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골목의 변신! 문래근린공원·문래창작촌
발행일 2020.05.18. 13:19
문래동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주민, 마을활동가 등 다양한 계층이 함께 모여 놀이터를 새로 만드는 ‘창의 놀이터’로 가득한 '문래근린공원'이 탄생했는가 하면, 철공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골목에는 독특한 카페, 갤러리, 공방들이 들어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래근린공원과 문래창작촌은 도보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하루에 두 군데를 다 들러 여유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문래근린공원은 어른과 아이 모두 행복한 공간이다 ⓒ박은영
흥미로운 놀이요소로 가득! 문래근린공원
친환경 소재의 시설과 흥미로운 놀이요소를 갖춘 창의 놀이터 조성 사업은 2015년 29개소로 시작해 2019년까지 총 109개소가 설치됐다. 그중 공원 내부에 조성돼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이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1번 출구로 나오니 세상이 온통 푸릇푸릇하다. 도심 숲을 조성한 문래근린공원 덕분이다. 1986년에 개장한 이곳은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해 왔다. 1961년 5·16 군사 정변 당시 육군 제6관구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며, 이후 수도군단사령부와 제52보병사단의 최초 주둔지이기도 하다. 역사를 담고 있는 지역은 새롭게 태어나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미세먼지 저감 벤치는 나무 105그루가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와 비슷하다 ⓒ박은영
문래공원에서 들어서자 문래공원 안내도가 보였다. 2만여㎡의 드넓은 규모의 공원엔 다목적 운동장, 산책로, 팔각정과 체육단련시설, 놀이터와 유아숲 체험장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들 사이의 넓고 가지런한 산책로다. 주위엔 쉴 수 있는 정자와 쾌적한 공기를 제공하는 공기 정화 벤치가 위치했다. 3㎡ 남짓한 미세먼지 저감 벤치는 나무 105그루가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와 비슷하며, 하루에 약 4만㎥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했다.
원리가 궁금했다. 벽면 한쪽에는 공기정화식물 252본이 심어져 자연적 공기 정화가 이루어진다. 식물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가드닝 시스템으로 사람의 도움 없이 자랄 수 있다. 400ℓ 물탱크가 있어 빗물을 모아 자동으로 식물에 물을 주고 있었다.
반대편 벽면에는 공기청정기가 있고, 레이저 센서가 공기 질을 실시간 확인해,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35㎍/m³)’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벤치 상단의 UV 램프는 주변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 빅데이터화한다. 또 측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지역과 벤치 주변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양을 비교할 수 있으며, 온도와 습도 체크도 가능하다. 부가기능으로 벤치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4대 설치돼 있어 전선이 없어도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다. 좋은 세상이었다. 공기 정화 벤치를 처음 접한 나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연못 주변은 나무데크로 길이 조성되어 걷기 편하다 ⓒ박은영
문래동의 유래가 된 물레 조형물 ⓒ박은영
문래근린공원 중앙에 자리한 연못 주변에는 나무데크로 길을 조성해 걷기에 편했다. 곳곳에 소나무와 산수유까지 피어나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한쪽에는 물레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물레의 유래를 설명하는 현판이 즐비해 있다. 문래동에 방직공장이 많았고, 이는 문래동의 유래가 됐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문래팽이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박은영
문래팽이놀이터에서는 친환경 소재 놀이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박은영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어린이들의 둘레둘레 모여 있는 놀이터다. 함께 만든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문래팽이놀이터 역시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일 듯하다. 낡은 철재 놀이시설이 있던 자리엔 친환경 소재 놀이시설이 자리했고, 무엇보다 모래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유아숲체험장도 조성해 아이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놀이터에 설치된 쿨링포그는 물안개가 나오는 시설로, 한여름 온도를 3 ~ 5도 가량 낮춰준다 ⓒ박은영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지압길 ⓒ박은영
놀이터에는 3~5세 유아가 즐길 수 있는 놀이터, 시소 등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 이곳 문래근린공원 창의어린이놀이터에 새롭게 설치된 시설이 있으니 바로 쿨링포그다. 물안개가 나오는 시설로 한여름 온도를 3~5도 낮춰주고, 미세먼지를 줄인다고 한다. 숨 막히는 여름 더위 가 찾아오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그늘막 아래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시설 ⓒ박은영
놀이터와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농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구대를 지나니 넓은 잔디마당과 그늘막 아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운동 시설을 조성했다. 나무 사잇길에 지압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문래근린공원은 도심 속 보물과 같은 녹지공간이었다. 문래공원이 유난히 잘 가꾸어진 느낌이 드는 것은 문래근린공원 돌보미가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문래근린공원은 남부교육지원청 직원들과 문래제1경로당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아름답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문래동의 명소인 문래창작촌 ⓒ박은영
문래창작촌의 상징인 용접 마스크 조형물 ⓒ박은영
철공소 골목골목마다 느낌 있어! 문래창작촌
문래근린공원에서 길 건너 5분이면 문래동의 명소인 ‘문래창작촌’이다. 용접 마스크 조형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곳은 크고 작은 철공소와 철강업체들이 모여 있는 철공소 골목이다. 문래동에 있던 소규모 철제 공장들은 6.25전쟁 이후 19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90년대 말 IMF로 하나 둘 철공소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2000년대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오늘의 창작촌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빈티지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문래창작촌의 골목 ⓒ박은영
문래창작촌은 이제 유명한 관광지로 통하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철공업을 생업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공소와 철강 상가가 문을 닫는 주말과 공휴일을 이용해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쉬는 날, 내려진 셔터에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있으며, 골목 사이사이 동네의 생기를 불어 넣는 벽화와 맛집, 빈티지한 카페들을 둘러볼 수도 있다. 주말 낮 젊은 커플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
문래창작촌에는 뉴트로 감성을 가득 담은 독특한 카페와 맛집들이 즐비하다 ⓒ박은영
문래동은 일제강점기에 방적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과 인연이 깊어진 곳이다. 당시 방적기계를 '물레'라고 부르면서 이곳의 지명인 '문래동'이 자리 잡혔다고 한다. 이후 철강공장, 철제상이 이곳에 밀집했으며 현재는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예술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변 철공소로부터 받은 자재로 만든 문래창작촌의 와인바 ⓒ박은영
아이들에게 최고의 행복은 놀이를 하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평화롭게 뛰놀고, 어르신들이 여유롭게 산책하는 동네, 오래되고 낡은 골목 사이로 흐르는 역사와 그 사이로 탄생하는 창작예술로 새로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 문래동이다.
오늘, 서울에서 선물 같은 공간을 만났다.
■ 문래근린공원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66
○ 문의 : 02-2670-3755
■ 문래창작촌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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