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부터 영천시장까지' 나들이 코스 추천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4.29. 15:32

수정일 2020.05.06. 13:00

조회 2,874

서대문독립공원의 독립문 모습
서대문독립공원의 독립문 모습 ⓒ최용수

지난 20일, 정부는 3월 22일부터 시행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5일까지 “다소 완화한 형태”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되, 국립공원이나 자연휴양림, 수목원 등 위험도가 낮은 실외 분산시설부터 생활 방역 체계로 하나씩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의 집콕생활은 가족애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으나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반가운 완화 조치 발표를 듣고 오랜만에 주말 가족나들이를 나섰다. 모처럼 나들이는 서대문독립공원을 시작으로, 안산자락길을 한 바퀴 순환, 영천시장에서 마무리하는 코스였다.

 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경
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경 ⓒ최용수

다소 한산했던 지하철 '서대문역'에도 모처럼 오가는 시민들로 생기가 돌았다. 서대문역 4,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서대문독립공원이다. 제일 먼저 만난 곳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다. 1907년 일제가 만든 ‘경성감옥’으로, 광복이 될 때까지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옥고를 치른 곳이다. 이후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서울구치소 등의 이름으로 불리었다. 1987년 11월 의왕시로 구치소가 옮겨감에 따라 감옥 7동, 사형장, 지하여자감옥 등을 복원하고, 탑골공원의 3·1운동기념탑을 이전하여 1992년 광복절에 독립공원(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원하였다.

 독립공원 순국선열추념탑
독립공원 순국선열추념탑 ⓒ최용수

 순국선열 위패가 봉안된 독립관, 안산자락길 이정표
순국선열 위패가 봉안된 독립관, 안산자락길 이정표 ⓒ최용수

독립공원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외에도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을 영접하던 모화관(慕華館)을 복원하여 2,327위의 순국선열 위패를 봉안한 '독립관'과 1895년 독립협회에서 건립한 '독립문(사적 제32호)' 그리고 순국선열추념탑, 3·1독립선언 기념탑 등의 유적들이 있다. 건물 외부를 둘러보는데만 30분은 족히 걸렸다.

 안산자락길 들머리에 핀 아름다운 영산홍
안산자락길 들머리에 핀 아름다운 영산홍 ⓒ최용수

이어 본격적인 '안산자락길' 산책을 시작했다. 오늘 탐방의 들머리는 '이진아도서관' 뒤편의 새빨간 영산홍길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전주에서 왔다는 아낙들은 “역시 서울은 서울이다!”라며 기념촬영을 부탁했다.

 안산자락길은 대부분 경사도 8% 이하의 나무데크 무장애숲길이다
안산자락길은 대부분 경사도 8% 이하의 나무데크 숲길이다 ⓒ최용수

안산자락길은 정상 높이 296m인 안산의 중턱을 한 바퀴 돌아오게 만든 순환형 산책로이다. 전체 길이 7km로,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넉넉하다. 초입은 경사가 심한 비탈이다. 이곳은 지그재그 목재 데크를 깔아 8% 이하의 평균 경사도를 유지하여 무장애길로 만들었다. 중간, 중간 평탄한 길에는 마사토를 덮었다.

 안산자락길은 노랑, 파랑 화살표 하나만 따라가면 시작점으로 되돌아온다
안산자락길은 노랑, 파랑 화살표 하나만 따라가면 시작점으로 되돌아온다 ⓒ최용수

안산자락길은 순환하는 길이라 초행자도 방향을 잃을 염려가 없다. 산책길을 안내하는 노란색 또는 파란색 화살표 중 하나를 선택해 따라 걸으면 출발 원점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탐방로 양옆으로는 영산홍과 황매화가 한창 꽃 피우고, 새롭게 돋아난 연녹색 나뭇가지의 푸릇한 봄은 모두 내 것이 되어 품에 안긴다.

 안산 메타세쿼이아 숲에도 봄이 왔다
안산 메타세콰이아 숲에도 봄이 왔다 ⓒ최용수

반시계 방향의 파란 화살표로 이어진 동쪽 자락길을 30여 분쯤 걸었을까, 전망대가 나타났다. 2017년에 완공한 생태통로 무악재 하늘다리가 인왕산으로 이어졌고, 뒤편에는 웅장한 한양도성 성곽길이 파노라마 전경을 펼친다. 이른 오전임에도 안산자락길에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겁게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보기 좋았다.

생태다리 무악재 하늘다리 모습
생태다리 무악재 하늘다리 모습 ⓒ최용수

“찬란한 아침 이슬을 차며/ 나는 풀섬 길을 간다/ 영롱한 이슬들이 내 가벼운/ 발치에 부서지고.. 불어오는 아침 바람/ 산뜻한 풀냄새에 가슴이 트인다" 전망대를 지나면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시비가 서있다. 나란히 선 3개의 시비(높이 300cm, 폭 120cm)에는 1946년 청록집에 실린 시(詩) “푸른 숲에서”가 새겨져 있다. 60여 년간 한국 시단의 거목으로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안산 기슭 연희동에 40년 이상을 거주한 서대문 토박이다.

 안산자락길 박두진 시인의 시비
안산자락길 박두진 시인의 시비 ⓒ최용수

북쪽의 자락길에서 휠체어 탄 사람, 유모차를 끄는 부부를 만났다. 상기된 표정이 ‘코로나 블루는 먼 이야기’란 듯 여유롭다. 인근에 유모차, 휠체어 대여소(시설)가 있고, 길 옆에는 휠체어 충전시설이 있다. 보행약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안산자락길은 모두에게 착하고, 공정한 산책길이 되어 준다.

 안산자락길에는 휠체어, 유모차를 빌려주는 장소가 있다
안산자락길에는 휠체어, 유모차를 빌려주는 장소가 있다 ⓒ최용수

자락길의 서쪽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르는 거목들의 숲길이다. 독일가문비나무와 메타세콰이아, 잣나무가 경쟁하듯 키 자랑을 한다. 토종 소나무·산벚나무·아카시나무 등 수목이 다양하고, 구절초·꽃무릇·노루오줌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두텁고 깊은 숲을 만나다니 행운이다. 숲속 쉼터에는 여러 가족들이 쉼을 즐긴다.

안산자락길 쉼터 모습
안산자락길 쉼터 모습 ⓒ최용수

전망 데크, 능안정을 지나 하산하면 시작 원점인 독립공원이다. 우뚝 선 독립문으로 향하면 건너편의 영천시장이 보인다. 꽈배기, 순대, 떡볶이, 튀김, 떡 등 전통시장 특유의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착한 가격으로 기다린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전통시장 나들이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서울 4대 전통시장의 하나인 영천시장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곳이다.

서울에 살면서도 안산(鞍山)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명 때문에 경기도 안산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북악산·남산·인왕산에 가려 덜 알려진 까닭이기도 하다. 2013년 안산자락길이 완성된 후로는 가족 나들이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황금연휴에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역사와 산책, 먹거리를 고루 갖춘 안산자락길 일대를 추천한다.

 영천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착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영천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착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최용수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위치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 운영시간 : 09:30 ~ 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 당일
○ 입장료 :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 홈페이지 : https://sphh.sscmc.or.kr/

○ 문의 : 02-360-8590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재 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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