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진관사 벽에서 발견된 것은?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3.03. 11:29

수정일 2020.03.04. 15:54

조회 729

 눈 내린 진관사 모습
눈 내린 진관사 모습 ⓒ최용수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중략)...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매년 3.1절 기념식 때 부르는 3.1절 노래이다. 3.1절이 있는 3월, 애국선열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장소를 찾아 상상으로나마 독립운동가가 되어보면 어떨까. 

 백초월길 중간에서 만나는 진관사태극기 석상
백초월길 중간에서 만나는 진관사 태극기 석상 ⓒ최용수

은평구 진관외동 한옥마을 중앙도로 ‘백초월길’을 따라 북한산으로 향하면 도로 옆에 커다란 석상을 만난다. 빛바랜 듯한 태극기 사연을 새긴 진관사 태극기 표석이다.

 백초월스님이 감춘 보자기 원형
백초월스님이 감춘 보자기 원형 ⓒ최용수

1919년 3·1 운동 당시 북한산 고찰 ‘진관사(津寬寺)’에는 한밤중 극도의 경계심으로 조심조심 움직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인적이 드문 칠성각(수명장수신 七星을 모신 곳) 안으로 들어가 불단(佛壇)을 끌어내리고 벽을 뜯었다. 그리고는 보자기를 넣고 벽을 다시 발랐다. 이어 불단을 제자리에 맞춘 다음 물러나서 큰 절을 올렸다. 감쪽같다. 대체 무슨 사연일까?

 2006년 칠성각 해체보수공사 모습
2006년 칠성각 해체보수공사 모습 ⓒ최용수

그 후 90년이 흐른 2009년 진관사에서는 칠성각 해체·보수작업이 진행되었다. 공사 중인 5월 26일, 칠성각 벽 속에서 '보자기' 하나가 발견되었다. ‘그날 밤’ 위험을 무릅쓰고 숨긴 바로 그 보자기이다. ‘3·1 운동의 숨결’을 간직한 채 90년 동안이나 숨죽여 있어야 했던 ‘독립운동사료’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태극기 보자기 발견직후 보자기를 펼친 모습
태극기 보자기 발견 직후 보자기를 펼친 모습 ⓒ최용수

보자기에는 단재 신채호가 창간한 신대한(新大韓) 3점, 독립신문 4점, 조선독립신문 5점, 자유신종보 6점, 경고문 2점 등 총 6종 20점이 있었다. 이들 독립운동과 태극기 관련 사료들이 태극기 보자기에 싸여있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독립의 의지를 담아 일장기 위에 덧그린 태극기는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청등록문화재(제 358호)로 지정되었다.

 진관사에 이르는 길은 백초월길로 명명되었다.
진관사에 이르는 길은 백초월길로 명명되었다 ⓒ최용수

‘그날 밤’ 칠성각에 보자기를 감춘 사람은 백초월(白初月, 1878~1944) 스님이다. 경남 고성에서 출생하여 14세에 입산 출가한다. 일제 강점기 불교계의 큰 스승이 되었고, 한용운·백용성 스님과 비견되는 항일 승려 중 한 분이다. 특히 진관사 포교단 주석으로 있던 1939년 10월 만주행 군용열차 대한독립만세 낙서 사건을 주도하여 3년 6개월 수감생활을 하였고, 1944년에는 독립운동 군자금 사건으로 일제에 체포되었다. 이어진 모진 고문으로 독립을 보지 못하고 6월 29일 청주교도소에서 옥사(수형번호 38240, 69세) 했다.

 '알로프로젝트'로 탄생한 백초월길 안내 입간판
'알로프로젝트'로 탄생한 백초월길 안내 입간판 ⓒ최용수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운동사료’를 칠성각에 감춘 ‘백초월 스님’을 기리기 위해 2016년 명예도로명 ‘백초월길’이 탄생했다. <서울시 명예도로 알림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은평구에서 명명한 것이다. ‘백초월길’은 은평 한옥마을 중앙도로 입구에서 진관사에 이르는 약 1km의 ‘진관길’을 말한다.

 진관사 태극기 발견장소 칠성각
진관사 태극기 발견 장소 칠성각 ⓒ최용수

“三角山(삼각산) 마루에/ 새벽빛 비칠제/ 네 보앗냐 보아/ 그리던 太極旗(태극기)를/ 네가 보앗나야” 獨立新聞(독립신문) 제30호에 실린 '태극기' 시의 일부이다. 현재 진관사 칠성각 앞에는 진관사 태극기가 발견된 곳이라는 현수막과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찰을 찾는 신도는 물론 일반 시민과 등산객들이 진관사 태극기의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진관사 학예팀장과 대화중인 취재기자 모습
진관사 학예팀장과 대화중인 취재기자 모습 ⓒ최용수

올해는 3ㆍ1절이 101주년을 맞는 해이다. 감염병 코로나19의 조기 퇴치를 위한 총력을 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이 모이는 기념식은 예년 같지가 않을 것 같다. 이럴 때 백초월길과 진관사 칠성각 태극기와 백초월길을 걸으며 당시의 백초월 스님이 되어 독립운동을 상상해본다면 어떨까. 더욱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단, 진관사 칠성각 방문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 진관사
○ 위치: 서울 은평구 진관길 73
○ 홈페이지:  http://www.jinkwansa.org/
○ 문의: 02-359-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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