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부는 변화의 바람, '자유학년제' 현장을 찾아서

시민기자 이정이

발행일 2019.12.19 15:47

수정일 2019.1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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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2일 광진구 광장동 시립광진청소년센터 주변에는 아침부터 중학생들이 와글와글 웃고 떠들고 있었다. 마음까지 얼 수 있는 추운 겨울날 두꺼운 파카를 뒤집어 쓴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들은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배우러 온 듯 들떠 보였다.

그들을 따라 청소년센터 지하로 내려가보았다. 다들 제자리를 찾아서 앉고 있었는데, 자리마다 색다른 문구들이 보였다. 크리에이터, 미래식량연구가, 바리스타, 특수분장사, 파티쉐, 쇼콜라티에, 조향사...

학생 중 한 명이 알려주었다. “저는 이 근처 중학교 1학년인데요. 조향사 체험을 하러 왔어요.” 한창 학교수업이 진행되어야 할 목요일 오전에 웬일일까? 궁금했는데 바로 자유학년제 때문이라고 했다.

광진진로직업체험센터(해봄) 조향사 체험활동에 참여중인 아이들

광진진로직업체험센터(해봄) 조향사 체험활동에 참여중인 아이들 ©이정이

자유학년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자유학년제가 무엇인지, 평일 수업시간에 왜 학생들이 청소년센터에 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유학년제를 잘 실시하고 있다고 소문난 한 중학교를 방문했다. 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오후 2시경 성북구 돈암동 고명중학교(교장  박승관 )에서는 한창 예술체육 체험학습이 진행 중이었다.

고명중학교 예술체육 플라잉디스크 체험활동

고명중학교 예술체육 플라잉디스크 체험활동 ©이정이

먼저 1학년 부장 이정경 선생님(고명중 1학년부장, 자유학년제 담당)을 만나보았다. ‘더 잘 가르치고, 더 잘 배우는 학년’이라고 운을 뗀 선생님은 고명중이 진짜 자유학년제 체험활동을 열심히 성과 있게 하고 있어서 학생 만족도가 높으며 협력과 소통의 배움으로 학생 폭력문제도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자유학년제는 4차산업혁명 사회의 급속한 도래에 따라 학생들이 ‘평생 학습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함이며, 일괄적 지필고사를 지양하기 위해 1학년 시험을 모두 없앴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월요일 5·6교시, 목요일 3교시, 5·6교시, 금요일 5·6교시에는 예술체육, 스포츠클럽, 주제 선택 학생개인프로그램, 동아리, 진로탐색 시간으로 운영된다. 
간단히 말하면 자유학년제는 교과 간 융합수업이라고 했다. 학생 참여중심 위주이며 학생의 희망을 적극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달 정도는 1년 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고 했다.

고명중학교 이정경 1학년부장과 1학년 배준원 학생과의 흐믓한 담화

고명중학교 이정경 1학년부장과 1학년 배준원 학생과의 흐믓한 담화 ©이정이

구체적 프로그램으로는 게임으로 찾는 진로, 핸드메이드 클래스, 재미 CEO, 한자야 놀자, 신문과 이슈, 영어스토리북 제작반, BTS보다 한글, 한국어!, 나를 표현한다, 신나는 토의토론, 인생을 수놓는 보석십자수, 캘리그라피, 아트북, 유쾌한 카메라, 뮤지컬, 플래그풋볼, 나도 앱아티스트, 배구반, 마인드스포츠반, 족구반, 추크볼반, 플라잉디스크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 소재 청소년센터 등도 방문해 전문적인 체험활동을 지원 받는다. 또한 학교 자체 내에서 체험활동을 하기도 하며, 진로체험활동 전문교사들을 지원받아 체험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북 마을학교에서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자유학년제는 주변 지역과도 함께하는 공동체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야기 도중 마침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는데 영화단체 관람을 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생각할 수 없던 제도였기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자유학년제. 학생의 실제 경험담은 어떤지 궁금했다.

배준원(고명중, 1학년 1반) 학생은 웃으며 말했다. "자유학년제요? 시험부담이 없구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해서 좋구요. 제가 가보지 못했던 서울시 내 공공기관들도 방문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캘리그라피, 유쾌한 카메라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저는 광고쪽이 흥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애들과도 같은 동아리로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아요. 공부에 상관없이 같은 흥미를 갖는다는 점이 우리를 서로 묶어주는 것 같아요. 저희 학교는 최강명품학교에요."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해 탐색하고 설계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꿈과 끼를 찾고, 지속적인 자기성찰 및 발전 계기를 제공하는 것임을 학생의 간단한 설명과 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정경 선생님은 흐믓한 표정으로 학생들이 체험활동으로 정성껏 만든 결과물들을 보여주며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말고 장난꾸러기 어린 학생들의 귀여운 완성품으로 보아달라고 덧붙였다.

고명중학교 보석십자수반 학생들이 완성한 작품들

고명중학교 보석십자수반 학생들이 완성한 작품들 ⓒ이정이

고명중학교 핸드메이드클래스반 학생들의 작품

고명중학교 핸드메이드클래스반 학생들의 작품 ©이정이

본관 건물을 나오려는 데 한 학생이 교실 창문 밖으로 종이 한 장을 흔든다. 자신이 쓴 글씨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표정에 이끌려 1학년 이정경 부장님과 교실에 들어가 보았다. 몇몇 학생은 부끄러운 듯 손으로 가린다. 서툰 솜씨지만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여 그 글씨들이 한없이 예뻐보였다. 부장 선생님은 장난꾸러기 1학년 남학생을 한곳에 모아 글씨를 쓰게 만드는 것 자체가 성공한 체험이라고 했다. 운동장으로 나오니 티볼반 학생들이 운동을 하며 인사를 해준다. 

학생들이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모습

학생들이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모습 ⓒ이정이

고명중학교 티볼반 체험활동 학생들

고명중학교 티볼반 체험활동 학생들 ©이정이

자유학기제는 1학기 동안, 자유학년제는 1년 동안 총괄식 지필평가 및 성취도 산출에 대한 부담 없이 단위학교별로 부담 없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학생중심 과정중심 수업이었다. 결국 무학년제는 3년 간 학생의 개성과 강점 발견, 학습의 즐거움을 초점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 진도에 따라 나아가는 것이며, 서울시 공공기관(시립청소년센터, 생태공원, 영화관, 시립박물관, 미술관, 경복궁, 경로당 등) 등 주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시립광진청소년센터를 비롯해 서울시 각 청소년센터에는 학교 연계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중학교에서는 자유학년제 체험프로그램을 이곳과 연계해 실시하기도 하고 학교 자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서울시민 중 여러 가지 체험활동 자격증이 있는 분들은 각 청소년센터 진로직업센터에 문의해 보면 학교연계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할 수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평일 수업시간, 학교에서 학교 밖 청소년시설로, 학교 내 수업에서 지역 연계활동으로,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로, 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립광진청소년센터 : 서울시 광진구 구천면로 2 (문의: 02-2204-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