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자개장, 재봉틀...찡한 감동주는 ‘기억의 공감’전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9.12.30. 09:25

수정일 2019.12.30. 16:38

조회 2,814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전통생활문화를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우리 민속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광화문에서 삼청동 방향으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국립민속박물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외경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외경을 찍고 있는 시민들©박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박물관에서는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대표 생활유물을 소개하는 기억의 공감’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독간호사가 쓴 가계부, 학창시절에 모은 우표, 국수공장에서 쓰던 저울 등 2018년 한 해 동안 시민들로부터 기증 받은 생활유물 중 가치가 높은 100여점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커다란 자개장에서 작은 성냥갑에 이르기까지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전시품마다 기증자의 이름이 표기돼 훈훈함을 더한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옛 자개장의 모습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옛 자개장의 모습©박분

전시품 중 가장 덩치가 큰 자개장은 기증자가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살림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나타낸다. 아파트가 대량 보급된 이후 주거환경 변화로 붙박이장이 유행하면서 자개장도 잘 볼 수 없게 되었다. 한때 안방을 화사하게 장식하던 자개장은 어느덧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유물로 남아 그 시절 주거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옛 재봉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옛 재봉틀©박분

친정어머니가 애지중지 사용했던 다듬잇돌과 어려운 시절 한 가정의 생계수단이 돼주기도 했던 재봉틀 또한 이젠 찾기 어려운 유물이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그 시절의 향수를 어찌 다 잊을 수 있을까!

이처럼 전시된 유물들은 국가 차원의 귀중한 보물은 아니지만 집집마다 한 가정의 역사가 담긴 소중한 물품들이다. 매년 시민들에게 생활물품을 기증받아 온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이 2017년부터 ‘기억의 공감’ 전을 열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칠이 벗겨진 오래된 저울의 모습 

칠이 벗겨진 오래된 저울의 모습©박분

칠이 벗겨진 오래된 저울은 제주도 소재 한성국수공장에서 국수의 무게를 잴 때 사용했던 저울이다. 1947년 개업한 한성국수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4대째 운영해오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닫았다. 군데군데 녹이 슨 저울에서 오래도록 국수를 만들어온 장인의 면모가 느껴진다. 한성국수는 우리나라 국수 제작의 역사 기록을 위해 저울과 함께 국수대와 칼판, 반죽 긁개 등 72점을 기증했다. 고향마을 우체국의 첫 배달을 축하하며 쓴 집배원의 편지, 증조할아버지가 사용한 마작통 등 사소하지만 저마다 소중한 순간들을 간직한 기증품들을 들여다보는 동안 마음 속 찡한 감동이 일렁인다.

어머니가 딸에게 손수 지어보낸 한복 

어머니가 딸에게 손수 지어보낸 한복©박분

1960~70년대 한국을 떠나 독일에 진출해 새 삶을 일군 파독 간호사들의 기증품도 한데 모았다. 고향산천을 떠나 머나먼 낯선 나라로 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눈물로 지어 보낸 한복은 관람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매달 꼬박꼬박 고향집으로 월급을 보낸 독일은행 발행의 송금장과 독일에 도착한 첫날부터 작성한 가계부도 나와 있다.

매달 고향으로 월급을 보낸 파독 간호사의 가계부 

매달 고향으로 월급을 보낸 파독 간호사의 가계부©박분

1970년 4월, 독일에 도착한 첫날부터 작성한 가계부에는 우표와 엽서를 구입한 내역도 보인다. 낯선 땅에서 근검절약하면서도 고국에 편지를 보내는데 드는 비용은 아끼지 않았던 파독간호사의 생활사를 잘 보여준다. 낯선 이국땅에서 독일에 파견을 떠난 간호사들에게 힘이 돼준 이 유물들은 그들의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자료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964년부터 일반 시민들로부터 유물들을 기증받아 왔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 5만 여점의 자료를 기증 받아 시민들의 생활문화를 연구하는데 귀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또한 박물관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기억의 공감’ 전을 열어 전년도에 기증받은 물품 중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박분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전통 문화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도 둘러보았다.

‘한국인의 일생’이라는 주제를 갖고 한 생명이 태어나 삶을 마칠 때까지 거치게 되는 다양한 의례를 소개하고 있다. 새 생명의 탄생은 시공을 초월하는 모두의 기쁨이다. 가정의 크나큰 경사로 집 대문에 금줄을 쳐 아기 탄생을 알리고 부정한 출입을 막았다.

전통혼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전통혼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박분

탄생과 성장 및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미니어처와 마네킹 등을 통해 생동감 있게 관찰할 수 있다. 신랑이 신부 집에서 초례를 치르는 모습도 마네킹으로 재현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상차림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상차림도 확인해 볼 수 있다©박분

우리 선조들의 의·식·주생활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고유의 상차림과 제사 상차림은 물론, 김치의 재료와 종류, 김장하는 모습 등 식생활에 대한 다양한 전시도 살펴볼 수 있다. 사계절을 바탕으로 이어져 내려온 농경과 세시풍속, 생업, 공예 등 한국인의 일상을 전하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겨울철 살림도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겨울철 살림도구©박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겨울 살림살이 용구도 전시돼 있다. 눈 쌓인 산간지역에서 신었던 신발 ‘설피’와 목이 긴 ‘둥구니신’, 겨울철 사냥 도구들과 얼음낚시 도구도 한자리에 전시돼 있어 새삼 눈 쌓인 겨울의 산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 80년대 거리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한 '추억의 거리'

1970~80년대 거리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한 '추억의 거리'©박분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는 1970~80년대 거리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한 ‘추억의 거리’가 펼쳐져 있다. 이발관과 구멍가게, 국밥집 등을 둘러보며 잠시 옛 추억에 잠기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뿐해진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증받은 대표 유물을 소개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기억의 공감’ 전은 한 시대를 살아간 소시민들의 생활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 '기억의 공감’ 전은 한편으로 나눔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전시는 내년 2020년 10월 19일까지 이어진다. 

'기억의 공감' 2019년도 기증자료전
전시기간 : 20191127() 20201019()
전시장소 : 국립민속박물과나 상설전시3관 기증전시실
전시자료 : 김귀원 기증 '자개장' 100여 점
문의 : 국립민속박물관 02-370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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