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청담까지 한강다리 벗삼아 걷는 '낭만산책'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5.04. 13:02

수정일 2020.05.06. 09:27

조회 3,315

해질무렵 온몸으로 해를 받으며 걷는 낭만적인 강변산책길

해질무렵 온몸으로 해를 받으며 걷는 낭만적인 강변산책길 ©염승화

서울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한강변은 탁 트이고 공기 맑은 청정지역이다.  강줄기 따라 어느 곳이든 산책로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으므로 걷거나 뛰면서 스트레스를 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바람은 쌀쌀하나 걸으면 땀이 금세 맺혀 운동하기 좋은 날 오후 광진구에 있는 뚝섬한강공원을 찾았다.

출발지는 구천면로(광장동) 시립서울천문대 앞이다. 이곳에서 강변 산책로까지는 걸어서 5분쯤 걸린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이 인근에 있으므로 접근이 수월하다. 목적지인 광진구 청담대교 북단까지 약 5km 거리다. 무려 11.5km에 이르는 기다란 뚝섬한강공원 중 한강 하류 쪽 구간이다.

천호대교 곡선진입로 뒤편으로 광진교가 보이는 풍경

천호대교 곡선진입로 뒤편으로 광진교가 보이는 풍경 ©염승화

이 지역은 고수부지 폭이 대체로 좁아 여느 한강공원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다. 강 상류 쪽에서 잠실대교까지는 서울시의 유일한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강 유역이 깨끗하다는 방증이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여러 개인 점도 특징이다. 광진교,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철교, 잠실대교, 청담대교 등 다리 6개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모양이 제각각인 한강다리들을 가깝게 혹은 멀게 관람하면서 강변을 산책할 수 있는 서울 한강 명소다.

강변북로와 천호대교의 교각들이 보이는 강변산책로

강변북로와 천호대교의 교각들이 보이는 강변산책로©염승화

머리 위로 강변북로가 지나고 광진교와 천호대교가 서 있는 강변으로 나왔다. 두 다리에서 강변북로로 연결되는 곡선진입로들이 문어발처럼 뻗어 있는 지점이다. 한 길 두 다리를 지탱하는 육중한 콘크리트 교각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잿빛 일색인 산책로는 천호대교를 통과하자 이내 봄빛으로 변한다. 예의 연둣빛 이파리들이 꽃처럼 만발해 있는 버드나무들이 수변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가에 바투 서 있거나 잔뜩 기울어져 아예 물속에 잠긴듯한 나무들도 보인다. 일렁이는 강물과 버드나무 신록이 어우러져 한결 상큼한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 같았다.

버드나무 신록과 오솔길이 나 있는 강변 뒤로 올림픽대교가 보인다

버드나무 신록과 오솔길이 나 있는 강변 뒤로 올림픽대교가 보인다 ©염승화

곧 올림픽대교가 저만치 보이는 지점에 다다랐다.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만든 다리다. 중앙 탑 꼭대기에 성화를 상징하듯 횃불 모양의 조형물이 달려있다. 멀리서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하게 생겼다.

열차가 막 지날 때 바라본 잠실철교와 산책로

열차가 막 지날 때 바라본 잠실철교와 산책로 ©염승화

거대한 올림픽대교의 위용을 새삼느끼며 다리 밑을 지나면 복선으로 철로로 놓인 잠실철교가 나타난다. 서울시가 1979년 지하철 2호선을 건설하면서 지은 것이다. 다리 부근에 이르렀을 때 마침 덜컹거리며 열차가 지났다. 화룡점정으로 그림을 마무리 하듯 풍경을 더 돋보이게 하는 장면으로 여겨졌다. 열차는 빠른 속도로 뒤꼬리를 감추어버렸다.

산책로를 화사하게 만든 취수장 담장에 그려진 대형 벽화

산책로를 화사하게 만든 취수장 담장에 그려진 대형 벽화©염승화

강변나들목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전경이 시원하다

강변나들목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전경이 시원하다.©염승화

잠실대교 방면으로 가는 도중에는 알록달록 그려진 긴 그림을 만난 것이 인상 깊었다. 취수장의 기다란 담장을 활용한 대형 벽화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산책로를 화사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강변나들목 앞 전망대는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이 뛰어난 명당이다. 강 건너 잠실 벌판에 우뚝 솟아 있는 롯데월드빌딩을 중심으로 잠실철교와 잠실대교를 좌청룡 우백호처럼 한 번에 바라보는 즐거움이 제법 쏠쏠했다.

빌딩에 반사된 저녁 햇살이 윤슬을 만들고 있다

빌딩에 반사된 저녁 햇살이 윤슬을 만들고 있다. ©염승화

언덕이 진 곡선 길로 잠실대교 밑을 지난 뒤부터 청담대교까지 나머지 약 2km 구간은 거의 휘어지지 않고 곧게 나 있다. 수변 경사가 완만해지고 고수부지도 넓어지면서 산책로도 외줄에서 두 줄 혹은 세 줄까지 계단식으로 늘어난다. 눈과 귀로 출렁이는 강물을 동시에 느껴보고자 물가에 바짝 붙은 길로 내려섰다.

해가 지고 난 뒤 황혼 무렵의 강변산책로. 3단계로 나 있다.

해가 지고 난 뒤 황혼 무렵의 강변산책로. 3단계로 나 있다. ©염승화

어느덧 서쪽 하늘이 붉게 번져가기 시작했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면서 사방으로 발산하는 강렬한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강변은 온통 검고 붉은 세상으로 변해갔다. 햇살이 물결에 반짝반짝 비치며 저녁 윤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난 뒤 어스름해질 이른바 ‘매직 아워’ 무렵도 장관이었다. 넋 놓고 바라볼 만큼 하늘은 시나브로 황홀한 풍광을 만들어내었다.

화려하게 변모한 청담대교와 강건너 밤 풍경

화려하게 변모한 청담대교와 강건너 밤 풍경 ©염승화

사위가 완전히 어둑해진 뒤 화려하게 등장하는 야경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청담대교 밑 벤치에 앉아 어둑해질 때까지 머물다가 밤풍경을 사진기에 담았다. 낮과는 다르게 멋진 조명발에 힘입어 한강다리가 찬란하게 변모한 것이다. 오리배가 둥둥 떠 있는 선착장 모습이나 ‘뚝섬 자벌레’로 불리는 복합문화 공간 서울생각마루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봄빛이 날로 무르익어 가는 요즘 한강다리들을 벗 삼아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뚝섬한강공원 광진~청담 코스 방문을 권하고 싶다.

광진교~청담대교 구간 한강변 산책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 약 200m(도보 2분) > 서울시립천문대 > 약 300m(도보 약 4분) > 한강변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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