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다가 뭐예요?

시민기자 이영남

발행일 2020.02.26. 10:46

수정일 2020.02.27. 10:41

조회 1,822

청계천 수표교 앞에 있는 전경

청계천 수표교 앞에 있는 전태일기념관 전경 ©이영남

기념관 앞을 장식한 한글은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내용. 미술가 임옥상님의 작품

기념관 앞을 장식한 한글은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내용. 미술가 임옥상님의 작품 ©이영남

청계천을 따라서 걷다 보면 수표교 앞에 한글로 전면을 장식한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전태일기념관이다. 기념관 앞을 장식한 한글은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내용이다. 미술가 임옥상님이 작업했다. 글씨체에서 느껴지는 절실함이 가슴을 울린다. 

1961년생인 필자는 70~80년대 시대를 살아왔다. 미싱, 봉제, 시다, 요꼬 이런 단어들이 무심히 들리지 않는다. 전태일 노동운동가가 가난한 집, 배우지 못한 세대이었던 것처럼 그 당시에는 모두가 비슷한 현실이었다. 당시 노동 현장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도 기억난다. 필자의 막내 이모가 일하던 평화시장 봉제공장에 직접 가 보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것은 당연하고, 부모가 봉제 공장에서 일해야 한다고 말하면 당연하고, 학교를 안 가도 당연하고,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던 시기였다. 전태일기념관에서는 부당한 것이 당연했던 시기를 말하고 있었다.

현재 전태일기념관 1층에서는 사진가 전경숙과 네 명의 여성노동자가 협업한 독특한 사진 작업이 전시 중이다. 전경숙은 ‘시정의 배움터’ 교사로 네 명의 여성노동자를 만났다. 전경숙은 네 명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재를 담은 사진을 광목천에 인화했고, 네 명의 노동자는 재봉틀을 이용해 자신의 사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식하였다.

홍경애 여성 노동자가 광목천에 인쇄된 사진을 장식해 콜라보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홍경애 여성 노동자가 광목천에 인쇄된 사진을 장식해 콜라보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이영남

2층 울림터에서는 노동 연극 '넘어가네' 낭독극 영상을 볼 수 있다

2층 울림터에서는 노동 연극 '넘어가네' 낭독극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영남

2층에서는 ‘시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시다는 일본어 시타바리에서 유래한 말로, 꼭 필요하지만 가장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시정의 배움터’ 문집에 실린 노동 연극 ‘넘어가네’를 낭독극 형식으로 재현한 영상도 상영 중이다. 입구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청계피복노조 시간단속반 1기생들(KBS 다큐멘터리 '현장기록 요즘사람들')의 활동 영상도 보여준다.

시다는 일본어 '시타바리'에서 유래한 말

시다는 일본어 '시타바리'에서 유래한 말 ©이영남

3층의 '다락방의 하루' 공간에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아 보았다. 어쩌면 평화시장 다락방 봉제공장에서 노동을 했었을지도 모를 필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당시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하던 이모님은 4명의 봉제 여성노동자들처럼 가내수공업 부업을 하면서 현재도 잘 살고 계신다.

기획전시실로 올라가는 3층 계단에 있는 전태일 사진

기획전시실로 올라가는 3층 계단에 있는 전태일 사진 ©이영남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2019년 4월 전태일과 노동의 참된 의미 및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설립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상설전시 및 기획 전시, 노동인권 체험교육, 문화공연, 인문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2020년 3월 29일까지 전태일기념관 1-3층 기획전시장에서 노동복지기획전 <시다의 꿈>을 전시하고 있다. <시다의 꿈>은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봉제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김경선, 박경미, 장경화, 홍경애 4인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전시이다. 이들은 모두 봉제공장의 ‘시다’(보조원)로 봉제업에 발을 들였고, 노동야간학교인 ‘시정의 배움터’를 통해 현장에서 겪는 부당함에 맞설 힘을 배웠다. 

전태일의 어린 시절부터 노동운동가의 삶까지

전태일의 어린 시절부터 노동운동가의 삶까지 ©이영남

<시다의 꿈>은 현재의 한국사회 속 노동복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전시를 기점으로 4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자영업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노동복지의 그늘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0년 현재도 열악한 근무환경,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체계의 격차, 암묵적으로 무시되는 근로시간과 근로기준법이 문제다.  1970년대 과거와 2020년 현재의 노동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시다의 꿈' 기획전은 전태일기념관 운영시간 내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태일에게 하고 싶은 말 '2020년 지금이 그때가 다시 된 것 같아요!'

전태일에게 하고 싶은 말 '2020년 지금이 그때가 다시 된 것 같아요!' ©이영남

■ 전태일기념관

※해당 시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에 따른 조치로 별도 공지 시까지 휴관하오니 참고 바랍니다.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05
○ 관람시간 
- 하절기 (3월~10월) / 10:00~18:00
- 동절기 (11월~2월) / 10:00~17:30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당일), 추석(당일)○ 관람료: 무료
○ 문의: 02-3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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