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 딱 두 차례 열리는 '태릉강릉 숲길', 지금 개방 중

시민기자 최병용

발행일 2020.05.21. 14:50

수정일 2020.05.21. 22:57

조회 12,733

서울 '태릉-강릉 숲길'은 5월 16일~ 6월, 10월~11월, 1년에 두 번 열리는 숨은 숲길이다. 작년 가을에 찾은 숨은 숲길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올해 5월 숲길이 열리는 첫 날을 기다려 다시 찾았다. 아직 소문이 덜 난 탓인지 호젓한 숲길을 몇 안 되는 시민들과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울시내 어느 공공장소나 입구서부터 이제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는 기본이 됐다.

태릉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를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태릉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체크를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최병용

'태릉'은 조선의 11대 왕 중종의 둘째 계비 문정왕후 윤 씨를 모신 곳으로 중종과 함께 안장되기를 바랐던 문정왕후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현재 태릉에 단릉으로 안장되어 있다. 태릉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왜적이 태릉에 금은보화가 묻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능을 파헤쳤으나 단단한 회격을 깨뜨리지 못해 실패했다. 왕릉이 500여 년을 손상없이 보존된 곳이 드물어  태릉과 강릉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문정왕후를 모신 태릉

문정왕후를 모신 태릉 ©최병용

조선 왕릉의 앞에는 신성한 영역임을 상징하는 홍살문이 서 있고 그 뒤로 릉까지 돌길이 놓여 있다. 왼쪽 높은 길은 제사 시 향과 축문을 들고가는 '향로'이고 오른쪽 낮은 길이 임금이 걷던 '어로'라고 하니 조선시대 왕들의 조상을 모시는 효심이 남달랐음을 느낀다.

향로와 어로

왼쪽 높은 길이 제사 때 향과 축문이 들고나는 향로이고, 오른쪽 낮은 길이 임금이 걷던 어로이다 ©최병용

문정왕후는 중종의 세 번째 왕후로 아들 명종이 12세에 왕위에 오르자 수렴청정을 했다. 문정왕후는 불교에 관심이 많아 승려 보우를 신임하고 승려가 되는 승과를 설치하는 등 불교 진흥을 위해 노력했다. 1565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태릉에 모셔졌다.

문정왕후의 태릉

문정왕후의 태릉 ©최병용

태릉을 떠나 본격적으로 강릉을 향하는 숨은 숲길 탐방에 나섰다. 작년 12월 1일부터 굳게 닫혀 있던 숲길 문이 열린 모습을 보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작년 10월 단풍이 물든 숲길을 걸었는데 5월의 초록이 물든 숲길이 어떤 모습일지 설레임을 감추기 힘들다. 이 숲길은 총 1.8km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1년에 두번 열리는 태릉-강릉 숲길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태릉-강릉 숲길 ©최병용

숲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래도 딱 한 계절만 꼽으라면 단연코 난 5월의 녹음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더구나 1년 3개월여 만에 열리는태릉-강릉 숲길은 그동안 인간의 발길이 덜 탔기에 더욱 평온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산벚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군락을 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아름답다.

태릉-강릉 숲길의 녹음

태릉-강릉 숲길의 녹음 ©최병용

너무 숲이 밋밋하다고 흉볼까 부끄러운지 이렇게 경사길도 나타난다. 야자 잎으로 만든 거적으로 바닥을 잘 깔아 놔 부담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사실 숲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천천히 걸으면 경사가 있어도 힘이 덜 드니 숲은 참 오묘하다.

태릉-강릉 숲길

태릉-강릉 숲길 ©최병용

숲에 들어서 걸은지 15분 정도 지나니 초소에 근무하는 분이 계신다. "수고 많으셨습니다"란 인사를 해주신다. 언덕길이 끝나고 여기부턴 내리막 길이 시작되는 반환점이다.

중간지점의 산불감시 초소

중간지점의 산불감시 초소 ©최병용

초소를 조금 지나 걸으니 '강릉 가는 길'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강릉이 생각나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강릉까지는 숲이 우거진 길은 아니어서 햇빛을 쬐며 걸어야 한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길과 햇빛을 받으며 걷는 길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좋다.

강릉 가는 길 이정표

강릉 가는 길 이정표 ©최병용

강릉 가는 길에 소나무 숲을 만났다. 비가 온 다음 날, 안개가 낀 날 소나무 숲은 참 신묘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1년 내내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가 지닌 의미가 '불로장수, 영원불멸, 자비, 절개' 라고 해 소나무를 특히 좋아한다.

강릉 가는 길의 소나무

강릉 가는 길의 소나무 ©최병용

5월의 신록은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코로나19로 지쳤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았던 숨겨진 신비의 숲인 탓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신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쁨과 행복과 평온함을 가져다 준다.

초소에서 약 10분을 걸으면 강릉을 만난다. 강릉은 13대 왕 명종과 인순왕후를 모신 곳이다. 조선시대 왕릉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지만 각기 능에서 느끼는 기운은 다른 게 참 신비롭다. 초록이 싱그러운 5월 태릉-강릉 숲길을 걸으며 코로나19로 마음껏 들이켜 보지 못했던 청량한 공기와 피톤치드를 실컷 들이마셔 보길 권하고 싶다.

명종과 인순왕후를 모신 강릉

명종과 인순왕후를 모신 강릉 ©최병용

태릉을 둘러 본 후 숲길을 따라 약 30분을 걸어 강릉을 본 후 다시 숲길을 되돌아 올 수 있고, 삼육대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태릉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 태릉-강릉 숲길 안내
○ 위치 : 서울 노원구 화랑로 727
○ 개방시간 : 5월 16일~6월 30일 09시~17시 / 10월, 11월 09시~16시 30분
○ 입장료 : 만25세~만64세 1,000원, 그 외 무료  (노원구 지역주민 신분증 제시 시 50% 할인)
○ 홈페이지 : 서울 태릉과 강릉
○ 문의 : 02-972-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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