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에게 버들잎 띄운 물그릇을 건넨 여인은?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0.04.20. 09:34

수정일 2020.04.21. 09:24

조회 4,617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조선왕릉은 왕과 왕비의 능으로, 독특한 우리 전통의 건축양식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룬 문화유산이다. 서울에서도 여러 조선왕릉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 중 정릉은 태조가 사랑했던 신덕고황후를 위해 조성한 능이다. 성북구 아리랑로에 위치했다.

성북구에 있는 조선왕릉 정릉의 모습

성북구에 있는 조선왕릉 정릉의 모습 ©김은주

정릉은 조선 제1대 태조고황제의 두 번째 황후인 신덕고황후의 능으로 사적 제298호다. 우이신설역 정릉역 2번 출구에서 아리랑시장 쪽으로 걸어오다 보면 골목길의 끝에서 정릉과 마주하게 된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들어서면 잘 가꿔진 왕비의 능을 만나게 된다.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김은주

태조 이성계와 신덕고황후의 러브스토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사냥을 다녀오던 길에 목이 말랐던 이성계는 어느 우물가에 이르러 그곳에 있던 여인에게 물 한 그릇을 청했다. 그 여인은 물그릇에 버들잎 한 줌을 띄어 건네 주었고, 냉수를 급히 먹고 체하지 않게 배려했던 여인의 모습에 감탄하며 이성계는 둘째 부인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조선이 건국된 후 그녀는 첫 번째 왕비인 신덕고황후가 되었다. 

정릉은 한적한 봄날을 느끼며 걷기 좋은 산책로이다

정릉은 한적한 봄날을 느끼며 걷기 좋은 산책로이다 ©김은주

처음 태조가 조성했던 정릉은 현 정동의 영국대사관 부근이었던 취현방에 크고 웅장하게 만들어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태조는 세자 책봉에서 첫 번째 왕비인 신의고황후의 6명의 아들이 아닌, 어린 신덕고황후의 둘째 아들 방석을 선택했고, 결국 왕자의 난이 일어나는 비극이 초래되었다. 태종이 즉위한 후 정릉은 지금의 자리로 옮겨지게 되었고 옮겨지는 과정에서 폐위와 함께 정릉의 형식은 일반인의 묘처럼 축소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이후 현종 때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조성되었다.

정릉의 비각 안에는 비석이 모셔져 있다

정릉의 비각 안에는 비석이 모셔져 있다 ©김은주

이러한 역사적 지식을 알고 정릉을 방문하면 이곳에 묻힌 신덕고황후가 죽어서도 편히 눈을 못 감았을 것을 느낄 수 있다. 태종은 태조고황제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자신의 친모인 신의고황후만 종묘에 모시고 신덕고황후의 신주는 모시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릉 재실에는 신덕황후 도서관이 있다

정릉 재실에는 신덕황후 도서관이 있다 ©김은주

배경지식을 접하고 정릉을 보면 곳곳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풍성히 느낄 수 있다. 언덕 위 높은 곳에 위치한 정릉은 병풍석이나 난간석이 없고, 혼유석을 받치는 고석이 보통 4~5개인 것과 달리 2개뿐인 것을 볼 수 있다.

정릉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재실이 있다. 재실은 왕릉의 수호와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소실되었던 것을 지난 2014년에 복원하였다. 재실 안쪽, 행랑채는 신덕황후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휴관 중이지만 왕릉 안 한옥에서의 운치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또한 정자각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수라간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수복방과 비각이 있다. 수라간은 왕릉에 제향을 지낼 때 쓸 제사 음식을 간단히 데우는 등의 준비를 하는 곳이고, 수복방은 능에서 화재나 부정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키는 수복이 근무하는 곳이다.

정릉 산책로는 2.5km 둘레코스로 긴 코스와 짧은 코스가 잘 갖춰져 있다

정릉 산책로는 2.5km 둘레코스로 긴 코스와 짧은 코스가 잘 갖춰져 있다 ©김은주

정릉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정릉을 둘러싸고 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과 아름다운 봄꽃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고즈넉한 2.5km 길이의 산책로이다. 동네 주민들뿐 아니라 정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정릉은 건축과 조형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정릉은 건축과 조형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김은주

조선왕릉 정릉은 공간에 어울리는 건축물과 조형물, 자연 경관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다. 600여 년 전의 제례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공간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관람객들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질서있게 관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릉을 찾아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일상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고민과 걱정에서 해방되는 편안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정릉 관람 안내
○ 위치: 서울 성북구 아리랑로 19길 116 (정릉동 508)
○ 교통
- 지하철: 우이신설선 정릉역 2번 출구→약 580m(도보 8~10분)→정릉 입구
- 마을버스: 성북 22번→성신여대입구역 정류장 승차→정릉 입구 하차
○ 운영시간: 매주 화~일요일 개방, 월요일 휴관
- 11~1월 06:30~17:30 (입장 마감 16:30)
- 2~5월, 9~10월 06:00~18:00 (입장 마감 17:00)
- 6~8월 06:00~18:30 (입장 마감 17:30)
○ 관람료: 1,000원 (만25세~만64세) / 단체 10인 이상 800원
○ 홈페이지: http://royaltombs.cha.go.kr/html/HtmlPage.do?pg=/new/html/portal_01_06_01.jsp&mn=RT_01_06
○ 문의: 정릉관리소 (02-914-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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