!” 하며 탄식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책하기에는 이릅니다. 1년은 365일이잖아요. 그런데 상반기는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180일에 불과합니다. 하반기보다 5일이나 적은 셈이죠. 그러니 상반기에 올해 목표의 절반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2.5일 더 여유 있습니다.

대신 상반기의 마지막 날에는 다른 걱정을 해야 합니다. 온 인류가 함께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소행성 충돌이죠.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6월 30일은 제6회 소행성의 날(Asteroid Day)입니다. 전 세계 23개국에서 기념식을 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토요일에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기념행사를 치렀죠.

6월 30일을 소행성의 날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세기 최대 소행성 충돌 사건인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이 일어난 날이 1908년 6월 30일이기 때문입니다. 퉁구스카가 어딘지 모르시죠. 북위 60도 동경 101도 지점입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가 북위 60도에 있고 미얀마, 태국, 라오스를 통과하는 자오선이 동경 101도입니다. 대략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7시 17분 지상 8킬로미터에서 거대한 섬광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목격자들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서북쪽 하늘을 수직으로 낙하하는 파란 불덩이가 보였다. 이윽고 하늘이 둘로 갈라지면서 거대한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고 잠시 후 천지를 진동시키는 큰 소리로 인해 모두들 심판의 날이 온 것으로 생각해 저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커다란 불덩어리가 날아오면서 폭발했다는 목격담도 있었습니다. 불덩어리의 정체가 바로 소행성입니다. 소행성은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태양궤도를 선회하는데, 가끔 지구 궤도 안으로 진입하기도 합니다. 태양계에는 수억 개나 있지요. 혜성이나 소행성의 부스러기가 지구로 돌진하는 것을 유성(meteor)이라고 합니다. 모래알만 한 것에서부터 수백 미터까지 그 크기는 다양한데, 지표면 90킬로미터 상공에서부터 불에 타기 시작합니다. 별똥별이 바로 유성입니다. 유성 가운데 일부는 모두 타지 않고 지표면에 도달하기도 하는데 그걸 운석(meteorite)이라고 하고요.

1908년 퉁구스카 공중에서 폭발한 천체의 정체는 처음에는 소행성이었다가 지구 대기에 의해 불 타기 시작하여 유성, 즉 별똥별이 된 것입니다. 다행히 큰 덩어리는 지표면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폭발 잔해인 작은 운석들이 지표면에서 운명을 마무리하기는 했지만요.

과학자들은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지름 40미터의 비교적 큰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여 퉁구스카 상공 8킬로미터에서 폭발했는데 이때 충격이 히로시마 핵폭탄 1,000개와 맞먹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 바깥에서도 검은 구름이 보였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였죠. 4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달리던 열차가 전복됐습니다.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방목된 순록 1,500마리가 죽었습니다. 1,500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의 집 유리창이 깨졌고요. 서울 면적이 605평방킬로미터입니다. 그런데 서울 면적의 세 배 반이나 되는 2,150평방킬로미터에 걸쳐서 약 8,000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거든요.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게 낯선 일은 아닙니다. 지구에는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멸종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수십~수백만 년에 걸쳐서 일어나죠. 하지만 두 번째와 다섯 번째 대멸종은 순식간에 가까운 수만 년 만에 완성됩니다. 소행성 충돌로 일어난 대멸종이기 때문입니다.

6,600만 년 전 다섯 번째 대멸종 때는 지구 육상을 1억 6천만 년 동안이나 지배했던 공룡을 몰살시켰죠. 당시 공룡을 몰살시킨 소행성은 지름 10킬로미터였습니다. 퉁구스카에 떨어진 지름 40미터짜리와는 비교가 안 되죠. 과학자들은 대략 7천만 년에 한 번꼴로 거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제 거의 때가 된 것이죠.

지금까지의 소행성 충돌은 우리에게 축복이었습니다. 거대한 멸종을 일으켜서 생명 진화를 촉진시켰고 덕분에 우리도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소행성의 날은 소행성 충돌을 기뻐하면서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소행성이 혹시 지구와 충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재난 예방책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만든 날입니다. 이런 일을 누가 하느냐고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력해서 연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의 과학자들이 하고 있지요.

“소행성에게 경고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물리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우주에 더 존재하기 원한다면 지구를 비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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