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산업의 출발점, 청계천 평화시장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9.10.21. 17:30

수정일 2019.10.21. 18:57

조회 3,649

도심 속 쉼터인 청계천에도 가을이 깃들었다. 파란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낸 맑은 물이 있는 이맘때의 청계천은 걷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두물다리 북단에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청계천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청계천박물관과 1960년대 청계천판잣집을 복원해 체험공간으로 꾸민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이 자리 잡고 있어 둘러볼 만하다.

 

1960년대 청계천판잣집을 복원한 체험공간 ⓒ박분

청계천판잣집은 1960~1970년대 옛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는 곳으로 옛 초등학교 교실과 만화가게, 구멍가게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현재 청계천 박물관에서는 ‘동대문패션의 시작, 평화시장’이라는 기획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전시 구성은 평화시장의 탄생, 의류 유통의 중심지 평화시장, 그 시절의 평화시장, 변화하는 평화시장 등 4개 부분으로 나뉜다. 
전시에서는 사진과 문서, 당시 사용됐던 재봉틀 등 전시물을 통해 평화시장의 특징과 변천과정, 이후 동대문 주변에 끼친 영향 등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을 1960~1970년대 모습으로 재현한 모습이 시선을 끈다. 전시에서는 사진과 문서, 당시 사용됐던 재봉틀 등 전시물을 통해 평화시장의 특징과 변천과정, 이후 동대문 주변에 끼친 영향 등을 조명하고 있다.

평화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남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청계천변 판자촌에 모여 살며 재봉틀 한두 개를 놓고 옷을 지어 팔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평화시장이라는 이름에는 평화를 바라는 시장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청계천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동대문패션의 시작, 평화시장' ⓒ박분

옷을 염색하는 1960년대 청계천 모습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물자가 부족했던 때라 당시 미군부대에서 나온 군복을 염색하고 수선해 활용한 옷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청계천 주변에 노점이 많이 생기면서 배출된 생활하수로 오염이 되자 1958년 청계천을 복개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판잣집들이 철거되고 복개공사를 마친 자리에 평화시장 건물이 들어섰다.

평화시장의 영향으로 이후 동대문 일대에 의류 유통상가들이 연이어 들어섰고, 1970년대에는 내수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평화시장 봉제공장 모습을 재현한 전시장 ⓒ박분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으로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평화시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증언과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한 봉제공장의 모습이다. 1960~1970년대 '평화시장'은 판매점과 봉제공장이 하나의 건물에 있어 생산과 유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였다. 재현한 봉제공장 안쪽에는 당시 평화시장에서 쓰였던 같은 종류와 재봉틀도 함께 전시했다. 봉제산업의 전성기와 함께한 국산 재봉틀인 브라더미싱 등 당시 많이 사용했던 재봉틀이다.

 

1960~70년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재단사를 재현한 모습 ⓒ박분

원단과 재단기구, 재봉틀이 보이는 비좁은 봉제공장에서 원단으로 옷을 재단하는 재단사와 재봉틀을 돌리는 미싱공 등 사람모형을 통해 보다 실감나는 그 시절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경험담도 봉제기술사(미싱사), 재단사, 보조원 등의 업무와 함께 소개된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거한 청년 전태일에 관한 기록도 전시 중이다 ⓒ박분

평화시장에서 치열하게 삶을 일궈나간 봉제 노동자들의 삶도 되짚어 보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거한 청년 전태일에 관한 기록물도 전시돼 있다. 평화시장에서 봉제공장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1970년 11월, 평화시장 앞에서 분신했다.

국내 패션산업의 출발점이 된 동대문 평화시장의 1960~1970년대 모습을 재조명하는 이 전시는 청계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11월 24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내친김에 청계천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동대문 평화시장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청계천은 구간마다 색다른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곳이다. 조금씩 나눠 걸어도 청계천을 이해하기에 손색이 없다.

 

청계천 고가도로를 떠받치고 있던 교각들 ⓒ박분

평화시장으로 가는 길목, 비우당교와 무학교 사이에 이르면 낡은 콘크리트 기둥과 마주하게 된다. 시냇가 한복판에 우뚝 솟은 세 개의 기둥은 옛 청계천 고가도로를 떠받치고 있던 교각들이다. 2003년 청계고가도로를 걷어낼 당시, 흔적의 일부를 남겨 청계천의 명물로 재탄생했다. 근대화의 상징물로 남은 이 교각들은 1977년에 복개됐다가 2005년에 다시 복원된 청계천의 변화무쌍한 역사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황학교 산책로에 조성된 '소망의 벽' ⓒ박분

황학교에 이르면 산책로에 ‘소망의 벽’이 조성되어 있다. 2004년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조성한 이곳에는 손바닥만 한 타일에 참가자들의 소원과 희망이 적혀 있다. 남북통일, 가족 건강, 부자 되고 싶다 등 타일에 적힌 소원들을 읽다보면 미소와 함께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오간수교가 가까워지면서 천변 좌우 도로변으로 패션상가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국내 패션산업의 중심에 선 동대문 일대 의류상가가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의류도매 전문상가로 청계천변에 문을 연 '평화시장'과 역사의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청계천변 산책로를 따라 구성된 색동벽화가 이곳이 패션 지역임을 상징하는 듯 하 ⓒ박분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색색으로 채색한 ‘색동벽화’와도 마주하게 돼 이곳이 동대문 의류상가가 밀집한 패션구간임을 알려주고 있다.

신평화시장, 동평화시장, 청평화시장 등 청계천의 물줄기를 따라 버들다리로 의류상가가 길게 이어진다. 평화시장의 영향으로 이후 동대문 일대에 의류 유통상가들이 연이어 들어섰고, 1970년대에는 내수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종종 패션쇼가 열리기도 하는 패션광장 전경 ⓒ박분

버들다리와 오간수교 사이에 조성된 패션광장은 동대문 의류상가들에서 만들어진 특색 있는 작품들을 패션쇼를 통해 종종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청년 전태일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버들다리 ⓒ박분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는 ‘전태일 다리’로도 불린다. 버들다리에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분신한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대문 지역이 대표적 패션의류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출발점에는 평화시장이 있었고,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희생이 따랐음을 전태일 동상은 말없이 웅변해 주는 듯 보였다. 

청명한 이 계절에 청계천 물길 따라 거닐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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