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의 아픔 생생...'군함도 헤드랜턴' 전시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9.11.20 11:43

수정일 2019.11.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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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헤드랜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군함도_ 헤드랜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최용수

“하루 12시간 콩깻묵 주먹밥 두 덩이 점심, 눈알만 빼고 온통 새까만 까마귀떼들, 나는 내 목숨의 죄수, 어머니 배가 고파요... 돌에 깔려죽고, 가스에 질식해서 죽고, 매 맞아 죽고, 굶어 죽고, 도망치다 죽어야 하는 경사 50도의 가파른 갱에서...”

04-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군함도 대형사진, 현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토록 대형 제작하였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군함도 대형 사진이 실제 군함도의 느낌을 극대화시켜 준다 ⓒ최용수

최강 추위를 자랑하던 11월 19일 오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에서는 '나가사키 재일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나가사키 인권모임)'의 사무국장 시바타 도시아키, 시민활동가 기무라 히데토, 사진작가 이재갑, 3.1운동 100주년 시민위원 및 일반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해성 총감독이 진행한 토크쇼 형식의 <군함도_헤드랜턴>의 개막식이 열렸다.

08-나가사키 인권모임 관계자가 자신들의 활동내용을 소개하고 있다.(좌로부터 서해성, 시바타, 기무라, 이재갑)

나가사키 인권 모임 관계자가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좌로부터 서해성, 시바타, 기무라, 이재갑) ⓒ최용수

전시장에 내걸린 10여 미터 대형 군함도 사진의 질량감과 부피감은 실제 군함도의 느낌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 중앙 통로 15미터의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군칸지마(군함도)의 내밀한 속살을 보여주는 이재갑 사진작가의 크고 작은 사진들을 비롯해 강제징용 피해자 ‘김순길 선생 일기’와 책 ‘원폭과 조선인’ ‘화장매장요청서’ 등 희귀자료를 볼 수 있다.

08-조선인 원폭 피해자 등 희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인 원폭 피해자 등 희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최용수

08-조선인 화장매장허가서 등 귀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인 화장매장 허가서 등이 전시된 모습 ⓒ최용수

전시장 맨 안쪽에는 해저 700 미터의 수직갱을 볼 수 있는 영상실로 구성되어 있다. 해저 1,010미터를 향한 10분 10초 동안의 헤드랜턴을 따라 재생되는 군함도 영상은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갱내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09-해저 1,010미터를 향한 10분 10초 동안의 헤드랜턴을 따라 재생되는 군함도 영상실 모습

헤드랜턴을 따라 보여지는 군함도 갱내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최용수

‘군함도(軍艦島, 군칸지마)’란 하시마탄광을 일컫는다. 하시마(端島)는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작은 섬이다. 2개의 암초를 1890년 대표적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사들여 해저탄광으로 개발하였다. 남북 480m, 동서 160m의 섬으로 먼 바다에서 바라보면 그 실루엣이 군함을 닮아서 ‘군함도(軍艦島, 군칸지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05-하시마해저탄갱 단면도, 구조와 형태를 샆펴볼 수 있다

하시마해저탄갱 단면도, 구조와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최용수

이곳 하시마탄광으로 조선인이 최초로 유입된 것은 1917년 경으로 추정되며, 1937년 중일전쟁을 기점으로 조선인 동원인원이 증가된다. 1km가 넘는 해저 탄광, 좁고 45도 넘는 뜨거운 갱, 수시로 유독가스가 분출되고 해수가 갱내로 유입되는 등 혹독한 자연환경과 노동조건으로 ‘감옥섬’ ‘지옥섬’으로 악명을 떨친 탄광이었다. 총 800여 명이 동원되어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가 희생된 조선인은 밝혀진 것만 124명에 이른다.

06-이재갑 사진작가의 군함도 사진을 관람하는 학생들

이재갑 사진가의 군함도 촬영 사진을 관람 중인 학생들 ⓒ최용수

개막 토크쇼를 진행한 서해성 총감독은 “오늘은 서대문형무소를 지은 지 111년 1개월이 되는 달”이라면서 “암울했던 시기, 서대문형무소와 군함도에서 겪은 우리 조상들의 고통을 한 곳에서 비교하며 느껴볼 수 있도록 특별한 장소를 찾아 전시를 하게 되었다”면서 많은 시민들의 관람을 기대했다.

07-서대문형무소옥사 감방과 군함도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장이다

서대문형무소 옥사 앞에 전시된 군함도 사진 ⓒ최용수

2015년 7월 5일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군함도 등재를 추진했다. 이에 한국과 중국 등의 반대로 유네스코는 ‘강제노역(fored to work)’ 명시를 조건으로 등재하였으나 이후 일본은 강제노역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이날 토크쇼에 참석한 나가사키 인권모임 시바타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일본이 원폭 피해를 당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여 조선 침략의 역사를 지우려는 의도”라면서 “한국인들도 이에 적극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간 참석자들은 숙연함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나가사키 인권모임은 1980년대부터 재일 조선인 원폭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해온 단체로 조사 과정에서 조선인의 군함도 강제동원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10-군함도 전시장에 오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옥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군함도 전시장에 오면 서대문형무소 옥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최용수

곧 방학이 시작된다. 추운 겨울 특별한 볼거리를 찾는다면 <군함도_헤드랜턴>을 추천한다. 해저 1,010미터, 바다 밑 700 미터의 뜨거운 수직갱, 산 자의 지옥, 죽은 자의 감옥, 땅 · 물 · 인간의 삼중지옥 '군함도'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11-군함도 헤드랜턴 전시장 일본인 거주 65동 아파트 모습(사진 이재갑)

이재갑 사진가가 찍은 일본인 거주 65동 아파트 모습

이번 전시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공동 주최하며 12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없는 법, 아이들과 함께 올바른 역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장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위치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 운영 시간 : 매일 09:00~17:00(월요일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익일 휴관, 1월1일, 설, 추석 당일 휴관)

- 문의 : 02-360-8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